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메르스 백서’ 발간…정부 대응과정, 대응평가, 교훈 등 담아

보건복지부가 중동호흡기증후군 발생 1년여만에 백서를 통해 국내 첫 메르스 환자 역학조사부터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시인했다.

초기 메르스 바이러스의 감염력을 낮게 평가해 밀접접촉자 기준을 좁게 설정하는 오판으로 감염의심자들이 다른 병원으로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29일 발간한 ‘2015 메르스 백서’ 중 메르스로부터 얻은 교훈과 제언 파트를 통해 이같이 언급했다.

백서는 “중앙방역대책본부는 대응 초기에 메르스 바이러스의 감염력을 낮게 평가해 밀접접촉자 기준을 좁게 설정했다”며 “첫 환자에 대한 역학조사에 문제가 있었으며, 감염의심자들은 다른 병원으로 빠져나갔다”고 밝혔다.

백서는 “이 상황에서 정부가 국민에게 주는 메시지는 실제 상황과 달랐으며 국민 불안감이 증폭됐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메르스 대응 과정에서 국가방역체계가 부실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백서는 “질병관리본부, 지방자치단체 모두 감염병으로 인한 공중보건위기에 대한 대응 역량이 부족했다”며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역할 분담이 불분명했으며, 보건당국과 의료기관의 협조 체계도 원활하지 못했다”고 평했다.

또한 “상급종합병원이나 중소병원 가릴 것 없이 병원 감염에 대한 준비는 빈약했으며, 의료진 감염이 지속적으로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백서는 “메르스 사태로 국가방역은 물론 보건의료 제공체계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인식은 있지만 그 해결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확신하기 어렵다”며 “확실한 것은 전 사회적으로 감염병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으며 국민안전과 직결된 아젠다로 부각됐다는 점”이라고 메르스로 인한 인식 전환은 소득이라는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백서는 특히 메르스 사태로 인해 신종감염병 유행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공중보건조직과 인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백서는 “신종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해 최신 지식을 바탕으로 매뉴얼이 필요했으며, 탁상공론방식 훈련으로는 대처가 불가능하다는 점이 드러났다”며 “대응 과정에서도 신속히 위기상황을 분석해야 할 필요성을 깨닫게 됐다”고 언급했다.

백서는 “메르스 유행에서 보듯이 감염병에 대한 1차적 대응은 지역사회에서 일어나며 격리자 관리는 지방자치단체에서 담당할 수밖에 없다”며 “지자체도 자체 대응이 가능하도록 전문성을 갖춘 감염병 관리조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백서는 향후 신종감염병 관리를 위한 과제로 ▲질병관리본부 역량 강화 ▲지자체 감염병 관리 조직 확보와 역량 강화 ▲의료기관의 감염관리 역량 강화와 정부의 관리체계 구축 ▲중앙과 지자체, 의료기관 간 감염병 관리 네트워크 구축 ▲감염병 감시체계와 정보시스템 강화 ▲신종감염병 대응 자원 비축과 관리체계 구축 ▲격리병상 관리와 감염병 진단 및 진료 제공체계 구축 ▲공중보건위기 급증 대응역량 구축에 필요한 예산 확보 등을 제언했다.

한편 이번 백서는 정부시각의 대응기록 위주로 작성해왔던 기존 백서와 달리 현장전문가 등 관계자 46명과 대응인력 245명의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평가와 제언에 중점을 둬 발간됐다.

백서는 국내에서 첫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2015년 5월 20일부터 방역체계 확대 개편 등이 있었던 6월 8일까지를 초기 대응단계, 6월 9일부터 한국-WHO 메르스 합동평가단이 활동했던 7월 27일까지를 적극 대응단계, 사실상 종료 선언이 나온 7월 28일부터 유행 종료 선언이 나온 12월 23일까지를 후기 대응 및 복구단계로 나눠 살폈다.

백서에 따르면 국내에서 2015년 5월 20일 첫 메르스 환자 발생 후 12월 23일 유행 종료까지 186명의 환자가 발생해 38명이 사망했으며, 같은 기간 격리자는 1만6,693명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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