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널 약과 적응증 동일인정 놓고 '갑론을박'…미FDA는 ‘램시마’ 외삽 인정

바이오시밀러, 특허만료된 바이오의약품과 효과와 안전성 등이 유사한 약을 일컫는다. 하지만 ‘유사하다’는 의미일 뿐 ‘같지’는 않다. 때문에 오리지널 의약품이 보유한 모든 적응증을 해당 바이오시밀러에도 모두 적용할 수 있는지, 아니면 임상시험을 진행해 유사한 효과를 입증한 부분만 인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일명 바이오시밀러 ‘적응증 외삽’(Indication Extrapolation) 논란이다.

당연히 전세계 적응증이 14개에 이르는 ‘휴미라’(성분명 아달리무맙)등 오리지널 의약품을 보유한 회사들은 ‘적응증 외삽’을 인정하지 않는다.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의약품이 보유한 적응증 중 하나의 질환에 대한 효과의 동등성 또는 유사성을 입증했기에 이를 확대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 배경에는 역시 ‘오리지널의약품≠바이오시밀러’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이에 대한 반박은 같은 성분의 약인만큼 적응증을 함께 적용해도 무방하다는 주장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가 이런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도 있는 결정을 내려 주목된다. 바이오시밀러의 적응증 외삽 논란이 여전한 상황에서 미 FDA가 국산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의 적응증을 오리지널 제품인 ‘레미케이드’과 동일하게 승인한 것이다.


적응증 외삽 논란, 쟁점은?


바이오의약품은 일반적으로 분자량이 크고 복잡한 구조를 가진 단백질이기 때문에 그 구조와 활성은 세포주의 종류와 제조 방법, 변경에 민감하다. 동일한 제조자가 동일한 제품을 제조할 때조차도 제조방법이 변경된다면 동일한 제품이 생산되는 것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 오리지널 제조사들의 설명이다. 이로 인해 바이오의약품은 같은 공정에서 생산되더라도 각 제품마다 온전한 동등성을 갖추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으며, 복제품인 바이오시밀러 제품에 대해서도 분자 구조 크기와 복잡성으로 인해 오리지널 제품과 구조가 완벽히 동일할 수는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바이오시밀러가 비교 임상시험을 통해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과의 동등성을 입증하는 것에 대한 해석은 각각이다. 동등성이 입증됐으므로 바이오시밀러의 적응증 외삽이 가능하다는 입장과 적응증 외삽보다는 각각의 적응증에 대해 임상시험을 개별 진행해 실제 효과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으로 나뉜다.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을 판매하고 있는 한 다국적제약사 관계자는 “외삽의 이유 중 하나가 한 바이오의약품 내에 포함되는 적응증 간의 질환 기전이 유사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전자 재조합의약품, 특히 단일클론항체의 경우 한 가지 약제가 관절염 외에도 항암제, 염증성 장질환, 포도막염 등 서로 상이한 다양한 질환의 치료에 허가 받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처럼 여러 상이한 질환에 쓰이는 단일클론항체 제품들은 그만큼 구조와 작용기전이 복잡하기 때문에 동일한 바이오시밀러를 만드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면서 “환자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바이오시밀러에 대해 일괄적으로 외삽이 허용되기 보다는 타당한 임상적 근거에 따른 적응증 확대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건당국·의료진, 적응증 외삽 인정

그러나 현재 미국과 유럽 등에선 바이오시밀러의 적응증 외삽이 인정되는 추세다.

실제로 램시마는 2013년 8월 유럽연합집행위원회로부터 류마티스관절염 외에 강직성 척추염, 건선성관절염, 건선 등 여러 적응증에 대한 승인을 받고, 올해 4월에는 미FDA로부터 류마티스관절염, 강직성척추염, 성인궤양성대장염, 소아 및 성인크론병, 건선, 건선성관절염 등 오리지널 제품인 ‘레미케이드’의 모든 적응증에 쓸 수 있게 승인됐다. 외삽이 적용되는 적응증 간의 질환 기전이 유사하기 때문에 한 적응증에 대한 바이오시밀러의 동등성 임상시험이 잘 설계됐다면 외삽을 인정키로 한 것이다.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국내의 규정 역시 바이오시밀러 적응증 외삽이 인정되는 등 국제적인 움직임과 흐름을 같이 하고 있다. 임상시험을 통해 바이오시밀러와 오리저널 제품 간 동등성이 입증될 경우 오리지널 제품에 부여된 다른 적응증에 대한 재심사(PMS) 기간이 종료되면 별도 임상시험 없이 해당 적응증을 추가할 수 있다. 만일 오리지널 제품에 재심사 기간이 부여되지 않는다면 오리지널 제품의 적응증 허가 직후에 바로 바이오시밀러의 적응증 외삽이 가능하다. 또 특정 적응증에 대해 바이오시밀러가 동등 이상의 임상시험을 수행할 경우에는 결과에 따라서 재심사 기간 중에도 적응증을 추가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앞서 미국과 유럽 사례로 언급한 램시마의 경우 국내에서도 첫 개발된 바이오시밀러로서 관절염 및 척추염 관련 임상만 진행했지만 레미케이드의 적응증 6개를 모두 허가받았다. 또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개발한 ‘브렌시스’(성분명 에타너셉트)도 류마티스관절염 관련 임상만 진행했지만, 오리지널 제품인 ‘엔브렐’의 나머지 적응증을 모두 획득했다.

바이오시밀러를 인정하는 것은 글로벌 제약업계에서도 시작되고 있다. 그간 희귀난치성질환 분야에서 생물의약품 개발에 주력해오던 생명공학 기업 ‘암젠’은 다수의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인 ‘휴미라’(성분명 아달리무맙)와 표적항암제 ‘아바스틴’(성분명 베바시주맙)의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면서 바이오시밀러 시대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임상약리학과 이형기 교수는 “바이오시밀러가 막 등장한 초창기에는 적응증 외삽에 대해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었지만, 현재는 램시마가 미FDA로부터 오리지널 제품의 모든 적응증을 다 승인받은 상태”라며 “앞으로 점차 경험이 누적되면 굳이 모든 적응증에 대해 연구를 진행하지 않아도 되는 시점이 올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이어 “현재 램시마는 염증성 장질환에 대해서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는데, 이 연구에서 램시마의 효과를 입증하는 새로운 결과가 나온다면 이후에는 연구에서 굳이 적응증 전체를 다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양대 류마티스내과 유대현 교수도 “본래 외삽은 제품의 작용기전이 동일한 것으로 입증되면 인정되는 것이 규정에 있었다. 일부 국가에서는 제품 사이의 다른 점을 들어 외삽을 인정하지 않지만, 그 차이점이 작용기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적다. 미 FDA 또한 이를 고려하고 외삽을 인정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현재 유럽에서도 바이오시밀러의 시장 점유율이 올라가고 있고, 국내에서도 상당수의 의료진이 바이오시밀러를 처방하고 있다”며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국내 의료진들의 신뢰도는 점차 개선되고 있다는 데이터도 있다”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다만 램시마는 염증성 장질환 분야에서 임상시험이 진행되지 않아, 해당 질환에 처발하는 것에 대한 전문의들의 반감이 여전히 적잖다”며 “올해 내로 염증성 장질환에 대한 램시마의 임상시험 결과가 나올 것인데, 결과가 발표되고 나면 신뢰도는 더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휴미라에 대해서는 “바이오시밀러가 나오더라도 최근에 승인된 적응증은 PMS가 만료될 때까지 당장 승인되지 않을 것이고, 승인되더라도 환자 수가 적기 때문에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휴미라는 특허가 상당히 많아 적어도 앞으로 수년간은 바이오시밀러가 등장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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