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와 상관 없이 100만원 이상 수수시 형사처벌…“부패 원인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방치할 수 없어”

헌법재판소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 김영란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김영란 법은 오는 9월 28일부터 예정대로 시행된다.

헌재 전원재판부는 28일 대한변호사협회와 한국기자협회 등이 '김영란법 제2조 제1호 마목 등이 언론의 자유와 사학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이같이 판단하고 청구를 기각했다.


특히 기자협회가 제기한 심판청구에 대해서는 '심판대상조항(제2조 제2호 라목)은 언론인 등 자연인을 수범자로 하고 있을 뿐이어서 기자협회는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해 자신의 기본권을 직접 침해당할 가능성이 없다'며 각하 결정을 내렸다.

이날 헌재는 김영란법 핵심쟁점 네 가지를 모두 합헌으로 판단했다.

우선 법 적용대상에 언론인과 교원을 포함한 사립학교 관계자를 규정(제2조 제1호 마목)한 부분은 재판관 7(합헌)대 2(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사립교원 및 언론인도 적용 대상에 포함된 점에 대해 사립학교 관계자와 언론인이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과 부정청탁 관행을 없애고자 하는 이 법의 목적, 교육과 언론의 공공성을 근거로 국가와 사회의 각종 지원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이들이 정당한 이유없이 금품 등을 수수하는 것도 금지한 입법자의 선택은 수긍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또 법률에 규정된 부정청탁 및 사회상규 등의 의미가 모호하지 않고(전원일치 합헌), 허용되는 금품(합헌 5, 위헌 4)과 외부강의 사례금 가액(합헌 8, 위헌 1)을 대통령령에 위임한 부분도 위헌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입법과정에서 부정청탁 개념을 구체적으로 열거했고, 사회상규라는 개념도 형법 제20조에서 사용하고 있으므로 문제가 없다”며 “‘부정청탁’, ‘법령’, ‘사회상규’라는 용어는 입법 취지를 고려한 법관의 보충적 해석으로도 충분히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으므로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탁금지법상 수수가 허용되는 외부강의 등의 사례금이나 사교·의례 목적의 경조사비(10만원)와 선물(5만원), 음식물(3만원) 등의 가액은 일률적으로 법률에 규정하기 곤란한 측면이 있어 사회통념을 반영하고 유연하게 규율할 수 있도록 행정입법에 위임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헌법상 금지되는 연좌제와 관련됐다고 논란을 빚은 ‘배우자가 법에서 금지한 금품을 수수한 경우 법 적용 대상자가 이를 신고하도록 한 조항’(제22조 제1항 제2호)도 재판관 5(합헌)대 4(위헌) 의견으로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배우자가 수수 금지 금품 등을 받거나 그 제공의 약속 또는 의사표시를 받은 사실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신고 조항과 제재 조항에 따라 처벌될 수 있음을 충분히 알 수 있다”며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돼 청구인들의 행동자유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기존에 논란이 되던 네 가지 쟁점에 대해서는 모두 합헌 결정이 났지만 세부 쟁점에 대해서는 재판관들 간 의견이 갈렸다.

우선 김창종·조용호 재판관은 "언론인과 사립학교 관계자를 공직자 등에 포함해 청탁금지법의 적용을 받게 하는 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이들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한다"는 반대 의견을 냈다.

또 이정미·김이수·안창호 재판관은 “김영란 법의 위임조항 중 금품 등 수수 금지행위의 가액 하한선을 법률이 아닌 대통령령에서 정하도록 위임한 것이 헌법에 위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창종 재판관은 "위임조항은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돼 언론인 및 사립학교 관계자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정미·김이수·김창종·안창호 재판관은 "해당법률조항 중 제22조 제1항 제2호(불신고처벌조항)는 형벌과 책임의 비례원칙에 어긋나고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상실해 언론인 및 사립학교 관계자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한다"고 밝혔다.

헌재 공보관은 “이 법 취지는 공정하고 깨끗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것으로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큰 언론사 임직원과 공동체의 문화와 가치관을 가르치는 교육기관 종사자에게 금품수수 등을 금지한 것은 공직자 만큼의 청렴성을 요구하는 것으로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한편, 변협과 기자협회 등은 지난해 3월 김영란법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 "민간 영역의 언론이 포함된 것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한 바 있다.

이후 인터넷 언론사와 사립학교 및 사립유치원 관계자 등도 추가로 헌법소원을 청구했고, 헌재는 이들 사건을 병합해 심리·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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