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수의 시장조사로 본 세상

주변 사람들로부터 병원이나 의사를 소개해 달라는 부탁을 종종 받는다. 환자나 보호자 상황을 잘 알거나 또는 아주 긴박한 상황이 아니면 대부분 대답을 피한다. 환자에게 맞는 병원 또는 의사는 개별 상황에 따라 고려할 요소가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부탁 외에 자주 받는 질문이 하나 있는데 모 방송의 명의 프로그램에 나오는 의사가 진짜 명의 맞냐는 것이다. 이 때도 역시 대답을 피하는데 이유는 비슷하다.

명의 프로그램의 가치는 특정 질환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키고 치료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를 돕는다는 점에 있다고 생각한다. 몇몇 병원으로 환자 집중 현상을 더욱 부추긴다는 의사들의 불평이 있지만 말이다. 하지만 병원이든 의사든 외부에 알리려는 노력도 이 시대에 필요한 능력 중 하나라고 한다면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명의 프로그램의 주인공은 대부분 외과의사인데 수술 과정과 결과를 극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 있다. 최근에는 환자나 보호자 인터뷰 또는 병원 동료 인터뷰를 통해 의사가 어떠한 사람이다라는 코멘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점이 눈에 띈다.

수많은 의사를 만나면서 어떤 의사가 명의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명의가 갖춰야 할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환자가 자기 증상을 제대로 표현하도록 이끌어 내는 능력’과 ‘환자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진료실에서 의사와 환자 사이에 이루어지는 대화는 결국 최선의 치료방법을 결정하기 위한 의사의 정보 수집에 있다. 의사와 환자와 상호작용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순간이다. 진료시간이 충분하다면 의사는 치료방법 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모든 방법을 사용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주어진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정해진 시간 안에 의사와 환자가 효과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는 의사가 환자에게 얼마나 친절하느냐 하는 것과는 다른 영역이다. 병원은 이러한 시스템을 갖춰야 하며 환자 역시 필요한 정보를 정확하게 표현하는 훈련이 이루어 지는 것이 좋다.

심층면접(In-depth Interview)시 ‘어떻게 하면 인터뷰 대상이 자신의 의견이나 생각을 잘 말하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된다. 조사 과정에서 가장 즐거운 부분이기도 한데, 고안한 방법이 적절했을 경우 인터뷰 내용이 풍부해지기 때문이다. 또한 인터뷰로 인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고마움을 표시하는 인터뷰 대상자들도 있다. 진료실에서 환자를 보는 것과 조사과정에서 인터뷰 하는 것은 경우가 다르겠지만 한국의 의사들도 이러한 의사소통 과정에 즐거움을 느낄 수 있길 바란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