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 임상결과 통해 다양한 ‘근거' 확보…위치 선정 주목

그간 항암요법은 각각 1세대와 2세대 항암제로 불리는 세포독성항암제와 표적항암제를 통해 점차 암환자의 치료예후를 높일 수 있도록 발전돼왔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암에서는 암환자의 생존기간을 늘리기 위한 시도가 계속돼왔고, 최근에는 새로운 항암요법으로 등장한 면역항암제가 여러 시도 속에서 암 치료 패러다임 변화의 한 축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항PD-1계열 면역항암제인 ‘키트루다’와 ‘옵디보’가 허가를 받으며, 임상에서의 관심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최근 연이어 진행되거나 발표되고 있는 면역항암제 관련 임상시험과 연구들은 그 유용성을 판가름할 수 있는 척도로서 활용되고 있다. 그 연구 범위는 암종은 물론, 1차 또는 2차 등 임상적 단계까지 다양하다. 국내에서 특히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부분은 폐암으로, 국내 허가된 두 면역항암제들도 적극적으로 공략에 나서고 있는 분야다.

임상시험부터 다른 옵디보-키트루다, 유용성도 다른가?

키트루다와 옵디보는 PD-1과 PD-L1 간의 작용에 관여하는 동일한 기전의 면역항암제로, 국내를 비롯해 해외에서도 전이성 흑색종과 비소세포폐암에 대한 적응증을 함께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이 두 제품의 임상시험들을 살펴보면, 면역항암제의 다양한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다. 일례로 똑같이 비소세포폐암에 허가를 받았지만, 허가사항에는 차이를 보인다.

키트루다는 종양에서 PD-L1 발현이 양성인(발현비율≥50%) 백금 기반 화학요법제 치료 도중 또는 이후에 진행이 확인된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2차 치료에 쓸 수 있도록, 옵디보는 PD-L1 발현여부와 관계없이 이전 화학요법에 실패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2차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다.

임상시험 디자인과 결과를 근거로 허가를 받아 2차 요법으로서의 치료단계는 같지만, 키트루다는 종양 부위의 PD-L1 발현율을 검사해야만 사용할 수 있는 반면 옵디보는 검사 없이도 쓸 수 있도록 된 것이다.

종양 부위 PD-L1 발현율 검사가 필요하고 50% 이상이어야 한다는 키트루다의 제한점으로 임상에서의 쓰임은 옵디보가 좀 더 폭넓다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국내 보험급여 적용 관련해선 또 다른 문제인 만큼 여기서는 제외했다).

흥미로운 점은 반면 비소세포폐암 1차 요법에서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두 제품은 각기 다른 디자인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했는데, 2차 요법 임상시험에서와 달리 임상시험 결과에서 두 제품 간 희비가 엇갈렸다.

키트루다는 PD-L1 발현 종양비율점수(TPS)가 50% 이상인 편평 및 비편평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KEYNOTE-024 연구에서 단일 요법 시 표준 요법인 백금 기반 2제 요법에 비해 질환 진행 위험을 50%, 사망 위험을 40% 낮춘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옵디보는 이전까지 치료경험이 없고 PD-L1 발현율이 5% 이상인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 대비 1차 치료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진행된 3상 임상시험인 Checkmate-026 연구에서 1차 평가변수인 무진행생존기간의 우위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또 외신에 따르면, PD-L1 발현율이 높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하위분석에서도 유의적 결과를 내지 못했다. 연구만으로는 1차 요법에 대해 키트루다는 성공한 반면, 옵디보는 실패했다고도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국내 의료진은 이렇듯 다른 결과가 나온 요인으로 PD-L1 발현율을 주목했다.

고대구로병원 이승룡 교수는 “현재까지 PD-L1이 가장 확실한 바이오마커인 것 같다. 이번 옵디보 연구를 통해서 확인됐다고 판단된다”며 “옵디보 역시 PD-L1 발현율 기준부터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찾다보면 키트루다와 같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면역항암제는 새로운 분야라 정립된 메커니즘이 많지 않다. 하나하나 입증해가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성모병원 강진형 교수도 “이번 1차 요법에서의 옵디보 연구 결과는 대조군과 1차 평가변수에서 부담이 너무 컸다. 장기생존율로 비교했다면 결과는 늦게 나왔어도 다른 결과가 보고됐을 수도 있다”며 “키트루다 역시 임상시험은 성공했지만 적용 가능한 환자군은 적은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도 다양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면역항암제, 항암요법 ‘대체’보단 ‘보완’
현재 임상현장에서는 면역항암제를 실질적으로 활용하는 데에 몇 가지 걸림돌이 있음이 지적되고 있다. 항PD-1계열 면역항암제를 1차 요법으로 처방 시 사실상 PD-L1 발현율 검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 두 제품 간 PD-L1 발현율 진단기기가 다르다는 점, 고가 의약품으로 보험급여 장벽이 높다는 점 등이다.

때문에 현재 사용되고 있는 세포독성항암제와 표적항암제의 유용성은 향후에도 지속될 것이고, 면역항암제는 이를 대체하기보다는 보완하는 방식으로 사용될 것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실제로 이미 키트루다와 옵디보는 세포독성항암제와의 병용요법에 대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키트루다는 PD-L1 발현율과 관계없이 비편평비소세포폐암 환자 대상 KEYNOTE-021 코호트 연구에서 항암화학요법(카보플라틴/페메트렉시드)을 병용투여했을 때 객관적 반응률(ORR)이 55%였고, 항암화학요법에 비해 질환 진행 또는 사망의 위험이 47%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옵디보도 Checkmate-227 연구를 통해 비소세포폐암 1차 요법에 대한 임상적 유용성을 드러냈다. 이 연구는 PD-L1 양성 환자군에 CTLA-4 계열 면역항암제인 ‘여보이’(성분명 이필리무맙)와의 병용요법, PD-L1 음성 환자군에 항암화학요법과의 병용요법을 적용해 기존 항암화학요법 대비 생존기간 연장효과를 보기 위해 설계됐다.

강진형 교수는 “이론적으로 세포독성항암제를 써서 (종양의) 크기를 줄이고 난 후 면역항암제로 유지하는 방법도 개발될 수 있다. 표적치료제 역시 상당기간동안 계속 남아있을 것”이라며 “면역항암제는 기존 항암요법을 대체한다기보다 상보적으로 사용되는 측면에서 병용하는 방법으로 개발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그와 관련한 임상시험이 상당수 진행되고 있고, Checkmate-227도 그러한 연구 중 하나”라며 “내후년 말에는 흥미로운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에서는 PD-L1 발현율에 따른 반응에 대한 하위분석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승룡 교수는 “면역항암제는 보험급여 문제로 쉽게 쓸 수 없는 약제다. 때문에 항암요법에서 세포독성항암제를 여전히 배제할 수 없지만, 단순히 병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면역항암제는 부작용 없이 오래 쓸 수 있는 약인데, 굳이 독성이 늘어날 수 있는 항암화학요법을 병용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세포독성항암제는 면역체계를 억제시키는 작용이 있기 때문에 무작정 두 약제를 같이 쓴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투여 스케줄을 감안해서 써야 한다”며 “다만 면역체계가 세포독성항암제 자극을 받으면 PD-L1이 발현될 수 있는데, 이때 면역항암제로 순차적인 치료를 하게 되면 시너지 효과를 보일 가능성이 확인되고 있어서 이에 대한 기대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경우 면역항암제 단일요법으로도 효과를 얻지 못하는 환자도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PD-L1 발현율이 높으면 단독으로 쓰고, 낮으면 단계적으로 병용하는 방법이 좋을 수 있다.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임상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면역항암제는 키트루다와 옵디보 외에도 로슈,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등 다수 제약사에서 개발하고 있으며, 여러 암 종에 대해 여러 치료 단계에서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또 암 영역만 넓히는 것이 아니라 항암화학요법과의 병용, 면역항암제간의 병용, VEGF 억제제와의 병용 등 요법에 있어서도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임상의들은 이를 통해 면역항암제의 효과적인 사용방안과 항암요법 발전을 기대하고 있다.

이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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