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병원, 왓슨 활용한 첫 다학제 진료 시행...의료진과 왓슨, 의견 일치

“임상전문가와 100% 일치 안될 수도…가장 좋은 참고문헌일 뿐”

“왓슨아, 대장암 3기로 3차원 복강경 우반결장절제수술을 받은 61세 조태현 씨의 보조항암치료에 쓰일 의약품을 추천해 줄래?”

“290여종의 의학저널과 문헌, 200종의 교과서와 메모리얼슬로언케터링암센터의 임상 사례를 종합해 보면, 이 환자에게는 FOLFOX(폴폭스, 일반항암제) 혹은 CapeOX(케이폭스, 일반항암제) 약물 치료가 가장 적합할 것 같습니다.”

“음, 우리 다학제팀에서 상의한 결과와 동일하구나. 이제 환자에게 설명하고 이 약물 중에 선택해서 입원 치료를 하도록 해야겠어.”



암 환자 진료데이터를 활용한 IBM 인공지능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 이하 왓슨)'가 국내 환자와 첫 대면을 마쳤다.

가천대 길병원은 5일 기자회견을 열고 ‘IBM 왓슨 인공지능 암센터’에서 첫 번째 왓슨 다학제 진료를 받은 조태현 씨 사례를 공개하며, 왓슨을 둘러싼 각종 궁금증과 가능성에 대해 입을 열었다.

왓슨은 쉽게 말해 암 치료가이드라인과 텍스트북, 저널 등 각종 정보를 한데 모으고 암센터 데이터 등을 결합해 적절한 치료방법을 판단할 수 있는 도구다.

유전체의과학연구소 안성민 교수는 “왓슨은 환자정보를 입력하면 어떤 옵션이 가장 좋을지 제안을 한다. 적합할 것 같은 옵션과 고려해 볼 만한 옵션, 하지 말아야 할 옵션 등을 제시하는데 각각의 이유를 확인할 수 있고 이중에서 의료진들이 최종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안 교수는 “우리나라 암 환자는 최소 4개의 병원을 다녀본다고 한다. 병원에 오더라도 과별로 모르는 부분이 있어 환자들이 방황하게 된다"며 "이에 기존의 다학제 진료에 왓슨의 백 데이터를 병합해 환자가 최선의 치료임을 믿고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태현 씨뿐만 아니라 왓슨 다학제 진료를 한 환자들이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다는 게 길병원의 설명이다.

외과 백정흠 교수는 “일반적으로 환자들은 긴 대기시간에 비해 짧은 진료에 불만이 많지만 다학제는 5~6명의 전문의가 함께해 최소 15분 정도 디스커션을 한다”면서 “환자가 궁금한 부분도 바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어 만족도rk 높아진다. 의료진들 역시 서로 다른 의견을 조율하고 왓슨이 서포트가 되면서 환자와 의료진간의 믿음이 더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왓슨 다학제 진료가 이뤄지고 있는 분야는 위암, 대장암, 폐암, 유방암 등으로, 향후 모든 암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특히 폐암의 경우 왓슨의 정확도가 높다는 점이 입증이 됐고, 그 외 분야의 데이터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된다.

호흡기내과 경선영 교수는 “인공지능은 폐암에서 제일 처음 개발됐다고 한다. 실제 병원 내 5개 증례에 적용을 해봤는데 불일치율이 거의 없는 상태”라면서 “폐암은 치료방법이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실제 권고되는 치료법과 왓슨의 결과가 다르지 않아 신뢰를 더 높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왓슨 포 온콜로지에 접속해 환자 정보를 입력하면 적합한 치료방법이 제공된다.


왓슨의 의견이 실제 임상전문가의 견해와 100% 일치하지 않을 때도 있다. 하지만 이는 국가별 환경의 차이로 인한 것인 만큼 이를 감안한 전문의의 판단이 중요하다.

백정흠 교수는 “왓슨과 다를 때는 국가별 가이드라인이 달라서일 수 있다. 나라별로 평균 수명이 다르면 그에 따른 치료방침도 다르다. 따라서 반드시 왓슨의 의견을 따라갈 필요는 없다”며 “현재 왓슨이 30%정도 커버한다면 내년에는 80%까지도 가능할 것이며, 인간으로서 분석하기 어려운 정보의 양이 누적될 때는 향후 왓슨이 하이퀄리티의 의견을 제시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런 점 때문에 길병원은 당장 별도의 비용을 받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감수하겠다는 입장이다.

백정흠 교수는 “현재 다학제 진료수가가 있지만 다학제를 할수록 병원들은 손해보는 구조다. 왓슨이 들어왔다고 해도 수가를 더 받는 것도 없다”면서 “병원에서 IBM과 연간 일정 수준의 환자 진료에 활용하도록 계약을 했는데, 환자 1명당 20만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고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왓슨 다학제가 필요한 환자를 판단해 서비스차원에서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외국처럼 인공지능을 활용한 진료에 대한 보상책을 고민하고 있는 만큼 병원계 전체에 확대될 날도 머지 않아 보인다.

안성민 교수는 “결국은 암 환자의 진료 퀄리티를 높이는데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이라며 “네덜란드는 정부에서 서포트를 해주고 있다. 우리나라도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부분에 대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에서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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