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형곤의 醫藥富業

신약의 개발이 낙타가 바늘 구멍을 통과하는 것 만큼 어렵다는 이야기는 지난번 칼럼에서 이미 언급했다. 신약의 개발을 위해서는 우선 후보물질을 발견해야 하는데 이는 임상 의사나 생물학, 생화학, 미생물학, 유전공학 등 기초의학이나 생명공학을 전공하는 연구자들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된다. 개량신약이나 바이오시밀러는 좀 다르지만 전혀 새로운 약리 기전을 가진 신약은 대부분 이러한 연구자나 의사들의 혁신적인 발상 전환에 기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질병의 새로운 기전이 발견되거나 기존의 약물의 다른 약리 기전이 발견될 경우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약물로서 개발되기 위한 첫 단계는 일단 그 약물의 MOA(Mode of Action)을 규명하는 일이다. 그와 동시에 독성에 대한 실험을 해야 한다.

MOA는 일단 체외 실험을 통해 입증하는데, 대개 세포 단계 실험을 거친다. 이 실험에서 그 효과가 입증되면 동물에게 직접 투여해 생체 내에서의 효과를 확인한다. 독성에 대한 실험은 단회 독성, 반복 독성, 생식 독성, 발암 독성 등을 실시하고 이를 통해 무독성량(NOAEL :no-observed adverse effect level)을 정한다. 이러한 MOA와 독성에 대한 동물 실험은 수백 억원에서 수천 억원의 비용이 소모된다. 이 단계 까지가 전임상의 단계이다. 아직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은 시작하기도 전이다.

무수한 신약 후보 물질이 전임상 단계 전에 소위 “없었던 것으로 해주세요”라며 사라진다. 하지만 그 비용은 온전히 소모된다. 우여곡절을 거쳐 전임상 단계의 데이터가 확보돼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위해서는 이제부터 국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식품의약품안전처(MFDS :MINISTRY OF FOOD AND DRUG SAFETY)의 임상 시험 허가를 받아야 하고 미국의 경우는 FDA(Food and Drug Administration)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임상시험을 위해서는 임상시험용 약품을 제조하기 위한 CMO(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를 선정해야 한다. CRO는 표준화된 공정을 통해 안정성이 확립된 임상시험용 약품을 만들 수 있는 제조자를 의미한다. 동시에 공정하고 객관적인 잣대로 임상시험을 진행할 수 있는 업체를 찾아 이론적 근거가 충분한 논리에 입각한 임상시험계획서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런 업무는CRO(Contract Research Organization)를 통해서 이뤄진다.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을 위해서 전임상의 충분한 데이터와 신약 후보 물질에 대한 안정적인 생산, 그에 따른 치밀한 임상시험계획서를 갖고 허가 기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 CMO업체와 CRO업체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임상시험을 많게는 세 번(1상, 2상, 3상) 해야 한다. 간단히 임상 1상은 주로 안전성에 관한 시험이고, 2상은 소규모 유효성 검증, 3상은 대규모 유효성 검증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대개의 임상시험은 각 단계별로 2~3년이 소요돼 1상부터 3상 종료까지는 6~10년이 걸린다. 그런데 이 과정 중에 이번 한미약품의 부작용 사례와 같은 일이 일어난다면 바로 접어야 하고 그때까지의 비용은 바로 떡 사먹은 꼴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임상시험의 과정은 결국 천문학적인 비용이 필요하다. 더욱이 국내 임상이 아닌 글로벌 임상 시험에서 “스치기만 해도 100억원”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적지 않은 신약 개발 회사들은 비용적인 문제와 허가 후 마케팅을 고려해 임상 1상 혹은 2상 단계에서 글로벌 제약사에게 L/O(licensing Out)을 하게 된다.

하나의 약이 신약으로 허가 되었을 때 실은 이러한 어마어마한 과정을 통하게 되는 것이다. 만일 어떤 제약사가 블록버스터급 신약을 개발하게 된다면, 그 제약사는 그간에 모든 비용을 커버하고도 남는 천문학적 이익을 창출하게 된다.

우리가 신약 개발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 있다. 스마트 폰 제조 분야에서 삼성 불패의 신화가 깨져 국가 경제의 근본을 걱정해야 하는 지금 바이오 분야의 신약개발은 대한민국이 다음세대의 먹거리를 위해 집중해야 할 또 하나의 화두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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