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도 피해갈 수 없는 김영란법…개원의도 요주의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오는 28일부터 시행된다. 이 법은 공직자 등을 대상으로 하지만, ‘등’에 해당하는 범위 때문에 혼란이 일기도 한다. 이는 의료계도 마찬가지다. 공공의료기관과 국립대병원, 사립대병원(학교법인) 소속 의료인 외에도 상황에 따라 중소병원이나 개원가도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5일 공개한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 기관 및 적용 대상자 판단 기준’에 따르면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학교법인, 언론사 등 총 4만919개 기관이 적용대상이다.

해당 기관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직무 관련 여부 및 기부·후원·증여 등 그 명목에 관계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으면 안된다. 또한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내에서 허용되며 외부 강의료와 기고료도 상한액 내에서만 받을 수 있다. 제한된 강의료를 초과하는 금액을 받으면 소속된 기관에 신고하고 반환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과태료 500만원이 부과된다.

어디까지 적용대상인가


권익위에 따르면 의료기관 중에서는 국립중앙의료원, 지방의료원, 서울대병원 등 국립대병원, 사립대병원(학교법인)은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이다. 학교법인이 아닌 협력병원이더라도 대학 소속 교직원들은 법 적용 대상이며 ‘농어촌보건의료특별법’에 따른 공중보건의사도 공무원이므로 청탁금지법이 적용된다.

국립대병원 등 공공기관의 경우 임원은 물론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한 직원들은 모두 법 적용 대상이다. 하지만 용역 계약을 체결한 경비, 환경미화원 등은 제외된다.

학교법인 소속이라고 하더라도 비교원은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명예교수, 겸임교수, 임상강사는 고등교육법상 교원으로 인정되지 않으므로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도 아니다. 다만 시간강사의 경우 현재는 법 적용 대상이 아니지만 교원으로 인정하도록 개정된 고등교육법이 시행되는 오는 2018년 1월부터는 신분이 바뀌어 법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

학교법인이 아닌 의료기관 중에서도 사보를 발행하는 곳은 그 성격에 따라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권익위는 사보가 ‘잡지 등 정기간행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른 잡지나 기타간행물로 등록된 경우 사업자는 언론사에 해당하며 법 적용 대상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모든 임직원이 대상이 아닌 사보 발행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국한된다고 했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세승 김선욱 변호사는 “병원 소식지 정도인 사보는 병원장이 발행인으로 돼 있더라도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홍보국 직원 등만 언론인으로 취급해 법 적용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식 신문을 발행하고 있는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등 보건의료 단체들은 상황이 다르다고 했다. 각 협회들은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이 아니지만 회장들은 신문 발행인을 맡고 있는 맡큼 언론인으로 분류돼 법 적용 대상이 된다는 지적이다.

김 변호사는 “의협신문이나 병협신문은 언론사다. 따라 발행인을 맡고 있는 의협 회장과 병협 회장도 언론인으로 봐야 한다”며 “만약 회장이 발행인에서 물러나고 다른 사람을 임명한다고 해도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만큼 청탁금지법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개원의도 상황에 따라 법 적용 여부 갈려

개원의나 중소병원 소속 의사들도 자유로울 수만은 없다. 권익위는 ‘행정기관 소속 위원회의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 또는 다른 법령에 따라 설치된 위원회 위원 중 공직자가 아닌 위원도 공무수행사인으로 판단해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이라고 했다.

한 개원의는 “보건소 위촉 위원인데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인 것 같아 불안하다”며 “만약 제약사 심포지엄에 참석해 식사를 하고 세미나를 듣는다면 위원이라는 신분 때문에 청탁금지법 적용을 받는 것은 아닌지 여기저기 물어봐도 해석이 제각각”이라고 불안해했다.

이에 대해 김선욱 변호사는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위원회와 관련된 업무에 대해서만 청탁금지법이 적용된다”며 “위원이라고 하더라도 관련 업무와 상관없는 다른 분야에서는 자유인”이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의협 의료광고심의위원회는 보건복지부가 의협에 업무를 위탁한 것으로 위원으로 있는 사람들은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이라며 “하지만 그 위원들이 의료광고 심의와 관련 없는 다른 업무를 할 때는 청탁금지법과 상관없다”고 말했다.

청탁금지법 때문에 대학병원 외래교수 자격을 반납하는 개원의들도 있다. 권익위는 고등교육법상 교원이 아닌 사람은 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했지만 혹시나 하는 불안감 때문이다.

소속 기관에 따라 달라지는 강의료

법무법인 세승은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에 따라 허용된 강의료와 기고료가 다르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외부 강의 1시간에 강의료로 50만원까지 받을 수 있으며 1시간 이상 강의했다면 75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복지부 장관의 기고료는 건당 50만원으로 제한된다. 차관급은 강의료로 1시간에 40만원, 1시간 이상은 60만원 이내에서 받을 수 있으며 기고료는 건당 40만원 이내다.

교수들도 소속에 따라 강의료와 기고료가 달라진다. 특히 국립대병원의 경우 직급에 따라 받을 수 있는 강의료와 기고료가 다르다. 국립대병원장은 1시간 강의료로 최대 40만원, 1시간 이상은 60만원까지 받을 수 있으며 기고료는 건당 40만원으로 제한된다. 임원은 병원장보다 강의료와 기고료 상한선이 각각 10만원씩, 직원은 20만원씩 낮다. 이는 국립중앙의료원, 지방의료원,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공공기관에 모두 해당된다.

반면 사립대병원은 직급 구분 없이 강의료는 1시간당 100만원, 2시간이면 2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기고료도 건당 100만원이 상한선이다. 하지만 공무와 관련되거나 공공기관 파견 강의는 시간과 상관없이 1회당 100만원으로 제한된다. 이는 보건교사나 학교 의사, 언론인에게도 적용된다.

세승 김선욱 변호사는 “앞으로는 서울의대 교수인지, 연세의대 교수인지에 따라 강의료가 달라진다. 그리고 국립대의 경우 직급에 따라서도 받을 수 있는 상한액이 다르다”며 “행사를 주관하는 쪽에서는 혼란스러울 수 있지만 강연료는 기타 소득으로 신고해야 하기 때문에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으니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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