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영 교수, 미국·영국·일본 등 10개국 내시경 수가 비교

심평원 분석한 내시경 원가의 절반도 안되는 수준으로 책정

우리나라 내시경 검사 수가가 일본의 3분의 1, 영국의 14분의 1 수준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내시경 소독 수가도 책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검사 수가마저 너무 낮아 환자 안전까지 위협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톨릭의대 내과학교실 정대영 교수가 우리나라와 대만, 러시아, 미국, 영국, 이스라엘, 인도, 일본, 폴란드, 호주 등 총 10개국의 내시경 검사 수가를 비교한 결과, 우리나라는 최하위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고 30일 밝혔다.

조사 결과, 우리나라 위내시경 검사는 병원급 기준 4만2,360원으로, 폴란드(3만7,118원) 다음으로 낮았다. 특히 우리나라 위내시경 검사 비용은 일본(12만6,877원)의 3분의 1, 영국 공공병원(60만7,381원)의 14분의 1 수준 밖에 안됐다.

영국 영리병원인 HCA health care이 공개한 위내시경 검사 비용은 415만1,000원이었으며 미국 비영리병원인 Virginia Mason Health System은 329만9,000원이었다.

자료제공 :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정 교수는 우리나라 내시경 검사 수가가 이처럼 낮게 책정된 데는 의료현실과 동떨어진 불합리한 상대가치점수 체계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내시경 시스템 가격은 2,172만1,408원, 내시경 스코프는 2,110만8,095원을 기준으로 상대가치점수를 책정하고 있지만 현재 관련 비용이 10배 이상 증가해 시스템은 3억원, 스코프는 3,000만원에 달한다는 게 정 교수의 설명이다.

정 교수는 “상대가치점수라는 것이 20년 전인 1977년 마련된 것으로 현재 의료현장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내시경 영상을 출력하기 위한 비디오 프린터는 713원으로 장비 감가상각비를 정하고 있으나 전자영상시스템 PACS가 주된 출력 매체가 된 지금에는 소용없는 비용”이라고 지적했다.

변환지수와 조정지수가 붙으면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분석한 원가보다도 낮게 책정되는 게 현실이라고도 했다.

지난 1997년 심평원이 분석한 위내시경 검사 원가는 10만66원. 하지만 의사 업무량에 조정지수가 곱해지고 인건비에 변환지수 등이 곱해지면서 비용이 조정돼 원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4만2,360원으로 책정됐다.

정 교수는 “공급하는 재화에 대해 실제 원가보다도 낮은 보상을 한다면 공급은 이뤄질 수 없다”며 “의료기관은 정상적인 수익 구조를 통해 기관을 존속시키기 어렵기 때문에 원가를 절감하거나 전체 매출 규모를 늘리거나 우회적인 수입원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결과적으로 필수적인 의료 인력을 감축하고 저가 재료와 장비를 사용하는 것은 고스란히 환자 안전에 위협이 된다”며 “가장 윤리적이어야 하는 의료기관 생존을 지속하기 위해 비윤리적인 비용 체계를 가동해야 하는 모순에 빠질 수밖에 없다. 소위 관행이라고 하는 변환지수와 조정지수가 부조리의 시발”이라고 비판했다.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김용태 이사장(서울의대)은 “내시경은 하면 할수록 손해라는 것을 정부도 알고 있다. 내시경 수가 정상화는 구긴 안전 관리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화기내시경학회 양창헌 회장(동국대경주병원)도 “현재 내시경 기계값이 10년 전보다 3배는 올랐는데 그동안 내시경 수가는 물가인상도 못 따라 갔다는 것은 OECD 회원국으로서 부끄러운 일”이라며 “선진국 수준은 아니어도 동남아시아 국가나 남미 수준으로 내시경 원가는 인정해주는 것이 정직한 국가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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