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법원 “기관삽관 실수와 환자 장애 사이에 상당인과관계 존재”

기관삽관 실수로 환자에게 장애를 입힌 병원에 억대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제17민사부는 A씨와 그 가족들이 B병원을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B병원이 A씨 등에게 5억6,040만원을 배상하라고 주문했다.

생후 2개월이었던 A씨는 복부 초음파 검사 결과 담관낭종의 소견이 발견돼 B병원에 내원했다. 내원 당시 A씨의 의식은 명료했으며 신경학적 검진 상 특별한 이상소견도 없었다.

B병원 외과 의료진은 A씨의 수술 가능 여부를 위해 수술 전 기본 검사를 시행해 우측 폐문 아래 침윤을 확인하고 소아청소년과 의료진에게 협진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소아청소년과 의료진은 ‘흉부 방사선 사진상 가래가 있어 보인다. 보호자에게 전신 마취 후 증상 악화 가능성이 있음을 설명했다. 수술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는 내용의 의견을 외과 의료진에게 회신했다.

외과 의료진들은 소아청소년과 의견과 추가적인 검진 결과를 토대로 간관공장문합술을 시행했으며 수술 직후 A씨의 활력징후는 안정적이었다.

하지만 안정적이던 A씨의 상태가 다음날부터 급격히 악화돼 호흡수가 줄어들고 산소포화도도 70%까지 떨어지는 등의 상황이 반복됐다.

의료진은 A씨에게 기관삽관(1차 기관삽관)을 시행했지만 심정지까지 발생하며 A씨의 상태는 점점 악화됐다. 의료진들은 1차 기관삽관 14분이 지나서야 처음 시행한 기관삽관이 잘 못됐다는 것을 발견하고 2차 기관삽관을 진행했고, 2차 기관삽관 후 A씨의 활력징후는 안정적인 상태를 보였다.

이후 의료진은 A씨에게 뇌 MRI 검사를 시행해, ‘급성 혹은 아급성 저산소성 손상에 의한 허혈성 변화로 생긴 뇌경색증’의 소견을 확인했다.

현재 A씨는 저산소성 허혈성 뇌손상 등의 장애로 인해 근긴장도 증가 및 자세 이상이 관찰되는 한편 운동, 인지 및 언어의 각 발달이 지연돼 향후 지속적이고 포괄적인 재활치료가 필요한 상태다.

이에 A씨와 가족들은 “B병원 의료진들은 폐침윤의 소견이 있는 A씨의 상태를 면밀히 관찰하고 이상 증상이 발생할 경우에 이에 대한 검사를 시행해 정확한 진단 및 적절한 치료를 시행함으로써 후유장애의 발생을 회피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었지만 A씨의 상태가 악화됐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 A씨가 심정지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또 “병원 의료진들이 기도가 아닌 식도에 기관삽관을 시행해 2차 기관삽관이 이뤄지기 전까지 약 14분 동안 A씨에게 제대로 된 산소공급이 이뤄지지 않아 저산소성 허혈성 뇌손상을 입었다”며 “8억7,729만원을 배상하라”고 B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의료진의 기관삽관 실수와 A씨의 장애 발생에 대한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며 B병원에게 5억6,04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2차 기관삽관 후 A씨의 모든 활력징후와 산소포화도가 급격히 정상으로 회복된 것은 2차 기관삽관이 제대로 이뤄졌음을 의미하고 따라서 1차 기관삽관은 2차 기관삽관과 달리 잘못된 기관삽관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의료진이 올바른 기관삽관을 하거나 잘못된 기관삽관을 빨리 인지해 그에 따른 조치를 취했다면 A씨에게 장애가 발생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인정 되는 바 의료진의 과실과 A씨의 장애 상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다만 법원은 B병원 의료진이 수술 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A씨의 주장에 대해서는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수술 후 A씨의 상태가 악화되자 중환자실로 환자를 옮기고 1시간 간격으로 활력징후를 확인하는 한편 A씨의 상태에 따라 적혈구를 수혈하고 약물을 투여하며 혈액 검사 및 응급처치 등을 시행한 의료진의 처치는 적정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이 같은 상황을 종합했을 때 B병원 의료진이 수술 후 경과관찰을 소홀히 했거나 적정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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