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형 독감 유행 조짐…바이러스 미스매치·백신 효과 부족 가능성은 낮아

질병관리본부, 이르면 이번주 독감유행 주의보 발령…전문가, 손씻기 강조

올해 독감이 한달이나 빨리 유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독감백신 접종 유무와 상관없이 환자 발생이 증가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질병관리본부 역시 이르면 이번주, 늦어도 다음주 쯤에는 독감 유행주의보를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는 독감에 유의해야 하는 시기다. 독감은 감기와 달리 인플루엔자 바이러스(A형과 B형)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호흡기 질환이다.

갑작스런 고열이나 두통, 근육통, 전신쇠약감 등을 동반한다. 65세 이상 노인이나 생후 6개월~59개월 소아, 임신부, 만성질환자 등이 독감에 걸릴 경우 각종 합병증을 일으키기 때문에 예방이 중요하다.

유행하는 독감바이러스는 매년 바뀌기 때문에 WHO는 미리 그 해 유행할 독감 바이러스를 예측하며 제약사들은 이에 맞춘 백신을 생산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통상 그해 6월에서 8월까지 백신을 생산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국가검정을 통과한 후 9~10월 사이에 독감백신이 전국에 공급된다. 정부 역시 10월부터 독감백신접종을 독려하고 있으며 노인이나 소아 등에는 무료접종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그런데 올해 독감이 지난해에 비해 한달이나 빨리 유행하고 있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올해는 독감유행이 한 달이나 당겨진 것 같다. 지난해 같은 시기에는 환자가 거의 없었고 1월초에 유행주의보가 내려졌는데 올해는 확실히 빠르다"고 했다.

독감 환자 중에는 백신을 맞지 않은 이들도 있지만 백신을 맞고도 독감에 걸려 병원을 찾는 환자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교수는 "독감백신 접종 후 항체 형성까지 2~4주가 걸린다. 최근 진료한 환자는 한 달 전에 백신을 맞았기 때문에 백신이 유효한 시기인데도 A형 독감에 걸렸다"고 했다.

예방접종에도 불구하고 독감이 유행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WHO가 선정한 바이러스의 미스매치, 백신의 효과 부족 등을 예상할 수 있다.

독감백신은 3가(A형 H1N1, H3N2/B형 1가지)와 4가(A형 H1N1, H3N2/B형 야마가타, 빅토리아)백신이 있는데 그동안 WHO는 B형 미스매치 사례가 많았다. 최근에는 A형과 B형이 둘다 유행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WHO는 4가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독감유행 시기가 빨라진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또한 A형 환자가 늘고 있다는 점에서 미스매치 가능성을 제기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현재는 백신의 효과가 떨어지는 패턴을 보이고 있는데 바이러스 미스매치인지 당장 알기 힘들다. 젊은 층에서 독감 환자들이 많으면 임상적으로 미스매치의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할 수 있으나 아직은 (그런 추측을 하기에) 이르다"고 말했다.

또하나의 가능성은 유통된 백신의 효과가 떨어지는 경우다.

국내에는 GSK, 녹십자, SK케미칼, 일양약품 등이 독감 백신을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백신의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가검정을 통해 로트(제조번호)당 검사를 한 후에 공급하기 때문에 품질에 대한 문제 역시 속단하기 이르다.

국내 백신 개발 제약사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독감백신은 균주가 모두 동일하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보다 독감유행이 빨라짐에 따라 손씻기 등 독감 예방에 보다 신경을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직까지 독감예방 접종을 하지 않았다면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접종할 것을 권유했다.

이 교수는 "손씻기가 매우 중요하며 독감 증상이 있는 경우 일단 등교나 출근을 하지 말아야 한다. 학교나 회사에서도 마스크를 쓰는 게 좋다. 무엇보다도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독감예방접종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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