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제도 초기 평가결과 비공개 원칙…병원 줄세우기, 국민 오해 우려에 홍보 자제 요청

최근 일부 의료기관이 비공개키로 한 의료질 평가 결과를 홍보에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의료질 평가가 초기단계로 제도 안정화가 필요하고 자칫 병원 줄세우기에 활용될 수 있다고 판단, 그 결과를 비공개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하지만 일부 의료기관들은 1등급을 자랑하는 듯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Y대학병원과 I대학병원, E대학병원, H대학병원 등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개별 통보한 2차 의료질 평가에서 1등급을 받았다며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들은 보도자료를 통해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으로 인정받았다” 등을 강조하고, 병원 홈페이지에도 ‘보건복지부 의료질평가 전부분 1등급 병원’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E대학병원은 5개 평가영역 59개 평가지표 중에서 3가지 영역에서 1등급을 받았다고 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이같은 보도자료 배포되자 특정 지역에서는 의료기관 줄세우기 현상이 벌어졌다.

Y대학병원이 해당 지역에서 유일하게 1등급을 받았다고 홍보하자 지역 언론이 지역 내 의료기관의 평가결과를 비교한 것이다.

이로 인해 1등급을 받지 않은 K대학병원 등은 지역거점 의료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질 개선이 안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아직 평가 지표 등의 개선이 필요한 불안정한 제도가 홍보자료로 활용되고 있는 점에 대해 우려가 나오고 있다.

A대학병원 관계자는 “우리도 전 부문 1등급을 받았지만 정부가 비공개라고 해서 홍보를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며 “아직 평가에도 문제점이 많다. 홍보하고 있는 병원 중에는 환자수가 적어서 결과가 잘나온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의 분위기를 보고 우리도 (의료질 평가 결과) 홍보 여부를 고민해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B대학병원 관계자는 “현재 이의신청 기간이라서 최종 결과가 나온 것도 아니다”라면서 “심평원이 주는 정보도 일부 제한적이어서 세부적인 평가 이유를 모르고 있는데 그 결과를 홍보하는 것은 맞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해당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일부 의료기관들의 의료질 평가 공개 및 홍보에 난감해 하는 모습이다.

병원 스스로 점수를 공개해 홍보하는 것을 강제로 막을 수는 없지만 타 기관과의 형평성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심평원 관계자는 “의료질평가가 선택진료비 축소에 따른 손실 보전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절대평가가 아닌 상대평가라 이러한 결과가 공개됐을 때 국민들의 오해를 일으킬 수 있어 등급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도가 안정화되고 평가체계가 잡히게 된 이후에는 의료질 향상에 따른 의료기관 선택권 강화를 위해 공개할 수 있겠지만, 현재는 공개하지 않고 중장기적으로 검토해 나간다는 것이 방침”이라며 “그나마 할 수 있다면 병원 내에서 환자들에게 의료질 지원금과 관련한 수가차이 등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에는 평가결과에 대한 설명회나 최종 결과가 나오기 전에 홍보 보도자료가 나와 이를 제지한 적은 있지만 이번에는 사실상 평가결과의 변동이 적을 시기에 자체적으로 홍보에 활용한 거라 하지말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원칙적으로 비공개지만 의료기관들이 자체적으로 공개하는 것까지는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인 것.

그러나 잇따른 병원들의 홍보로 공개를 원치않는 병원들의 평가결과까지 공개되는 부작용이 발생해 복지부와 심평원은 해당 기관들에게 홍보 자제를 요구할 방침이다.

심평원 관계자는 “지난해 2등급에서 1등급으로 결과가 좋아진 경우 등은 자랑을 하고 싶겠지만 국민들이나 다른 기관의 입장을 고려해 (홍보를) 자제해 달라고 부탁을 할 예정”이라며 “정부 입장에서도 공개를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홍보하려는 병원이 더 늘어나지 않도록 (의료기관들에) 연락을 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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