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석·엄현돈 전문의, 2개월간 훈련 후 장보고·세종과학기지로 각각 파견

가천대 길병원이 의료진 인력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남극 장보고과학기지와 세종과학기지에 외과 한경석 전문의와 응급의학과 엄현돈 전문의를 파견한다.

(왼쪽부터)가천대 길병원 한경석-엄현돈전문의


이들은 각각 50여명에 달하는 남극 기지의 대원들 건강을 책임지고 기후변화, 첨단과학 등의 연구활동도 하게 된다.

길병원은 지난 1일 인천 송도국제도시 내 극지연구소와 의료진 파견을 위한 협약을 체결한 이후, 파견의료진을 모집하고 남극기지 임무를 수행하기 적절한 의료진 2인을 최종 선정했다.

이에 오는 5일 한경석 전문의가 남극 장보고과학기지로, 27일에는 엄현돈 전문의가 세종과학기지로 떠나 1년간 활동한다.

남극은 낮은 기온과 건조한 날씨로 해가 한번도 뜨지 않는 극야기간도 있다. 1년 중에 외부활동이 가능한 시기도 몇 달에 불과해 사실상 파견기간 대부분을 실내에서 생활하게 된다.

남극에는 전세계 각국이 1년 내내 운영하는 월동기지가 40여개 있으며, 하계에 운영되는 하계기지는 40여개가 있는데, 월동기지에는 모두 의료진이 필수 인력으로 상주해 있다.

세종기지에는 내년에 대대적인 보수공사가 예정돼 있으며 약 50여명의 건설인력이 몇 개월간 상주하게 된다. 이에 외상과 동상과 같은 응급상황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 엄현돈 전문의를 파견해 대부분의 진료를 맡도록 했다. 심한 경우 후송 역할도 한다.

특히 환자 후송은 세종기지에서 인근 칠레 공군기지까지 고무보트로 이동해 군용기로 칠레 내 병원까지 이동하는 등 어려움이 많다.

엄현돈 전문의는 “남극 현지 특성상 의료진도 생존에 필요하고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을 몸에 익혀야 한다”면서 “기존에 접해보지 못한 스케일링 방법 등 치과진료와 잠수병 예방을 위한 감압챔버 진료등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해서 직무 교육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엄 전문의는 “남극 기지에 가는 여정또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극지 연구소에서는 기지 내 온실서 야채를 길러 먹어야하고 운동환경도 제한됐다.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대원들이 무기력해지지 않도록 정신건강에도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장보고 기지의 환경은 더욱 열악하다. 남극 대륙 깊숙이 자리해 가장 가까운 기지가 350km 떨어져 있어 사실상 고립상태에서 대부분의 진료를 한경석 전문의가 해결해야 한다.

한경석 전문의는 “남극 기지에서는 동료의사나 장비의 도움 없이 필요한 진료를 대부분 혼자 해결해야 했다”며 “내년에는 길병원과 원격진료를 통해 전문의의 도움을 실시간으로 받을 수 있고 모바일 초음파진단기기 같은 장비도 사용할 수 있어 보다 수준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파견 전에 대원들의 건강 상태와 파견 중간, 후의 건강상태를 종합적으로 평가할 것”이라며 “기지내에서는 길병원와 대한극지의학회와 협력을 공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길병원은 이번 의료진 파견과 함께 현지의 열악한 의료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했다. 남극기지에 파견 의료진과의 원격진료를 실시, 파견 의료진이 환자 정보를 제공하면 길병원 내 상주 전문의가 영상과 음성으로 적절한 의료조치를 지도하게 된다.

또 최신 모바일 초음파진단기기도 남극기지로 보내서 고화질의 초음파 영상을 취득하고 그 결과를 길병원 의료진과 실시간 공유하도록 했다.

이근 병원장은 “이번 의료진 파견은 길병원의 우수한 임상, 연구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면서 “파견 의료진 뿐만 아니라 극지연구소 내 모든 대원들이 건강하고 무사히 귀국할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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