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훈의 제4의 불 - 융합과 미래

최근 포켓몬고 때문에 다시 부각되고 있는 ‘현실을 증강한다’는 의미의 증강현실은 1968년 이반 서덜랜드(Ivan Sutherland)가 발표한 논문에서 처음으로 소개됐다. 당시 논문은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의 역사에서도 첫 번째 테이프를 끊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오늘날의 가상현실 기기와 유사한 머리에 쓰는 HMD(Head-Mounted Display)를 이용한 시스템을 개발했는데, 당시 컴퓨터 성능의 문제로 매우 단순한 와이어 프레임 정도만 실시간으로 표시할 수 있었다고 한다.


보다 현실적인 증강현실 기술은 1992년 톰 코델(Tom Caudell)이 ‘증강현실’이라는 용어를 직접 사용하면서 태동하게 된다. 역시 HMD를 이용한 디스플레이 기술이 가장 중요하게 취급되었는데, 이 기술을 이용해 다양한 분야의 연구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증강현실이 폭발적인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휴대폰과 같은 모바일 컴퓨팅 단말기의 성능과 입을 수 있는 웨어러블 컴퓨팅 환경이 상업화 가능성을 보이기 시작한 최근의 일이다.

이처럼 감각과 능력을 증강시키는 기술들을 잘 활용하게 되는 인간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

최근 급부상하는 개념은 증강휴먼(Augmented Human)이다. 증강휴먼이란 증강현실에서 육체적, 지적, 사회적 능력을 강화거나 확장한 인간을 말한다. 인간의 오감을 능가하는 새로운 감각을 제공하는 다양한 기술들은 증강휴먼 기술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이미 스마트폰에는 인간의 오감을 능가하는 전혀 새로운 감각들이 들어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GPS 라고 불리는 위치센서다. 인간은 자신이 있는 위치가 지구상의 어디에 있는지 감각으로는 느낄 수 없다. 그렇지만, 스마트폰은 인공위성이 보내는 신호와 인터넷과 연결된 무선망 또는 무선전화망의 신호를 조합해서 현재의 위치를 감지할 수 있다. 또한, 버스카드나 지하철카드 등에 이용되는 RFID라는 기술의 칩을 감지하는 것은 전기나 자기를 감지하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런 변화가 가져올 부작용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을 모두 제대로 경험하기 위해서 안경처럼 쓰고서 빛을 눈에 투과시켜서 영상을 보는 장치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선 시각에 대한 안전성에 대해 주의할 필요가 있다. 지나치게 강한 빛을 망막에 오랜 동안 비추게 되면 시력저하나 이상한 것들이 보이는 현상 등이 나타나지는 않는지 적절한 임상실험을 해야 할 것이다. 또 하나의 부작용으로 ‘사이버 멀미(Cybersickness)’도 나타날 것이다.

증강현실이나 가상현실 기기를 오래 착용할 때 멀미를 하는 것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나면서 오심과 구토 등을 일으키는 경우다. 이런 증상은 3D 영화나 TV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는 현실세계와 가상세계의 차이 때문에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동물 실험에서는 가상현실 환경에서 뇌가 제대로 반응하지 않는 소위 ‘먹통현상(brain shutdown)’이 발생한다는 발표도 있었는데, 이와 관련해서는 좀더 자세한 연구가 필요하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콘텐츠에 의한 인지장애도 간과할 수 없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콘텐츠에 매혹되어 현실과 가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와 같이 사실상 가상현실 3D 콘텐츠가 증강현실의 형태로 구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섞여서 보인다면 실제 사물에 대한 인지에 혼란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증강현실, 가상현실 장비를 착용하고 이동을 하거나 의식하지 못한 상황에서 범위를 벗어나는 행위를 하려고 할 때에는 경고를 하는 등의 장치가 필요할 수도 있다.

확실한 것은 증강현실이나 증강휴먼이나 모두 인간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 기술이므로 긍정적인 가치 이상으로 혹시나 있을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서도 철저히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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