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흉부외과 조양현 교수에게 듣는 인공심장 이식술

인공심장 이식은 오랫동안 심장질환을 앓아 더 이상의 약물이나 수술치료가 불가능해 치료를 포기한 중증 심부전 환자들에게 희망적인 치료법으로 꼽힌다. 하지만 수술비용이 비싸고 수술 후 관리가 어려워 지금껏 10여건만이 시행됐을 뿐이다. 주목할 부분은 그 중 7건을 한 병원, 바로 삼성서울병원에서 시행했다는 점이다. 더 나아가 삼성서울병원은 최근 국내 최초로 인공심장클리닉을 개설했다. 삼성서울병원 흉부외과 조양현 교수에게 인공심장 이식술에 대한 노하우와 클리닉 개설 이유 등에 대해 들어봤다.




-국내 최초로 인공심장클리닉을 개설했는데.
심장 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편히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첫 번째 목적이다. 수술 상담이나 수술하는 환자들이 여유롭게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고, 내·외과 협진을 통한 전문적인 치료의 기회도 제공한다. 또한 지금까지 병원에서 7명의 환자가 성공적으로 인공심장수술을 받았다. 이는 국내에서 가장 좋은 성과인 만큼, 앞으로도 이 분야를 계속 주도해 나가자는 상징적인 의미도 담고 있다.

-인공심장 이식술과 그 대상에 대해 설명을 부탁드린다.
인공심장은 그 종류가 다양한데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인공심장은 좌심실보조장치(LVAD, Left ventricular assist device)를 말한다. 이론적으로는 좌심실의 기능만 보조하면 되는 환자들에게 인공심장 수술이 가능하다. 즉 좌심실의 기능만 기계로 대체하면 생존에 문제가 없는 환자들에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란 말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심부전 환자에게 가장 좋은 치료법인 심장이식은 폐동맥 고혈압 환자, 고령자 또는 영유아, 암 환자, 감염증 환자, 수술 후 면역억제제를 먹을 수 없는 환자에게는 시행할 수 없다. 이처럼 심장이식을 시행할 수 없는 환자 중 의사들이 종합적으로 판단해 인공심장이식 대상을 선정한다.

- 인공심장 이식이 불가능한 경우는.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인공심장 이식은 좌실심의 기능을 대체하기 위해 시행한다. 때문에 좌심실 뿐 아니라 우심실도 완전히 망가졌거나, 좌심실은 멀쩡한데 우심실이 망가진 심부전 환자들은 인공심장 이식이 불가능하다. 또 수술 후 항응고 치료를 해야 하기 때문에 항응고제 투여가 어렵거나 신체를 많이 쓰는 일을 하는 사람들도 수술을 받을 수 없다.

- 인공심장 이식을 결정할 때 가장 크게 고려할 사항은.
역시 적절한 환자의 선정이다. 인공심장 이식을 하는 환자들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바디 컨디션’(body condition)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다. 아무 문제가 없는 사람들은 심장 이식수술을 하면 된다. 사실 좌심실이 안 좋은 환자들은 우심실도 제 기능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적절한 적응증 환자를 선정하는 것이 제일 어렵다.

또 인공심장 이식술은 억대의 비용이 소요되는 수술로,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큰 부담이 되기 때문에 권유할 때 조심스럽다. 특히 수술이 잘 안됐을 때 (신체적·경제적) 충격이 클 수밖에 없어, 신중에 신중을 기해 이야기를 꺼낸다.

수술 이후의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펌프는 몸 안에 들어가지만 컨트롤러는 피부 밖에서 배터리와 연결되고, 배터리는 주기적으로 충전해야 한다. 드라이브 라인 주변의 피부도 정기적으로 소독 관리해야한다. 또 정기적으로 병원에 내원하고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관리해야 하는 등 종합적인 부분에 대해 환자와 그 가족들이 준비가 돼 있는지가 중요하다.

-삼성서울병원이 국내에서 가장 많은 인공심장수술을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처음 본원의 이영탁 교수가 인공심장이식을 시작할 때는 불모지나 다름없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많은 투자를 이끌어 내면서 시스템을 만든 게 성공의 발판이 됐다. 처음에는 지원을 받아 세 명의 환자에게 무료로 수술도 시행했는데, 수술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또한 인공심장수술 전문 코디네이터 육성과 인공심장 관련 교육 및 시스템 구축에도 지대한 역할을 했다. 인공심장수술 후에는 내과적 치료 관리도 중요한데, 이 부분도 다른 병원보다 훌륭한 시스템을 갖출 수 있어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은 진행형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는.
3세대 인공심장을 수술을 받은 첫 번째, 세 번째 환자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첫 번째 환자는 한국으로 여행 온 미국 교포였는데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갑작스럽게 심근경색이 발생했다. 한국에는 연고자가 없었고, 한국에서 1년 이상 거주하지 않아 심장이식수술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고민하던 끝에 인공심장이식을 시행하기로 결정했고, 수술 후 40일 만에 미국으로 돌아갔다. 공항까지 환자를 배웅했는데 지금까지도 감사의 편지를 보내고 있다. 세 번째 환자는 심근경색으로 다른 병원에 내원했다가 갑자기 심장마비가 발생해 에크모(ECMO)를 장착한 뒤 합병증으로 팔이 괴사해 이를 절단한 상태로 우리 병원에 왔다. 전원 후 상태가 더 악화돼 다리까지 절단했는데, 심장이식수술이 불가능해 인공심장이식을 시행했다. 다행히 (인공심장 이식) 수술은 잘 마무리됐다.

-수술비는 고가이면서 대상은 제한적인 인공심장 이식술의 미래를 예측한다면.
우선 소형화가 이뤄질 것이다. 지금보다 훨씬 작고 정교한 기기가 개발되고 이를 통해 환자들은 더 쉽게 수술 받고 빠르게 완쾌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현재 6~7시간마다 충전해야 하는 배터리 성능도 크게 개선되고 무선충전과 무선통신도 가능해지지 않을까 싶다. 디바이스가 개발되면 수술법이나 환자를 관리하는 방식도 같이 발전할 것이다. 그 다음은 ‘완전 인공심장’의 상용화다. 심장 이식수술처럼 기존의 심장을 완전히 제거하고 인공심장을 새롭게 이식하는 것이다. 현재도 상용화된 모델이 있지만 아직 만족스럽진 않다. 안정성을 늘리는 작업이 진행되고 개선된다면 모든 심장병을 치료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인공심장 이식은 비용도 비싸고 성공률이 낮다는 인식과 더불어 많은 이들이 이에 대해 잘 알지 못한 상황이다. 국내에서 치료건수가 현저히 낮은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병원에서 인공심장의 혜택을 받은 환자가 7명인데, 실제 필요한 환자는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일례로 일본에선 연간 수십명의 환자가 수술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환자들도 인공심장 이식이란 방법이 있음을 알고 찾아왔으면 한다. 경제적인 문제를 포함해 우리와 함께 의논하고 해결책을 찾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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