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서 첫 설명회 개최…30여명 참석에 반대 1인 시위도

9월 전화상담을 포함한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을 앞두고 준비태세에 들어간 의원이 있는가 하면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는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아 진통이 예상된다.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 19일 오후 6시 공단 인천부평지사를 시작으로 ‘만성질환 관리 시범사업 설명회’를 열었다.




그러나 이날 설명회는 행사 전날에서야 일정이 확정된 데다 당일 오후 설명회 안내 공문이 발송되면서 참석률이 저조했다. 30여분 간 지연된 행사에는 인천시의사회 임원진을 포함한 30여명만 참석했다.

공단 만성질환관리시범사업지원단 이은영 팀장은 “기존 만성질환관리 사업들이 본인부담률 감소 등 환자 중심이었다면 이번 시범사업은 의사들이 많은 역할을 하는 것”이라면서 “고혈압, 당뇨병 등이 관리되면 연간 5%인 합병증 발생률을 20% 감소시키고 이로 인한 1,100억원의 진료비를 절감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범사업 참여 기관은 기관 수를 제한하지 않되, 올해 말 추가로 모집을 할 것이며 청구는 기존 심평원에 EMR로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시범사업 신청자 모집 3일 만에 110여곳 신청

공단의 사업 설명에 이어 진행된 질의응답시간에는 참여를 희망하는 의원이 질의서를 준비하는 등 적극적인 곳들도 눈에 띄었다.

실제 사업 신청 기관 3일째인 지난 19일 오후 5시를 기준으로 110여곳의 의원이 신청을 완료한 상태로, 공단은 예상보다 높은 신청률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A의원 관계자는 “의사 1명당 환자 100명을 기준으로 하면서 기기 보급을 20~30개 수준으로 한다고 들었다. 기기 보급이 잘 안된다면 사업이 잘 진행될 수 없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 기획제도팀 김건훈 팀장


이에 대해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 기획제도팀 김건훈 팀장은 “환자 개인이 쓰고 있던 기기를 우선적으로 쓸 수 있다. 이번에 제공하는 기기는 무선통신이 가능한 것으로 평균 1개소당 20~30개 지급을 예측하고 있는데, 환자가 사용 중인 기기의 상태를 의사가 확인해서 추가로 필요한 경우에 지급하는 것이며 최대한 지급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B의원 관계자는 “환자가 생체정보를 기록만 하고 입력을 하지 않았다면 의사가 이를 대신해도 되는가”라고 문의했다.

이에 대해 김건훈 팀장은 “원칙적으로는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공인인증서라는 시스템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환자 본인이 직접 입력 해야 한다. 이를 위해 환자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홍보와 안내를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환자 편의성 높인다더니 공인인증서 발목

그러자 공인인증서 사용을 둘러싼 실효성 문제와 전화상담 시 본인확인 문제가 거론됐다.

C의원 관계자는 “만성질환관리 사업의 시작이 고혈압과 당뇨를 가진 환자의 편의를 위한 것인데 개인정보 때문에 공인인증서를 사용한다는 것은 서로 상충된다. 안 맞는 것 두 가지를 엮으려고 하니까 어려운 것이다”고 지적했다.

또 “전화상담은 지금까지 개인정보보호법 등에 의해 의료에서 인정되는 행위가 아니었다”며 “전화로 진료설명을 할 때 귀책사유가 항상 의사에게 있었다. 전화를 받는 사람이 실제 본인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보험사에서 보호자인 것처럼 속여 환아의 진단명과 내용을 의사에게 설명을 듣고는 보험료를 삭감한 적이 있었다. 이 경우 의사가 또 책임을 질 수 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환자들이 보험가입을 하고 싶어서 고혈압이나 당뇨 수치를 수기로 조작하거나 할 경우 이를 막을 방법이 있냐”면서 “이로 인한 귀책사유는 또 누구에게 있는 것인지. 이러한 위험성을 가진 것을 보완할 대책이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팀장은 “전화상담은 환자의 요청에 의해 약속된 시간에 하는 것으로 실제 이뤄지지 않는다면 수가가 책정되지 않는다”며 “재진환자를 대상으로 환자와 의사간 신뢰가 바탕이 되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고 답했다.

또한 “(보험사기는) 극단적인 케이스다. 만약에 발생한다면 시범사업에서 그 환자를 배제할 것이며, 그에 따른 귀책사유 또한 환자에게 있는 것이다.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의사를 속였기 때문이다”라고 답변했다.

문제 많은 시범사업 원점서 재검토해야

하지만 시범사업 설명회나 홍보 등이 부족한 상태에서 사업을 강행하는 것은 원격의료를 염두한 것 아니겠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인천시의사회 송태진 대의원은 “어제 오후 5시에 (설명회 일정) 연락을 받았다. 복지부가 만성관리 시범사업을 하기로 하면서 의사협회와 모든 것을 상의하기로 했는데 아직 준비가 너무 안돼 있다”며 “사업을 하려면 기기도 같아야 하는데 인정받지 않은 기기도 많다. 이를 먼저 해결해야 하는데 너무 서둘러 시범사업을 진행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업을 진행하는 복지부 주무부서가 원격의료추진단이더라. 원격의료와 주치의제에 대해 복지부 내부적으로 장기 지침을 갖고 있는 것 아닌지 솔직히 말해 달라”고 꼬집었다.

D의원 관계자는 “그동안 시범사업이 실패한 것은 의사단체가 참여하지 않고 객관적인 정보를 주지 않아서다. 이번에는 의료기관 선정이나 수정 오류 등 달라질 것이라 생각했다”면서 “그런데 처음에는 의협과 충분히 상의한다고 하더니 설명회부터 삐걱거린다. 내부적으로 의사단체랑 어떻게 논의를 해서 기관을 선정하고 오류를 수정해 평가할 것이냐”고 물었다.

E의원 관계자는 “이번 사업의 재정은 누가 주는 것이냐. 사업의 주최는 누구냐”면서 “시범사업 전에 예상되는 문제를 개선해서 진행을 해야 한다. 차라리 공단이 만성질환자 대상 교육을 더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문제가 뻔히 보이는 것을 의사가 참여하는 것도 그렇고 한번 더 보완해서 할 생각은 없는지 묻고 싶다”고 말하자 박수가 쏟아지기도 했다.

이에 김 팀장은 “건강보험에서 지급되는 재원으로 일반 수가 청구방식과 동일하며, 새롭게 상담수가와 교육에 대한 수가가 들어가 있는 것”이고 설명했다.

그러자 E의원 관계자는 “상담료 등 진료비가 너무 낮기 때문에 수가를 높여서 상담 시간을 더 가질 수 있는 게 더 효과적인 정책이라고 보여진다”며 “하지만 좀 더 보완을 해서 사업을 진행해야지 이대로 밀어부치는 것은 문제가 많다. 사업 설명회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계획을 세워야한다. 인천시의사회 임원도 오후에 전화를 받아서 갑자기 온 거면 몰래 빨리 사업을 진행하려는 것으로 밖에 달리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김 팀장은 “의정협의체 등 논의기구에서 몇 번에 걸쳐 (원격의료는) 아니라고 천명을 했다. 건정심에서 보고한 이후에도 내부적으로 수많은 논의가 있었으며 의협에서도 전향적으로 검토를 하겠다고 했다”며 “복지부와 의협에서 각각 TF를 구성해 과정에 대한 세부 기준이나 절차를 같이 논의하기로 어느 정도 이야기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행사 도중에는 1인 시위를 하는 인천시의사회 한 임원과 행사를 진행하는 공단 측 관계자와의 충돌도 있었다.

이날 인천시의사회 소속 한 임원은 ‘전화=원격, 상담=진료, 원격의료는 의료산업화, 의료전달체계 붕괴, 국민건강권 훼손‘ 등의 내용을 적은 피켓을 들고 행사장 뒤에서 묵언 시위를 벌였다.

그러다 공단 관계자가 "어떻게 온 거냐"고 묻자 그는 “아무 말없이 가만히 있는데 왜 그러냐. 이곳은 반대도 할 수 있는 자리고 찬성도 할 수 있는 자리다. 말 한마디 없이 가만히 서있는 것도 안되는 것이냐”고 고함을 쳤다.

이 임원은 행사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키며 “개인의 주장일 뿐이다. 이번 시범사업에 대해 반대해야 할 사람은 반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입장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복지부 김건훈 팀장은 “전화상담은 상담수가의 일종으로 의료계에서 요구해왔던 것이다. 그때 제안은 의료기관에서 전화 하는 것을 원해 이를 감안한 것이며, 공인인증서는 편의성과 보안의 문제가 상충되는데 기본적으로 공인인증서를 하되, 편의성에 저해가 되면 다른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그는 "각종 시행착오는 시범사업을 통해 답을 찾아가겠다”면서 “현장 의견들은 충분히 감안해서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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