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수연 기자의 히포구라테스

대한의사협회가 의료분쟁조정제도 보이콧을 선언했다. 시행된 의료분쟁 조정 자동개시 관련 대상을 구체화해달라는 요구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의 신청 범위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했다.

의료분쟁 조정 자동 개시제도가 시행된 지난달 30일에는 관련 내용이 담긴 의료분쟁조정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 과정을 일자별로 브리핑하기도 했다. 의료계의 의견을 제도에 반영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를 알리기 위함이리라. 지난 2일에는 “의료분쟁조정법이 중환자기피법으로 전락했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그런데 그 어디에도 의협이 요구하는 제도 개선 방안이 없다. 의협은 지난 6월 의료분쟁조정법·령 대응TF를 구성해 대안을 마련해 왔으며 정리된 의견을 10월 31일 복지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대안을 마련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의협이 복지부에 어떤 의견을 제출했는지는 공개된 게 없다. 그저 의견을 제출했는데 반영이 되지 않았고 그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의료분쟁조정제도를 보이콧하겠다는 게 전부다.

의협이 마련한 안을 알려달라는 요청에는 “TF 내에서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는 입장만 보였다. 의협 측은 “입법예고됐던 초안보다는 많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당초 제시한 의견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얼마나 의견이 반영됐는지 모를 일이다.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말이 있다. 대안은 제시하지 않고 정책 추진을 막기 위해 무조건 반대하는 경우를 비판할 때 흔히 하는 말이다. 의협은 억울할지 모르지만 외부에 비춰지는 의협의 모습이 그렇다.

의협은 홍보를 강화하겠다며 홍보이사에 공보이사, 대변인까지 따로 두고 있다. 회무 추진 상황을 회원들과 공유하겠다며 상임이사회 회의 결과 등을 정리한 내용을 매주 한번씩 협회 홈페이지에 올리고 있다. 하지만 소통 부재라는 비판은 끊이지 않고 있다. 홍보를 강화했다는데 의협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회원은 오히려 늘고 있다면 무엇이 중요한지 모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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