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신의 New York Times 읽기

캐나다 밴쿠버 시의 Downtown Eastside에는 Insite라는 ‘마약을 합법적으로 주사할 수 있는 시설’이 있다. 소위 ‘supervised injection facility’이다. 하루 평균 800명의 중독환자가 자기 약을 들고 오전 8시 30분에서 오후 4시까지 세 번 방문한다. 간호사는 새 주사기를 주고, 환자는 개인 부스로 들어가서 약을 직접 주사한다. 간호사는 그저 주사기를 주고 지켜보기만 하지 않는다. 환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격려하고 응원하고 중독치료에 도움을 준다.




이 사업의 발단은 1990년대 6년 사이에 약 1,000건의 과용량 사망이 시에서 발생한 것이었다. 시당국은 이를 보건응급상황(public health emergency)으로 선언했다. Insite의 성과로, 2003년 이후 시설인근 과용량 사건이 35% 감소했고, 특히 BC 주의 Center for Excellence in HIV/AIDS에 따르면, 비교군에 비해 중독치료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비율이 30% 많고 주사기 공유는 70% 적었다. 공공장소에서의 주사가 감소한 것도 중요한 성과라고 한다. 미국에서도 여론에서 환기되고 있는 사실이 중독자 검거장소가 공공장소인 경우가 확연히 늘었다는 것이다. 시내버스와 패스트푸드점, 공원, 공공도서관, 교회 화장실 등에서 주사하는 광경은 시민들이 보기에도 많이 늘었다고 한다.

합법적 주사시설 도입의 성과로 보고된 것을 요약하면 첫째, HIV 위험행동의 감소(주사기 공유), 둘째, 시설이용자의 중독치료 이용률의 증가, 그리고 셋째, 공공장소에서의 주사(public injecting)의 감소이다. ‘주사기 교환 및 주사시설 모니터링’ 사업을 하고 있는 유럽 국가들, 이를테면, 영국, 덴마크, 독일, 네덜란드에서도 약물남용과 범죄감소, 에이즈 예방에 기여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미국은 연방정부와 백악관도 나서서 연초부터 시설 도입을 거론하고 있지만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밴쿠버 시에서 반대했던 이유와 같다. 마약을 주사할 수 있는 시설을 세우면 약물사용이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분위기가 확산될 것이고, 중독자수도 덩달아 늘어날 거라는 우려였다. 하지만 결과는 그 반대였다. 이 사업에 반대하는 입장은 중독치료는 허용하지만 불법은 범죄로 다스려야 한다는 것이다. 밴쿠버의 Insite 사업은 중독치료(addiction treatment)와 해악감소(harm reduction)를 나누지 않는 포괄적 접근을 따른 것이다.

이를 모델로 해서 뉴욕 주 이타카 시장이 이런 시설을 운영하겠다고 나섰다. 자신의 아버지가 코카인 중독 환자였다가 헤어나왔다고 한다. 마약중독은 생활습관상의 선택이 아니라 재발이 잘 되는 만성적 질병이며, 마약중독에 취약한 사람은 정신질환, 뇌손상, 신체적 정신적인 학대의 이력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입장을 기조로, Insite 사업을 추진한 사람을 비공식 자문역으로 두고 있다.

기존의 질병 대 범죄의 접근은 중독이 사회적 요인에 의한 질병이라는 점을 놓치고 있다. 스웨덴 링코펭(Linkoping) 대학교의 Center for Social and Affective Neuroscience의 소장인 뇌과학자 마커스 헤일리그(Markus Heilig) 교수는 중독은 치료하기 힘든 질병인데 중독환자는 신약개발 실험에 사용하는 쥐와 아주 다르다는 사실에 주목하자고 주장한다. 한 번에 뇌 하나를 주목하는 연구방법이 문제라고 한다. 스트레스가 중독재발의 중요한 트리거인데, 사람에게서 가장 중요한 스트레스 유발요인은 사회적인 요인으로, 사회적 배제, 소외, 주변화, 빈곤, 고독이 속한다. BC 주의 보고서에 나온 Insite 이용자들의 증언에서도 이 사실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사회적 배제는 약물 추구를 추동하는 회로와 동일한 뇌회로를 추진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Katharine Q. Seelye (March 6, 2016), Heroin Epidemic Increasingly Seeps Into Public View
Lisa W. Foderaro (March 22, 2016), Ithaca’s Anti-Heroin Plan: Open a Site to Shoot Heroin
Patricia Daly (March 23, 2016), U.S. Should Follow Canada’s Lead on Heroin Treatment
Dan Levin (2016, April 21), Vancouver Prescriptions for Addicts Gain Attention as Heroin and Opioid Use Rises. New York Times
Marcus Heilig (2016, April 25), The Elusive Science of Addiction. Korea Joongang Daily
British Columbia Centre for Excellence in HIV/AIDS (June 2009), Findings from the evaluation of Vancouver’s Pilot Medically Supervised Safer Injecting Facility Insite.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