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계획 수정 불가피…시간 들여 대책 마련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인 김영란법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내려지자 제약업계가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하반기 계획 수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미 1년 넘게 거론돼 온 만큼 김영란법에 대해 어느 정도 준비를 해온 게 사실이지만 합헌 결정이 난 만큼 본격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게 공통적인 의견이다.

당장 하반기 홍보마케팅 계획을 전면 수정하거나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관련 부서 간 회의가 줄줄이 잡혀 있는 상황이다.




제약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이미 리베이트 쌍벌제, 리베이트 투아웃제, 공정경쟁규약 등 강한 규제정책이 존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영란법이 이중규제가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국내 상위 제약사 A관계자는 “하반기에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스럽다. 원래 우리 부서는 예산이 적었기 때문에 큰 타격이 없을 것 같지만 대관부서 등의 업무가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제부터 김영란법에 따른 대응을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국내 상위권 제약사 B관계자는 “김영란법의 일부는 위헌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예상과 달리 합헌 결정이 나왔다. 김영란법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아니지만 제약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C제약사 관계자는 “안그래도 관련 부서에 문의했는데 아직 구체적인 안은 마련하지 않았다고 하더라. 관계 부서에 (대응책을) 확인 중이다.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고 해서 법무팀 등에 문의해 놓은 상태”라고 전했다.

D제약사 관계자는 “김영란법 합헌으로 인해 다른 부분에서 ‘풍선효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기존과는 다른 방식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내부적으로 공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소제약사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다만 각 회사 사정에 따라 김영란법에 대한 체감이 다르다.

한 중소 제약사 관계자는 “김영란법에 대해 내부적으로 크게 신경을 쓰고 있지 않다. 아직 부서 간에 관련 논의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반면 또 다른 중소제약 관계자는 “영업마케팅 직원들로부터 문의가 많이 오고 있다. 일단 내부적으로 대책마련에 고민하고 있다. 기존에 권익위가 배포한 자료로 교육을 진행했는데, 업데이트 된 자료를 만들어 재교육을 진행하게 될 것 같다”며 “다국적제약사는 이미 김영란법 시행을 염두에 두고 내부 방침을 마련했다고 들었다”고 했다.

사정은 다국적 제약사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신약을 보유하고 있는 다국적 제약사들은 의대 교수 등을 대상으로 한 심포지엄 등 각종 행사 개최가 여의치 않아지기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

한 다국적 제약업계 관계자는 ”합헌 결정 자체에 대해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다만 이미 의료인과 제약업계에는 약사법이나 공정경쟁규약과 같은 규제 성격의 법안들이 존재하고 있는 상황인데, 김영란법 적용대상에 의대 교수가 포함돼 있어 또 다른 규제 법안을 적용받는 것은 다른 산업과 비교했을 때 부당한 면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제약업계와 의료인에게만 차별적으로 많은 규제가 적용돼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사회적 논의나 문제제기가 필요하다고 본다. 향후에 어떤 규제 법안에서 더 엄격한 기준이 제시될지는 봐야겠지만, 적어도 김영란법이 제약산업 성장에 저해요인이 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영란법 시행에 이미 대비해 온 곳들은 충격이 덜한 모습이다.

한 다국적제약사 마케팅 사업부 관계자는 “김영란법이 그대로 시행될 가능성을 놓고 준비를 해오고 있었기 때문에 합헌 결정으로 인해 크게 달라질 것은 없는 것 같다”면서 “이전에도 공정경쟁규약이나 회사 내부 규정에 따라서 마케팅 수준을 맞춰왔다. 김영란법이 이대로 시행되더라도 합법적인 마케팅이 되도록 수준을 재조정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김영란법 시행으로 여건이 악화되더라도 결국 마케팅은 필요하기 때문에 효과적인 마케팅을 위한 고민은 계속될 것이다”라면서 “김영란법 규정은 실제 현장에서 일어나는 변수들이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에 법적 해석에 대해서도 애매한 부분이 상당하고, 각 실무자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더욱이 시행 초기에는 법을 안착시키기 위해 본보기가 필요할 수도 있기 때문에 시행 직후에는 마케팅이 매우 조심스러울 것 같다”고 했다.

김영란법이 가져올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김영란법이 가져올 긍정적인 방향도 간과할 수는 없다. 일각에서는 꼼수나 불법을 조장하는 악법이 될 수 있다고 하지만 이전의 공정경쟁규약이나 리베이트 규제 역시 처음에 꼼수가 생기는 듯 했어도 결과적으로 놓고 보면 많은 곳에서 합법적으로 적합한 수준의 마케팅이 이뤄지도록 하는 데 기여했다고 생각한다”면서 “김영란법 역시 그럴 수 있다고 본다. 개선방향이 논의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진행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혜선/이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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