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원격의료 필요성에는 공감…대상환자, 사업 기간 보완 주문

정부-의료계 시각차는 여전…김승희 의원 "한계 보완 위해 머리 맞대보자"

정부가 그동안 시행해온 원격의료 시범사업 결과를 전격 공개하면서 원격의료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이 결과를 접한 전문가들은 상반된 의견을 내놔 원격의료 확대까지는 좀더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24일 새누리당 김승희 의원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원격의료 시범사업 평가를 위한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보건복지부 정진엽 장관과 국과장이 참석하는 등 정부의 원격의료 확대 의지를 여실히 드러냈다.

하지만 참석한 전문가들은 원격의료 도입 필요성에 대해선 동의하면서도 도입에 앞서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쏟아냈다.




우선 첫 번째 발제자인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윤건호 교수는 ‘원격모니터링의 유효성’ 주제발표를 통해 원격모니터링에 치료 개선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윤 교수에 따르면 일반 원격모니터링을 적용한 제2형 당뇨병 환자 대상으로 당화혈색소를 분석한 문헌 24편을 메타분석한 결과, 연구기간 동안 대조군에 비해 원격모니터링 적용군의 당화혈색소가 지속적으로 낮게 유지됐다.

2014년 1차 원격의료 시범사업 참여자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원격진료의 혈압 및 혈당관리 개선효과가 확인됐다.

서울/경기 및 지방 중소도시 소재 13개 1차 의료기관에 내원하는 247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복합만성질환 원격모니터링 시스템’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진행된 다기관, 무작위, 대조군 비교 연구에서 원격진료군은 당화혈색소와 공복혈당, 체중, BMI가 대조군 대비 모두 유의하게 감소했다. 복약순응도와 치료 만족도도 두 군간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윤건호 교수는 “메타분석을 비롯해 여러 연구 결과, 원격진료는 복합만성질환 관리에 유용한 것으로 사료된다”면서 “전반적으로 원격의료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도 높게 나타났고, 안전성 역시 큰 문제가 없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윤 교수는 “더 광범위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유용성과 비용효과성 등을 검증해 건강보험을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가 필요하고, 원격의료 기기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식약처 규정 등 관련 기준을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가천대 길병원 소화기내과 박동균 교수도 ‘원격진료의 의학적 안전성’이라는 발제를 통해 “현재까지 원격의료서비스 시범사업에서 원격의료로 인한 이상반응의 증가는 보고되지 않았다”면서 “원격의료 활성화 모델 개발 및 실증 사업에서는 2건의 이상반응이 보고됐으나 원격의료와의 인과관계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원격진료협회(ATA)는 원격의료의 안전성에 대한 연구 및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원격의료가이드라인을 제정했는데, 이를 준수하면 안전하다고 판단된다”면서 “향후 인공지능, 센서, 사물인터넷 등의 발달로 원격의료의 비약적 발전이 예측된다”고 전망했다.

고려사이버대 융합정보대학원 한근희 교수는 ‘원격의료의 기술적 안전성과 보안’이라는 발제를 통해 “원격의료와 기기의 안전성·보안성은 의료시스템과 별도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고 해당 의료기관의 안전성·보안성과 상호 밀접한 관련이 있다”면서 “현재 원격의료 서비스에 시범 적용한 보안 통제항목들은 국내 의료기관 현실 상황을 고려해서 적용 가능한 수준으로 설정하고, 향후 지속적으로 현장에 적용하면서 수정보완해 보안수준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향후 통신기능이 탑재돼 원격의료에 활용될 수 있는 의료기기는 의료기기가 아닌 유헬스케어 의료기기만으로도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정부에서 지원할 필요가 있다”며 “원격진료용 화상모니터 등 일반 ICT제품을 원격의료 모형에 사용했을 때 이를 유헬스케어 의료기기로 취급해야 하는지 등 원격의료 관련 제품 인허가 가이드라인이 명확하지 않아 이에 대한 정책방향 설정과 지침 정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원격의료 효과성·안전성 결론 내리기 부족"

하지만 지정토론에서는 원격의료 시범사업 평가연구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김형수 실장은 "이번 평가연구에 대한 결과는 흥미롭고, 이를 기반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도 있겠으나 이번 연구만으로는 임상적 유용성에 대한 결론을 내릴 수가 없다. 혈당수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인 연령 등은 최소한 시험군과 대조군 사이에 비슷하게 맞춰야 한다"면서 "합병증 발생 등 안전성에 대해서도 충분히 시간을 두지 않고 있다. 학력이나 경제적 수준을 맞추지 못한 것도 아쉽다. 디자인에 문제점을 갖고 진행된 연구결과를 갖고 원격모니터링 효과가 있다고 하는 것이 맞는가에 대한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격의료를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왜 이런 사업에 대해 의료계가 적극적이지 않은가에 대해서 생각해주길 바란다"면서 "지속적으로 반대해왔던 것은 기술적 안전성이다. 향후 시범사업에서는 대면진료와 동일한 기술적인 진료가 가능한가를 확인해야 한다. 향후 시범사업에서는 의료계가 원하는 것이 반영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서울의대 김윤 교수도 "디자인을 보면 이번 평가연구만으로 원격의료가 효과적인가, 안전한가에 대한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대조군을 갖추고, 규모와 연구기간을 늘려서 연구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면서 "안전성 문제가 원격의료와 관련없다고 결론을 내렸는데, 복잡한 의료기기나 중증질환을 대상으로 하게 되면 문제가 달라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 "원격의료는 약이 아니다. 서비스가 얼마나 성의있게 운영되는가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면서 "원격의료는 모형이나 서비스 내용과 같이 과정 등에 대해 얘기해야 하고, 향후 시범사업과 평가연구는 이러한 점이 고려돼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남서울대학교 유태규 교수는 "시범사업에 대한 평가를 위한 연구라는 점에서 기간이나 대상자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면서 "다만 원격모니터링을 받았는가만을 가지고 대조군을 설정하지 않고, 가정간호사업 대상자 등 다양하게 대조군을 확대한다면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정책 협의체를 통해 원격의료에 대한 생산적인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환자단체와 소비자단체는 소비자 측면에서의 평가를 요구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 안기종 대표는 "원격의료도 결국 환자를 위해서 하는 보조수단인데, 이번 토론회에서 환자가 참석하지 않은 게 아쉽다"며 "평가결과에서 환자에 대한 얘기가 너무 없다. 학술적인 연구만 하지 말고, 환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연구를 해줬으면 한다. 환자가 스스로 만성질환을 관리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증 환자를 고려할 때 법률 개정을 통해서 원격의료를 빨리 시행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며 "다만 만성질환자에 대해서 원격의료를 적용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장기 안전성에 대해서는 고민과 보완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CTV 소비자연구소 조윤미 대표 역시 "원격의료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현재 국내 환자들은 의료서비스에 대한 정보가 취약하다. 원격의료 서비스를 받고 있는 환자가 생활관리나 정보 측면에서 얼마나 달라졌는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제공자 중심으로 연구를 마련할 것이 아니라 환자인 소비자 중심으로 연구를 재구성해야 한다. 서비스를 통해 어떤 가이드를 줄 것인지, 어떻게 끌고 갈것인지 등 질적연구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복지부 김강립 보건의료정책관은 "이제까지의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적잖았다"면서 "몇가지 문제는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범사업을 통해 비교적 효과를 확보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실적으로 중증장애인이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 특수지역 거주자 등은 기존의 의료시스템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대면진료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정도로 진행된다면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적어도 이제는 소비자나 환자의 입장에서 고민하고, 이것이 정말 문제가 있는지 필요한지, 어떻게 발전시켜나가야 할지에 대한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의료계의 협조가 원격의료의 직접적인 성공요인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책임소재에 관한 부분들, 의료현장의 붕괴 등 의료계가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서 정부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의료시스템이 보다 발전적이고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토론회를 주최한 김승희 의원은 “원격의료는 시대적 흐름 속에 역행할 수 없는 문제로 선진국에서 활용하고 있고, 치료접근성과 환자편의성을 높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논의돼야 한다”면서 “그간 여러번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법안이 발의되긴 했지만, 진전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2014년 9월부터는 시범사업을 의료취약지역을 대상으로 실시했지만, 의료계의 적극적 참여 없이 이뤄져 반쪽짜리 평가라는 외부 지적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실제 원격의료와 관련해 유효성이 있는지, 개인정보유출 가능성은 없는지, 오진의 가능성 등 안전성 문제가 발생할 여지는 없는지 검증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번 토론회를 통해 원격의료 시행여부에 대한 갈등보다는 예상가능한 한계를 어떻게 보완할지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데 지혜를 모아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보건복지부 정진엽 장관도 “원격의료는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시범사업을 통해 효과를 확인했고, '의료취약계층 대상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며 “시범사업을 평가하는 이번 토론회는 매우 뜻깊은 자리다. 원격의료에 대한 오해를 해소하고 원격의료에 대한 논의가 보다 활성화돼 원격의료가 국민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의료서비스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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