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상 200병상 이상 의료기관만 설치 가능…공동사용 방법 있지만 쉽지 않아

중소병원계 "고가장비들 하루아침에 무용지물 될 위기"…복지부 "사실상 해결책 없어"

정부가 2018년 말까지 병상당 간격을 1m 이상 이격하도록 강제한 조항으로 인해 일부 중소병원들의 경우 그동안 환자진료에 사용해왔던 자기공명영상 촬영장치(MRI)와 전산화단층 촬영장치(CT)를 포기해야 하는 위기에 놓여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보건복지부로서도 이에 대해서는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그동안 MRI나 CT로 환자를 진료해온 중소병원들 입장에서는 고스란히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현행 의료법에서는 CT와 MRI는 200병상 이상 의료기관만 설치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200병상이 넘는다고 하더라도 2018년 12월 31일까지 의무화된 병상당 간격 조정으로 병상수가 200병상 이하로 줄어들게 될 경우 CT와 MRI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서울의 한중소병원 원장은 “대부분의 중소병원이 200병상 이상 300병상 이하이다. 더욱이 최근 많은 중소병원들이 도태돼 200병상 병원들이 적지 않다”며 “병상 간격 조정이 현실화 되면 병상수가 200병상 이하로 떨어지는 병원이 속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로 인해 200병상 이하가 되면 의료법상 CT와 MRI를 사용할 수도 없게 된다”며 “장비를 팔 순 없으니 다른 의료기관과 공동활용 방안을 찾아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이마저도 쉽진 않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CT와 MRI의 경우 200병상 이상 의료기관만 설치할 수 있게 의료법에 명시돼 있지만 의료장비 공동활용 허용에 따라 200병상 미만 의료기관의 경우 다른 의료기관과 연합해 병상 합계가 200병상을 넘으면 설치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CT와 MRI 등의 의료장비를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주변의 의료기관을 수소문해야 하는 데다 공동활용을 전제로 대가를 요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데 있다.

그는 “하루아침에 CT, MRI를 못쓰게 되면 많은 병원들은 공동 활용 방안을 찾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곳들이 많아질 경우 동의를 해주는 기관에서 병상당 얼마씩 금액을 요구하는 사례가 속출할 수 있다. 설마라고 하겠지만 실제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라며 “불법을 저지르면 안되지만 CT, MRI를 못쓰게 되면 병원 입장에서는 타격이 너무 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타협하게 되는 일이 발생할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재정적으로도 손실이지만 의료기관을 바라보는 환자들의 인식에도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다른 중소병원 원장은 “지금처럼 CT와 MRI가 보편화된 상황에서 이런 장비도 구비하지 못하는 병원을 어떤 환자가 좋은 병원으로 보겠나”라며 “당장 수익적인 부분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그동안 쌓아온 병원의 이미지에도 손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병원 수익 외 의료의 질 저하도 생각해봐야 한다”며 “지역 내에서 잘 사용하고 있던 CT, MRI가 하루아침에 없어지면 결국 피해는 환자들이 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는 2018년까지 병상 간격을 조절해야 하는 중소병원들의 속은 타들어가지만 복지부는 아직까지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관계자는 “병상 간격 조절 후 병상 수가 줄어들면서 특수의료장비 외 보험기준 등에서도 특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들이 나타날 수 있다”며 “현재까지 해결책은 없다. 좀더 고민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특수의료장비 설치기준을 변경하는 것도 쉽지 않고, 예외를 인정해주는 것도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라며 “병상간격 조정 발표 이후 병원계에서 이같은 문제를 제기해 인지는 하고 있었지만 방법을 찾지 못해 난감한 상태”라고 전했다.

한편 복지부는 의료기관 내 감염관리를 위해 병상 간격 조정안을 발표한 바 있다.

신·증축의 경우 병실당 병상 수는 병원급은 1개 병실당 최대 4개, 요양병원은 6개로 제한되며, 병상 간 거리는 벽에서 90㎝, 병상 간에는 1.5m를 이격해야 한다. 중환자실의 경우 벽에서 1.2m, 병상 간 간격은 2m이다.

기존시설의 경우 병실당 병상 수 개선은 없지만 병상 간 이격거리는 오는 2018년 12월 31일까지 병상 간 1m를 만들어야 한다. 중환자실의 경우 병상 간 1.5m를 이격해야 한다.

병원계는 이같은 기준을 맞출 경우 적게는 20%, 많게는 40%까지 병상 수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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