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서울대 암병원 종양내과센터 종양내과 김범석 교수

비소세포폐암은 EGFR, ALK, T790M 표적항암제에 이어 면역항암제까지 치료옵션으로 등장하면서 치료의 최종 목표인 생존기간 연장에 대한 성과가 개선되고 있다. 이로 인해 장기간 생존 환자가 늘어났지만, 생존기간 증가는 다른 장기로 전이가 일어나는 환자의 증가도 불러왔다.

그 중에서도 뇌전이가 약 40%의 폐암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뇌전이된 폐암의 치료 예후를 높이는 것이 또 다른 과제로 떠올랐다. 이를 반영하듯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 ‘자이카디아’(성분명 세리티닙) 등 최근 개발된 비소세포폐암 표적항암제 신약들은 이전의 표적항암제와 달리 임상시험을 통해 뇌전이에도 효과적이란 근거를 확보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국내 임상현장에서는 EGFR 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에서 ‘이레사’(성분명 게피티닙), ‘타쎄바’(성분명 엘로티닙), ‘지오트립’(성분명 아파티닙) 등 이전의 EGFR 표적항암제도 뇌전이 관련 유용성을 갖고 있다는 시각이 적잖다. 뇌전이와 관련해서도 세 약제마다 차이가 있으므로, 초기 진단부터 뇌전이가 진단될 경우 이를 고려한 약제선택이 필요하다는 것이 일부 국내 의료진의 분석이다. 이에 서울대 암병원 종양내과센터 김범석 교수(종양내과)를 만나 뇌전이된 EGFR 양성 비소세포폐암의 현재와 향후 치료 패러다임에 대해 얘기를 나눠봤다.


- 최근 뇌전이된 폐암이 주목되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 최근 들어 부쩍 뇌전이 환자들을 많이 접하고 있는데, 교과서적으로는 폐암 환자 20~30%에서 뇌전이가 있다고 하지만, 체감적으로는 좀 더 많은 것 같다. 이는 EGFR이나 ALK 표적치료제 덕분에 생존기간이 연장됐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폐암 4기 환자 대부분이 생존기간 1년을 넘기기가 쉽지 않았으나, 지금은 생존기간이 2년, 3년씩 늘어났다. 그러다보니 환자들의 생존기간이 길어지면서 뇌전이가 늘어난 부분도 있다. 또 MRI 기술이 많이 발전하고 정교해지면서 예전에 찾지 못했던 미세전이까지 모두 발견할 수 있게 된 점도 있다.

- 최근 신약들이 뇌전이에 긍정적 데이터를 보이는 것 같다.

3세대 EGFR 표적항암제의 경우 분자생물학적 구조를 보면 뇌척수나 뇌 쪽에 (약물이) 잘 스며드는 구조를 갖고 있다. 올해 미국임상종양학회에서 나온 데이터를 보면 뇌 쪽으로 잘 스며든다는 것이 확인된다. 다만 1상, 2상과 같은 초기 임상시험에 뇌척수전이 혹은 뇌전이 환자 대부분이 참여하지 못한다는 점은 아쉽다. 이들이 임상시험에서 제외되는 것은 환자에게 신경학적인 증세가 나타날 경우 효과가 부족해 종양이 진행되기 때문인지, 뇌전이가 진행되기 때문인지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확인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분명히 뇌전이에도 효과적일 수 있지만, 아직 뇌전이 환자만을 대상으로 한 임상데이터는 많지 않다. 물론 몇몇 임상데이터로는 고무적인 결과가 나오고 있어 기대하고 있고, 더 많은 뇌전이 환자가 참여할 수 있는 임상시험이 많이 진행돼 실질적인 치료 효과 개선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 이전의 표적항암제의 뇌전이 치료 성과는.

초기에는 약이 뇌전이 환자에게도 효능을 보이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폐와 관계없이 뇌전이가 다시 커지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와 같이 현재 표적항암제 치료를 받는 환자 중 뇌전이가 진행된 환자가 적잖다. 폐 쪽은 표적항암제로 종양 크기가 작아지는데, 뇌 쪽은 약물이 덜 흡수되기 때문이다.

덧붙이면 예전에는 뇌전이가 커질 경우 약이 실패했으므로 약을 바꿔야 한다고 했었는데, 요즘에는 뇌와 폐를 따로 치료해야 한다는 개념이 생기고 있다. 실제로 현재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폐는 잘 유지되고 있지만 뇌전이만 살짝 커지는 경우 감마나이프 수술 등으로 뇌만 치료해 상당기간 생존을 유지하는 환자가 많아지고 있다.

NCCN(미국 국가종합암네트워크) 가이드라인에서도 뇌전이가 살짝 커질 경우 뇌 치료제를 따로 사용하고 엘로티닙, 게피티닙 등의 폐 치료제를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보험급여기준 등이 걸려있긴 하지만 치료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과도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 1세대 표적항암제 역할이 여전히 있다고 보는 것인가.

그렇다. 1세대 약들의 역할은 분명히 있다. 일부에서는 3세대 약제들이 효능이 좋으니 3세대 약을 1차 치료제로 먼저 사용하면 어떠냐는 의견이 있고, 실제로 그러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일부에서는 1세대 약을 충분히 쓰면서 시간을 끌어보고, 내성이 생기면 그 때 3세대 약을 쓰는 방식으로 치료기간을 최대한 늘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의견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후자가, 1세대 약부터 순차적으로 치료제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3세대 약을 먼저 사용해 내성이 일찍 발생할 경우 1세대 약제의 효능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엘로티닙, 게피티닙, 아파티닙, 세 EGFR TKI 사이에 차이가 있나.

비슷한 계열의 약이어서 효능은 비슷하지만 각 약제마다 장·단점은 분명하다. 그 중에서도 뇌전이 치료와 관련해 뇌척수 쪽으로 약이 얼마나 스며드는지를 살펴보면, 엘로티닙이 게피티닙보다는 흡수율이 더 높다. 혈중 농도 측면에서 엘로티닙이 게피티닙보다 2.5배 높고 뇌척수 농도도 더 높게 나타난다. 때문에 전이로 인해 뇌 쪽 치료가 중요한 환자들에게는 엘로티닙이 게피티닙보다 우월한 부분이 있다. 단 엘로티닙은 게피티닙에 비해 피부 부작용이 심한 편이기 때문에 삶의 질을 고려한 치료제 선택도 필요하다.

- 그렇다면 엘로티닙 부작용은 투여 시 용량을 조절하면 되지 않나.

약에 대한 반응성, 대사능력 등에 차이가 있으니 같은 약을 투여한다 하더라도 약제 혈중농도나 독성을 느끼는 정도에 개인차가 분명히 존재한다. 때문에 각 환자마다 피부 독성이나 간 부작용이 나타나는 경우 용량을 줄이기도 하는데, 용량을 줄여도 약제 농도가 잘 유지돼서인지 생각보다 약효가 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병원 데이터를 모아 용량을 줄인 후 효과가 떨어지는지 확인해본 결과 그렇지 않았다.

- 현재로선 뇌전이 폐암에 엘로티닙이 비교적 효과적이라고 할 수도 있는 것인가.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에 게피티닙 실패 후라도 엘로티닙을 사용했을 때, 적어도 2~3개월의 질병조절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대부분 뇌전이 환자다. 엘로티닙이 피부독성이 있긴 하지만, 약제가 뇌척수 쪽으로 스며드는 측면에서는 게피티닙보다 좋다고 본다. 하지만 뇌전이가 있을 때 어떤 항암제를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무작위 배정 연구는 아직까지 많지 않다.

병원에서 뇌척수전이가 있는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엘로티닙과 게피티닙을 후향적으로 비교한 연구가 있었는데, 그 결과 뇌척수전이에 대해 엘로티닙이 조금 더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초기 진단에서 뇌척수전이가 발견될 경우 엘로티닙을 선호하는 편이다. 뇌척수액에서 농도가 올라갈 경우 증상이 호전되는 편이다.

이외에 엘로티닙을 매일 복용하다가 3일에 1번 복용하는 등 농도에 변화를 주거나 방사선과 병행해보기도 했는데, 환자 수가 많지 않다 보니 무작위 대조 연구가 쉽지 않았다. 덧붙여서 최근 출시된 신약도 잘 조합한다면 향후 좋은 치료 옵션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 향후 뇌전이 환자의 치료 예후를 높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뇌전이가 있을 때 감마나이프, 전뇌방사선수술 등 여러 방법이 동원되는데, 무엇이 더 좋을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를 확인하려면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이 필요하지만, 상당한 비용이 요구돼 부담이 크다. 결과에 따라 연구자가 경제적인 혜택을 가져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정부 차원에서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 활성화가 지원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전보다는 환경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선진국에 비해 부족한 것 같다. 실제로 연구를 진행한다하더라도 규제가 까다로워 진행이 어려울 때가 많은데, 앞으로 점점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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