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무진-김필건 회장, 증인으로 출석…치과의사 보톡스·프락셀 및 한의사 현대 의료기기 허용 등 다뤄

야당 의원들 “복지부가 면허범위 명확히 해줘야”…정진엽 장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의사의 고유영역으로 여겨졌던 보툴리눔 독소(보톡스)와 프랙셔널 레이저(Fractional laser, 일명 프락셀), 뇌파계가 의사는 물론 치과의사와 한의사도 사용할 수 있는 면허범위에 속한 의료행위라는 법원의 판결이 이어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결국국정감사에서도 의료인 면허범위에 대한 이슈가 도마위에 올랐다.

27일 진행된 보건복지부 국감에서는 대한의사협회 추무진 회장과 대한한의사협회 김필건 회장이 의료인 면허범위 논란과 관련 증인으로 참석했다. 대한치과의사협회 최남섭 회장도 증인으로 채택되기는 했지만 해외일정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때문에 이날 예상됐던 의료인 단체간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보건복지위원회 위원들은 복지부에 의료인 간 면허범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며 이에 대한 책임을 정진엽 장관에게 돌리는 모습을 보였다.

우선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증인으로 참석한 의협 추무진 회장에게 치과의사에 보톡스와 프락셀을 허용한 대법원 판단에 동의하냐고 물었다.

이에 추무진 회장은 “여기서 대법원 판례에 대해 왈가왈부할 순 없다”며 “하지만 면허제도를 국가에서 엄격하게 관리하는 것은 국민건강과 환자 안전, 생명을 지키기 위한 기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추 회장은 “(의사들은) 면허를 받고 나서도 전문의 제도를 통해 공부를 더하고 그 외 연수평점제도를 통해 전문적인 공부를 계속한다. (의사의 행위가) 국민건강 및 환자 생명,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치과의사의 보톡스, 프락셀 사용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의료행위를 위해 의사가 지속적인 공부를 한다는 점을 강조해 치과의사의 보톡스, 프락셀 사용의 위험성을 언급한 것이다.

하지만 정 의원은 추 회장 답변 후 복지부에 의료인 간 면허범위 조정을 촉구했다.

정 의원은 “지난 2009년 복지부가 치과의사가 미용 목적으로 보톡스나 필러시술을 하는 것은 무면허 의료행위라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는데 대법원에서 다른 판단을 했다”며 “직무 범위에 대해 복지부가 명확한 규정을 만들어야 하지 않나”고 물었다.

정 의원은 “면허 범위를 벗어나는 사각지대에서 (의료인이) 임의적으로 치료를 하게 되면 일반 국민이 피해를 받게 된다”며 “이런 점을 생각하면 직역 간 정리는 꼭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이 치과의사에 보톡스와 프락셀 시술을 허용한 것과 같은 사례가 이어질 수 있으니 복지부가 의료인 간 업무범위를 명확히 해 업무범위를 법적 판단에 맡기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진엽 장관은 “의학이 전문적이고 발전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법령에서 다 규정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면서 “전문가들의 의견과 사회적 합의 등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문제 해결 방법인 것 같다”고 답했다.

특히 정 장관은 “(업무범위 조정은) 상황에 따라 장기 계획을 가지고 추진해야 한다"며 "각 직역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겠다"고 답변했다.

한의사에 현대 의료기기 허용 문제를 지적한 의원들도 적지 않았다.

정춘숙 의원은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한의협 김필건 회장에게 한의사에 대한 현대 의료기기 허용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복지부, 의협, 한의협이 참여했던 협의체가 구성됐었는데 중단된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이에 김필건 회장은 “한의협은 최선을 다해 협의체에 임했지만 한 단체에 의해 현재 협의체가 중단된 상태”라며 그 책임을 의협에 돌리는 모습을 보였다.

김 회장 답변 후 정 의원은 복지부 권덕철 보건의료정책실장에 협의체 중단 이유를 재차 물었다.

권덕철 실장은 “협의체는 현재 잠정 중단된 상태다. 한의사에 대한 현대 의료기기 허용 문제는 의료일원화와 같이 중장기 계획을 갖고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중단된 상태지만 향후 양 단체가 의견 접근을 한다면 속개할 수 있다”고 답했다.

권 실장 답변에 정 의원은 협의체 중단을 질책하며, “협의체 중단이 지난해 12월이다. 벌써 1년이 다돼 간다. 이런 상황이면 복지부가 (한의사에 대한 현대 의료기기 허용 여부에 대해) 결정을 내리는 게 맞다”고 질책했다.

이에 대해 정진엽 장관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의료일원화 문제를 검토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했었다”며 “직역 간 갈등을 일반적인 방법으로 결정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다시한번 계획을 세우고 전문가들과 더 논의를 해보겠다. 협의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각 단체장과 상의하겠다”고 답했다.

더민주 인재근 의원도 한의사에 대한 현대 의료기기 허용과 관련해 의협과 한의협의 입장을 물었다.

이에 대해 추무진 회장은 “의료법상 면허 종별 역할이 나눠져 있다. 교육 받은 것만으로 면허행위를 할 순 없다. 변리사가 변호사를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의료 발전으로 불분명한 중간 영역이 생기는 것은 협업과 협진으로 해결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가 엄격하게 법을 지킬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김필건 회장은 “환자가 오면 진단을 해야 하는데 한의사에게 도구를 사용하지 말라고 하면 어떻게 진단을 내리라는 것이냐”라며 “한의사에 대한 현대 의료기기 허용 문제는 국민과 의료수요자 입장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 측의 의견을 들은 인 의원은 “양 단체를 입장을 들어보면 단체에만 맡겨서는 결론이 날 것 같지 않다"면서 인 의원 역시 그 공을 정 장관에게 돌렸다.

이에 정 장관은 “협의체를 운영해 당사자끼리 논의를 통해 원만히 해결하려고 했지만 협의체가 중단된 상태”라며 “전문가, 시민단체, 국민의 입장에서 해결점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계속된 질의에도 정 장관이 ‘해결책을 찾아보겠다’는 답변만 계속하자 의원들은 답답함을 피력하기도 했다.

더민주 양승조 의원은 “한의사에 대한 현대 의료기기 허용은 이전 장관 때부터 문제가 된 것”이라며 “어렵다고 해서 시간을 계속 연기할 순 없다. 시간을 정해 해결방안을 찾아달라”고 촉구했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언제까지 검토만 할 것인가. 국민들은 해결책을 원하고 있다. 국감을 이런 식으로 진행하면 안된다. 증인까지 불렀으면 언제까지 해결하겠다는 가닥이라도 나와야 한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이날 국감에서는 의사-치과의사, 의사-한의사 간 면허범위 조정과 관련한 어떤 대책도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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