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진의 의료혁신을 위한 전략

얼마 전 중3 아들의 기말고사가 끝났다. 평범한 학생으로 살아가는 이 녀석은 시험 자체를 싫어할 뿐 아니라 성적에 대해서도 그닥 납득하지 못하는 눈치다. 자신은 환경운동가가 되려고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데 제도권 중학교의 기말고사는 이러한 자신의 가치를 알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들이 환경에 대한 글을 읽고 쓰며 스스로의 생각을 진화시켜가는 과정을 응원하고 있는 아빠로서 생각해도 이 주장은 일리가 있다.


필자가 많은 정보를 얻고 있는 페이스북에 성과관리의 무용론을 주장하는 글이 올라 왔는데, 이에 동조하는 댓글들이 뒤를 이었다. 본질적인 것은 측정이 어렵기에 비본질적인 것을 재는 우를 범하고, 평가의 잣대를 들이대는 순간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 인간의 자유 의지가 꺾이고, 개인 중심으로 이루어지기에 조직차원의 보다 큰 가치를 잃어 버리게 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일견 타당해 보인다.

몇 년 전 ‘나는 가수다’가 런칭될 때 음악계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았다. 장르와 색깔이 다른 가수들의 경연에 순위를 매기는 행위는 아무리 대중음악이라 하더라도 지나치게 상업적이라는 것이다. 막상 경연 프로그램이 출범하자 유명 가수들의 출연이 줄을 이었다. 나중에는 ‘절대 출연하지 않겠다’고 공언하던 가수들까지 나서 1등을 거머쥐며 흥행에 성공했다.

굳이 가치와 신념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대부분 사람들은 평가 받는다는 그 자체에 대해 부담감을 느낀다. 필자와 필자의 아들 또한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이같은 부담감 또는 거부감이 성과관리를 하지 말아야 하는 논거가 될 수는 없다. 목표를 가지고 살아가는 모든 이들과 기관들은 그 목표를 향해 제대로 가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 방향과 위치를 측정하는 과정을 일컬어 성과관리라 한다.

입학한 대학을 두고 성공여부나 행복을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원하는 대학, 원하는 과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그에 부합하는 성적을 얻어야 함은 당연하다. 그래서 필자는 여느 평범한 부모들처럼 아들에게 공부와 성적을 얘기할 수밖에 없었다. 성과관리는 죄가 없다. 단지 지표가 잘못 설정되고, 평가방식이 왜곡되고, 보상방식이 동기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문제가 있을 뿐이다. 그렇기에 성과관리는 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맞는 길을 찾아 갈 것이냐의 문제이다. 의료계에도 많은 성과관리 이슈가 있지만, 이는 해결되고 바로잡아 나가야 하는 것이지 성과관리를 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되지는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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