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외과의사회 "우리도 임플란트 할까?" VS 치과계 "양악·돌출입 수술은?"

얼굴 미용목적으로 보툴리눔 톡신(이하 보톡스) 시술을 한 치과의사에게 대법원이 의료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리자 의료계가 들끓고 있다.

앞서 2011년 치과의사인 정씨는 환자 2명의 눈가와 미간에 보톡스 주름치료를 했다가 치과의사의 면허범위를 벗어나 의료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기소된바 있다.

하지만 지난 2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이하 대법원)는 치과의사가 보톡스 시술을 하는 것은 전문성이 부족하지 않다고 봤다. 특히 치아나 구강, 턱과 관련되지 않더라도 모든 안면부에 대한 의료행위를 치과의료 대상에서 배제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이번 판결을 두고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성형외과의사회는 치과의사들에게 미용 보톡스를 허용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주장했고, 대한치과의사협회는 “치과의사를 업신여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형외과에서 임플란트 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


대한성형외과의사회에선 치과의사가 치료가 아닌 목적으로 보톡스를 시술하는 게 성형외과에서 임플란트를 하겠다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성형외과의사회 차상면 회장은 "판결로 인해 치과의사들이 (미용 보톡스 시술을) 더 하려고 할 것"이라며 "일종의 블루오션을 찾은 것인데 성형외과 의사들이 볼 땐 위험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판결은) 성형외과에서는 안면육곽술을 많이 다루는데, 그렇다고 임플란트를 할 수 있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면서 “성형외과 의사들은 (안면부) 골절 수술 경험도 많기 때문에 임플란트를 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대법원이 판단한대로 의료법에서 의사와 치과의사의 면허 범위를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은 것이 변화할 수 있는 의료행위의 개념을 감안한 거라면, 현재 치과의사가 하고 있는 의료행위 중에서도 중첩될 수 있는 게 많다고 우려했다.

차 회장은 “미용이라고 단순하게 볼 문제가 아니다. 전체의 조합을 다 봐야한다”면서 “해부학적인 구조부터 알아야 하는데 보톡스 미용시술을 (치과의사들이)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보톡스나 필러를 주입하는 것도 전체를 다 이해해야 하는 데서 접근해야 한다”면서 “치과의사들은 보톡스 교육을 받았다고 하는데 성형외과 의사들도 의과대학 시절 치과에 대해서 배운다. 그렇다고 내가 치과를 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의학적인 지식·상식으로 알고 있어야 할 부분과 실제 의료행위에서 할 수 있는 부분은 다르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또한 국내에서 치과의사를 의사와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의사는 치과의사와 구분됨에도 같은 의사의 범주에 속한다고 오인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차 회장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치과의사를 '의사'라고 하니까 안과 의사처럼 같은 의사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의사인데 눈만 보는 안과의사, 의사인데 치아만 보는 치과의사로 생각하는 식"이라고 했다.

이어 "치과의사는 'medical doctor(의사)'가 아니라 'dentis'로 의사처럼 전신을 배우는 게 아니다"라며 "배우는 내용이 다르고 훈련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수련과정 등을 고려해 치과의사의 보톡스 시술에 대한 위험성이 의사보다 크지 않다는 대법원의 판단도 잘못됐다고 주 장했다.

그는 "대법원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열어줘야 한다고 했지만 의료는 생명을 다룬다"면서 "의료는 물건을 파는 것과 다르다. 무자격자한테 시술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했다.

"성형외과의 '돌출입 수술'에 이의제기 없었다"

반면 대한치과의사협회에선 치과의사의 미용 보톡스 시술에 대한 의사들의 반발이 치과의사가 되기 위한 교육과정을 몰라서 벌어진 일이라고 했다.

중앙대병원 구강악안면외과 최영준 교수(치과의사협회 비대위원·대한구강악안면외과학회 홍보이사)는 "치과의사를 얼마나 업신여겼으면 이런 소송을 했겠나"라고 지적했다.

외국의 경우 일부에선 치과의사가 (안면) 미용 보톡스 시술을 할 수 있고, 의사의 지도하에 간호사들이 시술하도록 하는 지역도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특히 이번 판결을 '대한의사협회가 작은 것을 얻으려다 큰 것을 잃은 사례'라면서 의사협회는 이번 판결을 토대로 "자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치협은 입 안을 통해 하는 양악수술이나 돌출입 수술을 성형외과에서 하고 있음에도 결과로 승부할 수 있어 법적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최 교수는 "'돌출입 수술'은 작은 어금니 한 개씩 총 4개를 빼고 입의 앞부분을 집어넣는 치료인데 치과의사는 심지어 (성형외과에서) 그런 치료를 해도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다"면서 "그럼에도 일부 치과에서 하는 (미용 보톡스를) 전국을 뒤져 검찰에 고발했다"고 했다.

또한 치과 의사들도 치과대학에서 전신질환에 대한 공부를 하고 이미 전신질환 환자에 대한 치과 치료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치과의사가 전신질환을 모르면 치과치료 자체를 할 수가 없다"면서 "그렇지 않다면, 전신질환 환자의 임플란트나 사랑니 발치는 의사가 해야 한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치과 의사들은 전신질환이 있는 환자들의 양악수술이나 언청이 수술, 발치, 잇몸치료 등을 하고 있는데 보톡스는 환자에게 가해지는 충격이 이보다 적은 치료"라고 말했다.

그는 "의사 단체에서 치과의사들이 소극적으로 일부 하고 있던 것을 못하게 하려고 막았다가 합법적으로 더 많이 하게 되는 결과가 생긴 꼴"이라며 "의사단체가 어리석은 판단을 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논란은 진행 중…정부가 나서야"

미용 목적의 안면 보톡스가 치과의사의 면허 범위에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선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번 판결이 치과의사의 안면 미용 보톡스를 전면적으로 허용했다기보다는 위법이 아니라는 결정인 만큼, 정부에서 학회의 의견과 공청회 등을 거쳐 면허범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대학병원 피부과 교수는 "법률은 포괄적으로 규정되는 경우가 많다"며 "새로운 치료법이 나올 때 이를 할 수 있는 범주에 누가 포함되는지, 면허를 가진 사람으로서 어떤 사람만 하라고 규정된 시술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현재 치과의사들의 주요 활동이나 의료행위를 보면 보톡스 시술을 공개적으로 내걸고 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며 "현재 규정 내에서 일반적으로 인식되는 의료행위 범주가 기준이 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시술에 대해서 의견을 조율하고 정리할 수 있도록 국가가 나서줘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대법원 공보심의관도 판결 이후 치과의사의 안면부 시술을 전면적으로 허용한다는 취지의 판결이 아니라고 전했다.

공보심의관은 "안면 부위 미용목적의 보톡스 시술은 새로운 영역의 의료행위라 할 수 있고 의료행위의 정의를 개방적으로 한 현행 의료법 규정체계와 의료소비자 선택권 존중 취지에서 볼 때 치과의사가 시술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판결"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판결로) 전면적 허용이냐 아니냐를 판단할 수는 없다"며 "이 부분은 입법정책으로 해결할 문제이고, 구체적 사건이 계류되면 다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봤다.

의협 "심각한 사태 초래할 것" VS 치협 "치과의사 전문성 인정"

대한의사협회와 치협은 대법원 판결 이후 성명서를 통해 상반된 입장을 내놨다.

치협은 "이번 판결은 치과의사의 면허범위에 대한 결정"이라며 "이제 국민들은 안심하고 치과에서 턱, 얼굴 미용 보톡스 시술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의협은 이번 대법원 판결에 유감을 표명하고 국회와 보건복지부가 관련 법을 명확히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의료행위의 개념이나 허용영역이 기술발전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데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협은 "결국 대법원의 판결취지대로 한다면, 현행 의료법상 의사와 치과의사 그리고 한의사의 면허범위가 무의미해지는 상황으로 귀결될 것이고,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의사면허, 치과의사면허, 한의사면허 등 각종 면허제도의 구분은 사라질 수밖에 없는 심각한 사태를 초래할 것임을 경고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모든 의사들이 변화하고 달라질 것을 촉구한다"며 "더 이상 막으려고만 하지 말고 우리도 대법원의 판결과 같이 다른 의료인의 진료영역이라 할지라도 우리의 영역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