법원, 초음파·카복시 기기 사용한 한의사 의료법 위반 혐의 인정

“초음파나 기복기 사용은 한의학 영역과 무관”

초음파 기기를 이용해 자궁내막을 진단하고 비만치료에 카복시 기기를 사용한 한의사들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지난 6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형사부는 의료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벌금 80만원이 선고된 한의사 A씨와 B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앞서 1심 법원은 초음파기기를 사용해 자궁근종을 진단하고 한약 등을 처방한 한의사 A씨와 카복시기기를 사용해 한방 비만치료를 실시한 한의사 B씨에 대해 한의사의 면허범위 이외의 행위라고 판단, 의료법 제27조 위반으로 유죄를 선고했다.

이에 A씨와 B씨는 “1심 판결에 사실오인과 법리오해가 있었다”며 항소했지만 항소심의 판단도 1심과 같았다.

재판부는 “의사와 한의사 간 가능한 의료행위의 범위를 확정하는 기준은 무엇보다도 의료 소비자인 국민의 보건상 안전과 이익을 위한 것이 돼야 한다”면서 “관련 의료법이 서양의학과 한의학의 이원적 체계를 인정하면서 양자의 독자적인 발전을 모색하는 이유도 이와 같은 기준에서 평가돼야 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이 사건들은 환자의 자궁 내막 상태를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해 촬영하거나 비만치료를 위해 기복기를 사용한 사례로 한의사인 피고인들이 기존의 서양의학에서 행해지던 일반적인 진료행위를 반복 시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위 진료행위는 한의학의 독자적인 치료방법으로 볼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한의학의 독자적인 발전과도 그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카복시 기기는 침습행위의 위험성을, 초음파 기기는 진단의 전문성을 이유로 한의사들에게 허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기복기는 전통적인 침습적인 의료행위에 해당해 그 시술상의 부작용을 도외시 할 수 없고 초음파 진단기의 경우는 그 사용 방법은 비교적 간단하지만 이를 이용한 질병의 진단과 검사는 서양의학에서도 각별히 전문성을 요구하는 의료행위에 해당해 이를 잘못 사용하는 경우에는 이 사건에서 보는 것과 같이 중요한 질환을 진단하지 못하는 등 위험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이 사건 사안과 같이 자신들의 진료 영역 확대를 위한 진료행위에 무분별하게 허용할 경우 국민의 의료보건 상 안전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위험이 있으므로 앞서 본 관련 의료법 허용범위에 관한 기본 원칙에 비춰서 허용될 수 없다”면서 “이를 인정한 원심의 사실 인정 및 법리 판단은 정당하므로 피고인들의 항소를 기각한다”고 주문했다.

이번 판결과 관련해 대한의사협회 김주현 대변인은 “당연한 결과다. 현대의료기기를 한의사들이 사용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논리인데도 불구하고 한의사들이 계속 소송을 진행했다”며 “그런 의미에서 이번 판결은 매우 적절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전 헌법재판소 등 판결에서 한의사들에게 허용된 기기는 극히 일부분”이라며 “그것을 초음파나 카복시 기기까지 포함시켜 시행하면 국민 건강에 위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한의사들의 논리를 법원이 받아들여주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아울러 “의협은 앞으로도 의사면허권과 관계된 소송에 적극 대응해 회원들의 권익과 국민 건강권을 지키는데 앞장 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A씨와 B씨는 재판을 마치고 나와 즉시 대법원에 상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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