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산을 위한 토론회서 간호인력 성희롱, 폭력 노출 지적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시행하는 의료기관이 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과중한 업무로 인한 문제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현장에서는 간호사뿐만 아니라 간호조무사, 병실도우미 등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고 업무 난이도에 따라 수가를 차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20일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산을 위한 토론회’에서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는 의료기관의 노조 관계자들이 참석해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이번 행사는 국회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실과 대한간호협회,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이 주관했는데 다수의 국회의원과 간호계 관계자들이 자리를 채우면서 간호·간병통합서비스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간호인력의 수도권 쏠림이 만연하고, 제도 취지를 잘못 인지한 환자와 보호자의 지나친 요구로 간호인력이 성희롱, 폭행 등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먼저 간협은 여전히 병원들이 간호사 인력 투자를 소홀히 하고 있다며 인식 전환과 함께 정부가 간호관련 수가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간협 박영우 부회장은 “지난해 간호·간병료가 40%가량 인상됐지만 간호관리료 제도 자체의 한계로 지방 중소병원에 유인책이 되지 않는다”면서 “현재 인건비를 약 50% 밖에 보전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간호관리료 차등제를 개선해야 하며, 공중보건장학제도를 활성화해 의료취약지, 지방중소병원, 공공병원에 남자간호사가 근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박 부회장은 “간호사 표준근로지침 마련, 간호인력 공제회 설립, 임상 경력간호사 우대제도, 지방 중소병원 및 공공병원에 대한 추가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환자·보호자, ‘목욕시켜 달라주문도

특히 노조에서는 지금도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에는 간호인력을 간병인으로, 심부름꾼으로 여기는 사례가 많아 자존감이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순천향대부천병원 민송희 노동조합 위원장은 “이 서비스는 환자의 자가 간호 능력을 떨어뜨리는 부작용도 있다”면서 “충분한 홍보가 없이 시작되다 보니 보호자, 간병인 없이 무조건 다 제공해달다는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거동이 가능한 남자환자가 간호사에게 같이 화장실을 가자고 하고 옷을 탈의해 달라고 한다. 기저귀를 갈아달라고 하고 병원에 오자마자 목욕을 시켜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사소한 심부름과 성희롱 등에 노출돼 있는 병원노동자들에 대한 법적 보호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하대병원 신승일 노조위원장은 팀 간호로 운영되는 만큼 간호조무사와 병동도우미도 처우개선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수가시범사업에서는 병동도우미를 추가로 배치할 경우 1명당 1,540원의 수가가 가산된다. 하지만 이는 ▲직접고용 ▲1년 이상 계약 ▲4대 보험 가입을 전제로 하고 있어 사실상 고용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신 위원장은 “현재 병동도우미는 주로 아웃소싱을 하고 있다. 1년 이상 직접고용 등의 조건을 충족하면 손실이 나는 구조”라며 “수가를 인상해서 병원이 직접 고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현재의 수가에 머물지 않고 장기적으로도 병원의 손실을 보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위원장에 따르면, 인하대병원의 경우 1개의 병동 당 월 5,000만원의 수익이 나고 있다.

하지만 신 위원장은 “지금은 정부가 제도 도입에 대한 걱정 때문인지 수가를 어느 정도 보전해주고 있지만 향후 인건비 상승 등에 대한 보전을 하지 않으면 5년 이내 그만큼 적자로 돌아서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외에도 서울의료원 최미건 간호파트장은 “환자를 담당하지 않는 관리간호사가 간호인력 배치 기준에 포함돼 있다”면서 “사직, 병가, 경조사 등 예기치 못한 결원에 대비할 예비인력이 부족한만큼 이를 보완해야하며, 간호용품부족으로 인한 수가도 개발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수가는 충분, 9월 중 신규 참여 문턱 낮출 것

그러나 이같은 현장의 목소리에 대해 정부는 현재의 수가수준은 충분하다며 신규 참여기관을 늘릴 수 있는 수가모형을 개발하겠다는 입장만 전했다.

보건복지부 이창준 보험정책과장은 “올해 말 건보 흑자분은 19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이지만 빠른 고령화에 따른 보장성 강화에 매년 1조5,000억원씩 들어가는 만큼 적립금도 빠르게 줄어들 것”이라며 “통합서비스에 적정한 수가를 주면서 많은 환자들이 이용하도록 하면 그만큼 건강보험 재정과 수가, 보험료율이 인상되는 만큼 적립금은 그에 맞게 적정하게 투입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의 보상 수준은 인하대병원의 자료에도 나왔지만 수익구조상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병원마다 인건비의 차이가 있지만 이를 일일이 맞추기는 힘들다. 상급종합병원까지 시뮬레이션을 해봐도 지금의 수가가 크게 문제가 안된다. 이후에도 시뮬레이션을 통해 부족한 것을 보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또한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의 제도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별도의 수가모형을 개발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르면 9월경 병원별 특성을 감안한 수가모형이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공단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추진반 정인영 팀장은 “8월중에는 아급성기와 재활 의료기관에 대한 인력배치기준을 만들 예정”이라며 “상급종합병원의 경우도 중증도를 감안해서 수가가 적정한지를 검토하고 있다, 9월 1일자로 아급성기, 재활, 상급종병의 모형을 만들어 그 병원들이 (제도권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간호인력과 근무실태를 파악하기 위해서 12월까지 전국 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인력의 처우에 대한 모니터링을 할 예정이며 이를 토대로 정책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