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급여 등재 등을 위한 약물 경제성 평가 놓고 다국적사-국내사 이견

보험급여 등재 등을 위해 진행되는 약물 경제성평가를 놓고 다국적제약업계가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CJ헬스케어 대외협력실 김기호 실장은 지난 19일 열린 대한약학회 추계국제학술대회에서 "국산 신약들은 왜 경제성평가를 생략하는 경우가 많으냐"는 다국적의약산업협회 김성호 전무의 질문에 “그동안 미투(me too) 신약이 많았기 때문이지만 국내 제약사의 신약개발 속도가 빨라지면서 조만간 국내 제약사들도 경제성평가를 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했다.

경제성평가는 의약품의 급여여부 및 가격 결정과정에서 해당 약의 경제적 가치를 판단하는 것이다. 주로 다국적 제약사가 개발한 퍼스트 인 클래스(First in class) 신약들이 대상이 되는데 기존 약물보다 더 높은 가격을 요구하기 때문에 경제적 가치를 평가하는 것이다.

경제성평가 시 약가 비교대상 대체약제는 관련 치료제들이 포함되는데 기준이 되는 약물에 개발된 지 십수년이 지나 약가가 현저히 낮은 약물이 포함돼 있거나, 임상현장에서는 해당 적응증에 쓰이지 않는 약물 등이 포함돼 있어 제약업계에서는 경제성평가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신약을 위주로 경제성평가가 이뤄질 수밖에 없지만 국내에 진출한 다국적제약사들은 물론이고 국내 제약사 역시 해외에서 들여온 신약의 약가를 받기 위해 경제성평가에 대한 경험은 풍부하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그동안 국내 제약사가 자체 개발한 신약에 대해 경제성평가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다국적의약산업협회 김성호 전무 역시 이같은 점을 지적한 것이다.

김 전무는 “국내 제약사의 인적구성이나 (경제성평가 분석)실력이 좋은데 국산 신약의 경제성평가를 안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앞으로 국내 제약사 개발 신약이 지속적으로 나올 것으로 보이는데 앞으로도 경제성평가를 하지 않을 것인가”라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CJ헬스케어 김기호 실장은 “국내사 개발 신약이 경제성평가를 안한 것은 신약 발전 정도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국내 제약사들이 개발한 신약 경제성평가를 생략한 것은 미투 신약인 경우가 많아 경제성평가를 할 이유가 없는 약들이었다. 제미글로만 봐도 그 계열의 약물이 이미 많이 나와 있었다. 또한 신약을 개발했지만 이미 제네릭이 나와 있는 경우 굳이 경제성평가를 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라고 본다”고 답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같은 분위기가 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제약사의 신약개발 능력과 속도가 다국적 제약사를 따라잡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국내 제약사들도 자체 개발한 신약으로 경제성평가를 받는 날이 올 것이라는 게 김기호 실장의 설명이다.

그는 “국내사의 개발신약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한미약품이나 CJ헬스케어만 보더라도 이미 다국적 제약사가 개발 중인 약물들과 경쟁에 들어가기 시작했다”면서 “앞으로 국내 제약사들도 경제성평가 부분이 고민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했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경제성평가 제도가 일부 개선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김 실장은 “과거 국내 개발 신약은 개발속도 때문에 경제성평가를 할 이유가 없었지만 앞으로는 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생겨날 것이다. 그러나 현재 약가 시스템에서는 새로운 기전의 제품들의 대체약제가 해당 질환치료제 전부이기 때문에 (적정한) 약가가 나올 수 없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합리적인 경제성평가제도 개선이 이뤄진다면 향후 국내 개발신약들이 많이 활용할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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