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회, ‘의학적 판단지침(안)’ 마련…중증치매 등 5개 질환 기준 추가 제시




암 환자 등이 호스피스·완화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말기’와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는 ‘임종기’를 판단하는 임상 기준이 나왔다.

대한의학회는 17일 20여개 학회와 공동으로 만든 ‘말기와 임종과정에 대한 정의 및 의학적 판단지침(안)’을 발표했다.

의학회는 이날 공청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며 정부는 내년 초 관련 지침을 확정할 계획이다.

의학회가 발표한 지침은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이후 임상 현장에서 세부 지침으로 사용된다.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라 내년 8월부터 호스피스 적용 대상은 말기 암에서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 만성 폐쇄성 호흡기질환, 만성간경화로 확대되며, 연명의료 중단은 2018년 2월부터 시행된다.

의학회 지침에 따르면 ▲항암치료를 받아도 수개월 내 사망이 예상되거나 ▲치료에 반응이 없거나 일상수행능력이 저하돼 적극적인 항암치료를 중단하거나 시행하지 못하는 상태 중 한 가지에 해당되면 말기 암 환자로 판단한다.

에이즈는 ▲항레트로바이러스제 치료에 실패해 3개월 이상 치료에도 CD4 세포<25cell/ml이거나 HIV RNA>100,000copies/ml ▲말기 심부전, 말기 호흡부전, 말기 간경화, 투석하지 않고 있는 말기 신부전 ▲에이즈 정의 암 또는 기타 암성질환 말기 등 5가지 중 하나에 속하면서 기능 수준이 Karnofsky Performance Status<50%로 저하되면 말기로 판단한다.

만성 폐쇄성 호흡기질환은 ▲숨이 차서 의자에 앉아 있는 것도 어렵거나 ▲장기간 산소 치료를 필요로 하는 경우로 담당 의사 판단으로 수개월 내 사망이 예상되거나 ▲호흡부전으로 장기간 인공호흡기가 필요하거나 폐 이식이 필요하지만 할 수 없는 경우 말기로 본다.

말기 만성 간경화는 적극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호전을 보이지 않는 ▲간신증후군 ▲간성 뇌성 ▲정맥류 출혈 중 한 가지에 해당하면 된다. 단, 간이식이 가능한 경우는 제외한다.

의학회는 연명의료결정법이 제시한 4개 질환 외에도 만성 심장질환, 뇌졸중 등 뇌혈관질환, 신장질환, 파킨슨병 등 신경퇴행성 질환, 치매 등 5개 질환의 말기 기준을 추가로 제시했다.

의학회는 “임종 과정이 법에 제시된 4개 질환 외에도 일어나므로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제시하는 완화의료 대상 질환으로 확대해 9개 질환의 말기 진단 기준을 다양한 문헌 고찰을 통해 제시했다”고 말했다.

임종기 진입 기준도 급성질환, 만성질환, 만성중증질환, 체외순환막형산화요법(ECMO) 등 네 가지 임상 상황으로 나눠 제시했다.

급성·만성질환자는 수일 내지 수주 내에 상태가 악화돼 사망이 예상되면 임종기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한다. 만성중증질환자는 담당의사가 더 이상 생존이 어렵다고 판단해 연명의료 중단 결정을 논의하는 시점을 임종기 진입으로 본다.

ECMO 적용 환자는 기저질환 회복 소견이 없으면서 다발성 장기부전이 진행되거나 장기이식 대상자 또는 기계적 생명보조장치 대상자가 되지 않는 경우 임종기에 진입했다고 판단한다.

의학회는 ▲혈압 저하 등 생체징후 10개 ▲의식 수준 저하 등 신경계 7개 ▲가래 끓는 소리 등 특징적 호흡 3개 ▲근력 저하 등 그 밖의 변수 5개를 임종 징후(impending sign)로 제시하기도 했다.

종합병원 및 요양병원 등 의료기관에서 임종하는 환자의 경우 담당 의사와 해당 병원장 또는 의료기관윤리위원회가 지명한 해당 분야 전문의 1명에 의해 임종기 진입에 대해 판단한다.

인공호흡기 등 기계장치 도움을 받고 있는 환자는 담당의사가 임종기를 판단할 수 있으며 임종기 판단 시 환자에게 불편을 줄 수 있는 침습적 검사보다 덜 엄밀할지라도 증상이나 징후에 의한 예측을 우선할 것을 권고했다.

의학회는 “현재 전체 사망의 73% 이상이 의료기관에서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법에 따른 의료기관에서의 죽음이 가정에서의 임종보다 더 힘들어서는 안된다”며 “의료인들은 환자가 사망에 이르는 과정이 보다 평안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뤄지도록 꾸준히 논의하고 합의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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