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순위로 추천됐던 L교수 “청와대 인사검증 담당자로부터 전화받았다”

의료계 "내정자 있던 것 아닌지…독립 민간기구라는 설립 목적 위배"

청와대가 의료기관평가인증원장 선출에까지 개입한 것으로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인증원장 인선이 수개월째 지연되고 있는 이유에 대해 그동안 복지부는 청와대 개입설을 일축해왔다는 점에서 인증원장 임명에도 최순실의 입김이 작용했던 게 아닌지 의문을 증폭시키고 있다.

지난 7월말 인증원장 공모에서 임원추천위원회를 통과해 복지부에 추천됐던 후보는 국립의대 K교수를 비롯 사립의대 L교수다. 임추위는 지난 7월 인증원장에 지원한 3명의 후보 가운데 K교수를 1순위, L교수를 2순위로 낙점하고 복지부에 이들을 원장 후보로 추천했다.

그 중 2순위로 추천됐던 L교수는 최근 본지와 통화에서 인증원장 인선과정에서 청와대의 인사검증이 있었다는 사실을 밝혔다.

L교수가 청와대로부터 연락을 받은 것은 이후 8월말 경으로, 청와대 인사검증 담당자라는 사람이 전화를 걸어 ‘원장공모서류로 확인할 수 없는 부분을 물어보려 한다’며 재산 형성, 탈세, 본인과 자녀의 병역 내역 등을 물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L교수는 “복지부가 아닌 청와대 인사검증 담당자가 전화로 서류에서 확인할 수 없는 사항에 대한 몇가지 질문을 했다. 재산형성, 탈세, 나와 아들의 병역 문제, 논문 표절 등을 체크했다. 그리고 그 담당자로부터 인사검증에 있어 결격사유가 될만한 사항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L교수는 “그 후 오랜기간 아무런 연락이 없어 인증원에 진행과정을 문의하였으나 ‘답변을 받지 못한 상태라 이사회를 개최하지 못한다’는 답을 받았다"며 "복지부에도 비공식 경로로 알아본 결과 ‘청와대 결정을 기다린다’는 말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L교수의 말이 사실이라면 인증원과 복지부는 이미 정관상 원장 선출 과정을 위반하고 있다.

인증원 정관을 살펴보면 원장을 포함한 임원 선출은 정관상 재적이사 과반수 출석, 출석이사 과반수 찬성으로 선출하며, 선출 후에는 복지부장관에게 ‘보고’하면 된다.

이 과정에서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이 당연직 이사로 참여해 의견을 내는 것 외 절차상으로 정부기관이 관여할 소지는 없다.

인증원 설립 당시 정부 산하기관으로 둘 것인지 독립된 민간기구로 둘 것인지를 놓고 논쟁이 있었으나 정부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는 공정한 인증평가를 위해 의료계와 복지부는 정부 산하가 아닌 민간기구 형태의 독립법인으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인증원은 복지부, 복지부는 청와대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L교수는 지난번 석승한 원장 공모 때까지도 없었던 청와대 인사검증이 왜 이번 공모에서만 시작된 것인지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L교수는 “전임 석승한 원장 인선 시에는 청와대 인사검증이 없었다. 청와대의 인사검증이 점차 넓어지고 있는 것인데, 들리는 이야기로는 (정권 창출 시) 캠프 사람들을 챙기기 위한 것이란 이야기가 있다”고 언급했다.

석승한 원장의 임기 종료 후에도 후임 원장 선임이 지연돼 안팎으로 인증원에 대한 불만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 인사개입설까지 사실로 확인되면 향후 인증원장 선임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인증원장 선임을 둘러싸고 각종 잡음이 끊이지 않자 의료계 내에서는 원장 공모 외 별도의 인사검증 자체가 불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의료계 한 인사는 “청와대 인사검증이라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며 "인증원장이 공직도 아니고 서류전형 등을 통해 인적사항을 확인하고 이후 공모 과정에서 원장직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만 보면된다. 청와대에서 인사검증을 한다는 것 자체가 뭔가 다른 생각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한 인사는 “정관에 명시된 공모절차가 있음에도 따로 청와대에서 인사검증을 하고 인선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내정된 사람이 있다는 것 아니겠나”라며 “인사검증 과정에서 누군가가 청와대와 접촉해 원장직에 관심을 보였을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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