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토론회서 학계 시민단체 등 필요성 공감…시행 과정은 이견

"초고령화시대를 대비해 노인약료 전문약사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지난 20일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이 주최하고 서울시약사회 주관으로 국회에서 열린 ‘노인약료 전문약사 제도 정책토론회’에서는 복합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들에게 전문적인 약물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약사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다제약물 복용하는 노인환자 전문관리 필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4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은 평균 2.6개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으며 3가지 이상의 복합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가 전체 환자의 46.2%에 달한다.

노인인구가 증가하면서 노인진료비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데 김수경 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65세 이상 노인진료비는 22조2,361억원으로 2008년과 비교해 2.1배가 증가했다.

약국을 통해 청구되는 건강보험 약제비 규모는 2015년 요양기관 종별 심사 진료비 규모를 살펴보면, 약국이 13조950억원으로 가장 높고 의원 11조7,691억원, 병원 92조7,376억원 순이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 김수경 연구원은 약국을 통해 청구되는 건강보험 약제비 규모가 월등히 높다보니 약사에게 의약품을 적정하게 사용토록 하는 관리자로서의 역할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합리적인 의약품 사용을 위해서는 약사의 전문성이 제고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숙명여대 임상약학대학원 방준석 교수는"노인환자는 1개 이상의 약물을 동시에 복용하는 특징을 지니기 때문에 다제약물복용으로 인한 약물부작용을 치료하기 위해 의료비가 증가한다. 약물 부작용 및 의료비지출을 줄이기 위해 전문화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했다.

즉, 약물 부작용 및 의료비 지출을 줄이고 약물 치료효과는 높이기 위해 노인환자에 대한 전문서비스를 제공할 약사역할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현재 노인약료 전문약사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곳은 미국, 캐나다, 호주, 일본, 스웨덴, 싱가포르, UAE, 파나마 등 8개국이다.

방 교수는 미국의 노인전문약사제도(Certified Geriatric Pharmacist, CGP)를 한국형으로 도입해 정착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1997년에 처음으로 노인전문약사제도를 시행했다. 약사면허 소지자로서 2년 이상의 임상경험과 별도 시험을 합격해야 취득할 수 있으며 5년마다 자격을 갱신해야 한다.

노인약료 전문약사들은 병원과 약국 두 분야에서 노인환자의 집중치료 및 건강관리 상담을 진행한다. 지역 약국에서는 직접 노인환자의 집이나 직장을 방문해 약물사용 내역을 검토해 관리하고 있다.

방 교수는 “국내 약학대학 35곳 중 에서도 노인관련 약료교육과목을 개설한 곳은 5개”라며 “전문지식을 갖춘 노인전담약사 요구가 점점 많아지고 있지만 노인약료 전문지식 갖춘 약사 양성을 위한 체계화된 교육제도 및 자격제도는 미비한 실정”이라고 했다.

필요성 공감…넘어야 할 산 많아
노인약료 전문약사가 환자의 약물치료효과 향상에 도움을 주고 의료비 절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참석자 모두가 공감했으나 제도 도입을 위해서는 교육을 선행해야 한다는 의견과 병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뉘기도 했다.

한림대의대 윤종률 교수


한림대 의과대학 윤종률 교수는 자격증제도 도입보다 약사들의 노인약료 전문교육이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 교수는 “지금 약사들에게는 노인전문약사제도의 자격증이 아니라 교육이 중요하다. 전체 노인 중 절반은 11개 이상의 약을 먹는다. 처방한 의사가 가장 큰 잘못일 수도 있다. 그래서 노인만큼은 주치의제도를 시행하자고 주장해 왔는데 약사도 주치약사가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면서 “약사들이 상담할 수 있는 지식을 가지고 있느냐가 문제다.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은 노인약료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노인전문 약료를 위해서는 특히 요양병원의 약사인력 확대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윤 교수는 “요양병원은 노인만 있는 곳이다. 이곳은 최소한 약물을 조절하는 약사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의료법상 200병상 이하에는 약사가 상주하지 않아도 된다고 돼 있다. 문제는 노인요양병원 70%가 200병상 이하라는 것”이라며 “이는 약사가 거의 근무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와 똑같다. 그들이 얼마나 노인약료에 대해 알고 있겠나. 혼자 근무하며 약 조제해서 주는 것만으로도 힘들거다. 노인전문약사를 요양기관만이라도 투입했으면 한다. 우선순위를 뒀으면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한국의약품안전원과 함께제작해 배포하고있는 ‘어르신을 위한 의약품 사용 안내 팜플렛’ 제작배포에도 약사들이 참여하길 바란다고 했다.

다학제 진료, 팀의료에 대한 필요성은 다른 패널들도 공감했다.

중앙대 약학대 임상사회약학 김은영 교수는 “맞춤의료시대에 개인에 맞춘 약물 적정화를 위해선 약사 역할이 중요하다. 30년 후에 초고령화시대가 도래한다면 지금부터 준비하고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부처의 노력이 필요하며 사회 전반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했다.

지난 7월부터 약사들을 대상으로 노인약료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서울시약사회 김예지 학술위원장도 팀의료에 대한 필요성과 국가적 지원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국가재정에 노인들이 의료비를 많이 써서 문제라면 의사, 약사 등이 팀의료를 이뤄서 여러 가지 약제를 복용하는 환자들에게 삶의 질도 개선시킬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 안기종 대표는 “제도를 도입하려면 법적 근거가 필요하고, 대학에서도 교육과정을 다 맞춰야 한다. 전문성에 대한 보상은 당연하다”며 “전문약사제도를 할 때가 됐다고 본다. 그러나 결국 돈 문제다. 신중하게 잘 접근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 윤병철 과장은 “행정적인 측면에서 말하자면 노인에게 어떻게 약료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 노인전문약사제도 인증기관은 어디로 할 것인지, 수가 등에 대한 문제도 논의해야 할 것 같다. 내용을 검토하고 추후 의견을 제시하면 그것도 검토하고 반영하겠다”고 했다.

김은영 교수는 “중환자 약료가 대표적인 전문약료제도다. 아주 소수의 병원에서 시작했는데 중환자 케어 시 반드시 약사가 있어야만 수가를 주도록 했더니 모든 병원이 약사를 두게 됐다”며 “노인약료에 전문약사가 필요하냐는 문제도 마찬가지다. 노인이라는 특성을 제외하면 모든 약, 질환이 포함되기 때문에 약사의 (약료 관련)지원을 원하는 거다. 원하는 전문지식이 먼저 따라가는 게 맞다. 교육과 제도가 병행돼야 한다”고 했다.

윤 교수는 “노인관련 문제는 의사, 약사, 간호사 등 의료계통에 있는 사람이 협업하고 같은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며 “의사, 약사, 간호사를 통합한 정책토론회가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전혜숙 의원은 “전문간호사제도를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약사들은 왜 이걸 안하지 했는데, 병원약사회에서 이걸 발전시키고 있더라. 제대로 하려면 제도적으로 통일화 시켜야 한다. 병약 개국약사 따로 하면 안된다. 제도적인 부분 등은 앞으로 많이 연구해야 할 것이다. 여러 의견을 담도록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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