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월 퇴임한 고등법원장 출신 변호사 P씨를 법률 대리인으로 선임




불법으로 약침을 제조했다는 혐의(보건범죄단속에관한특별조치법위반)로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271억원의 유죄 판결을 받은 대한약침학회의 항소심을 담당한 변호인이 올 2월까지 고등법원장으로 재직했던 전관 출신 P 변호사로 확인됐다.

1980년 제22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법조계에 발을 들인 P 변호사는 춘천지방법원 판사, 사법연수원 교수 등을 역임하고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의정부지방법원 법원장, 서울행정법원 법원장 등을 거쳐 2014년 2월부터 2016년 2월까지 대전고등법원 법원장을 지냈다.

지난 4월부터 대형로펌의 고문변호사로 근무 중인 P 변호사는 한때 논란의 중심에 서 있던 인물이다.

P 변호사는 고등법원장 퇴직 당시 공직자윤리법 취업제한 대상자였다.

공직자윤리법은 공무집행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전관예우를 방지하려는 목적으로 법관의 경우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된 기관의 업무와 관련성이 있는 대형로펌(연매출 100억원 이상 로펌)에 퇴직일로부터 3년 간 취업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예외적으로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승인을 받는 경우에는 대형로펌 취업을 허용하고 있다.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지난 4월 P 변호사가 취업제한 대상인 K법무법인에 취업하는 것을 허가했는데 퇴직 전 5년간을 대부분 법원장으로 근무하며 행정업무만을 수행했다는 것이 허가의 이유였다.

이는 퇴직 법원장의 대형로펌 행을 허가한 첫 사례였다.

이와 관련해 대한변호사협회는 P 변호사의 대형로펌 행을 허용한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 5월 23일 변협은 “공직자윤리법 상 취업제한규정은 법관이 퇴임 후 재취업을 고려하는 대형로펌에 편의를 제공하는 등 공무의 공정성이 저해되는 것을 방지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며 “법관의 퇴임 후 일정기간 동안 퇴직 직전 업무와 관련성이 있는 대형로펌 재취업은 엄격히 금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고위법관과 고위검사의 경우 소속 기관 업무 전반에 관해 영향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며 "법원장이 외형상 사법행정업무만 담당했다는 이유로 기준을 완화해 적용한다면 재취업이 3년 간 제한되는 고등법원 부장판사와 불균형이 발생한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이번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승인은 공직자윤리법을 편법적으로 해석해 고위법관의 대형로펌 재취업 기회를 제공하고 전관예우를 조장했다”며 “공직자윤리법의 규정 및 취지에 크게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변호사 A씨는 “전관 출신 변호사는 거의 형사 사건에 많이 선임된다”며 “피고인들이 구속을 피하거나 벌금을 감액받기 위해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전관 출신 변호사들을 고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 전관 변호사들은 선임계 없이 법원이나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해 전화 변론을 진행하거나 자신의 과거 직위를 과시한다”며 “퇴직 당시 직위에 따라 다르지만 법원장이나 검사장 출신의 전관 출신 변호사의 경우 퇴직 후 3년 안에 수십억 정도 버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변호사 B씨는 “약침학회 사건의 경우 1심에서도 잦은 변호사 교체가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이는 소송을 지연할 목적이었을 것”이라며 “항소심에 고법원장 출신의 변호사를 선임한 것은 1심에서 선고된 형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어 “보통 전관 출신 변호사 수임료는 일반 변호사 수임료에 '0'이 하나 더 붙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벌금액을 몇십억원만 줄여도 변호사에게 지불한 수임료나 항소비용을 커버할 수 있기에 그런 결정을 한 것 같다”고 전했다.

약침학회는 1심에서도 3번이나 법률 대리인을 바꿔가며 소송에 임했지만 결국 유죄 판결을 받았다.

전관 출신 변호사까지 선임해 1심 판결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약침학회가 과연 항소심에서 어떠한 판결을 받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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