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에서는 비급여인 약침, 한의계 요구로 2013년 자보 포함

국토교통부가 약침약제 1회당 2,000원의 자동차보험 수가를 산정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의료계는 약침의 효과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자보에서 보장해주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반발했다. 약침은 한의원 내에서 조제한 약제를 약침주입용 주사기에 넣어 경혈 등에 놓는 시술법으로, 현재 건강보험에서는 비급여다.

하지만 약침술은 이미 자보 보장 대상에 포함돼 있었다. 국토부는 지난 2013년 6월 ‘자동차보험진료수가에 관한 기준’을 전부개정하면서 ‘한방 시술 및 처치료’에 약침술과 추나요법을 추가했다. 당시 기준에는 약침술에 대한 행위점수만 규정돼 있었고 약제는 ‘실사용량으로 산정’하도록 했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처럼 자보 수가 기준 등을 논의하는 별도 기구가 없는 국토부는 한의계의 의견을 수렴해 약침술에 대한 수가 등을 책정했다.


그러나 약침약제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고 그 실사용량을 측정해서 가격을 산정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약제비용을 청구하는 한의원은 거의 없었다는 게 자보 진료비 심사를 맡고 있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설명이다. 청구코드도 없었다. 그래서 약침술에 대한 행위료(97.47점)만 청구해 왔다는 것이다. 현재 약침술은 신체를 두·경부, 흉·복부, 요·배부, 상지부, 하지부로 구분해 2개 부위 이상을 시술한 경우에는 소정점수의 50%를 가산한다.

이에 심평원은 약침약제 산정 기준을 구체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국토부에 건의했고, 지난 6월 ‘실사용량’에서 ‘1회당 2,000원’으로 구체화하고 청구코드도 신설하도록 관련 규정이 개정됐다. 청구 소멸 시효가 3년이라는 점도 관련 규정 개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약침술이 적용되는 질환 등에 대한 기준은 없다. 심평원은 약침술 1회당 평균 약제 사용량을 감안해서 2,000원을 산정했다고 설명했다.

심평원 자보심사운영부 관계자는 “자보 진료비 심사가 심평원에 위탁(2013년 7월)되기 전에는 자동차보험진료수가분쟁심의회 등을 통해 보험사와 의료기관 등의 합의 하에 수가를 만들었다”며 “약침술 수가를 마련(2013년 6월)할 당시 보험사는 시장가를 기준으로 약침약제는 1,000원 정도를 인정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실사용량을 기준으로 책정해야 한다는 한의계 요구에 따라 고시에 실사용량으로 산정한다고 명시됐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한의사들이 사용한 약침약제를 계산하기 힘들어 아예 수가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며 “하지만 일부 보험사에서 뒤늦게 의학적인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도 없이 약침술을 자보 수가 기준에 넣었느냐고 항의하기도 하고, 대한약침학회 불법 약침 제조 문제로 재판도 진행 중이어서 신중을 기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복지부와 함께 이 문제에 대해 검토해본 결과, 약침술에 필요한 약침액은 한의사가 직접 조제해서 쓸 수 있으므로 한의사가 직접 만들어 쓴 약침액에 대해서는 수가를 인정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현행법상 약침액을 제품으로 만들면 안전성과 유효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지만 원외탕전실을 갖추고 약침을 직접 만든 경우는 인정해야 한다”며 “약침학회는 한의사 없이 학회에서 제품으로 약침액을 만들어서 판매했기 때문에 심평원이 관련 비용을 환수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도 되지 않은 약침을 자보에서 보장해주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어떤 질환을 가진 환자에게 약침술을 얼마나 실시하면 효과가 있는지 등에 대한 의학적인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이에 대한 자보 수가를 산정하고 보장해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안전성과 유효성, 타당성 등을 검토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가 기준을 마련하려다보니 횟수를 기준으로 삼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이런 상황 자체가 난센스”라고 비판했다.

전국의사총연합은 “약침은 전통 한방 치료법이 아니므로 그 효과와 안전성을 정부 기관에서 임상시험하지 않는 한 이를 자보에서 보장하는 것은 국민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지금 전국에 유통되는 상당수 약침은 약침학회에서 불법으로 제조된 약침이다. 그럼에도 이것을 허가해 준다는 것은 매우 부당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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