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최근 ‘전화상담’을 포함한 ‘만성질환 관리 수가 시범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의료계 내 논란이 일고 있다.

복지부 복안은 처방기간이 긴 만성질환자의 경우 다음번 처방까지 관리가 잘 안되니, 환자가 혈당계나 혈압계 등을 통해 자신의 정보를 의료기관에 정기적으로 보내면 의사가 이를 보다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전화로 환자 상태를 관리 하겠다는 것이다.


이 시범사업과 관련한 복지부의 우려와 대한의사협회의 우려는 겹친다. 시범사업의 핵심인 전화상담이 의사들에게 원격의료로 비칠지 여부다. 그래서 복지부는 시범사업 계획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보고한 직후, 전화상담이 처방까지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원격의료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문제는 의협이다. 복지부가 시범사업 계획을 밝힌 후 보름이 넘는 시간이 지났지만 의협은 아직까지도 이 시범사업에 협조할지, 반대할지 입장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의료계에서 줄기차게 ‘상담수가를 달라’고 요청한 점을 상기하면 이 시범사업에 찬성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전화’상담이라는 것이 고민을 깊게 만들고 있다.

심지어 의료계 일각에서는 “반대할 명분이 없다. 만성질환자들을 위해 필요한 것이고 의사들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의협은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다수의 회원들이 전화상담을 원격의료로 받아들일 경우 ‘의협이 원격의료에 찬성했다’는 후폭풍이 겁나는 것이다.

의협의 이런 애매한 태도는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의협의 적극적인 협조를 통해 시범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가장 최선인 복지부는 의협의 긍정적인 입장표명을 바라겠지만, 반대한다면 그에 맞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의협이 하루빨리 입장을 정리해주지 않으면 복지부도 본격적인 시범사업을 진행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바로 이런 때를 위해 의협이 있고 집행부가 있는 것이다. 이 시범사업이 회원에게 득이 되는 길이라는 판단이 들면 반대 측 의견을 설득하던 제압하던 시범사업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야 하고, 해가 되는 길이라고 판단되면 명확한 반대 입장을 밝혀야 한다.

이렇게 찬성도 반대도 아닌 애매한 입장을 유지하는 것은 복지부, 국민, 회원 모두를 우롱하는 처사다. 하려면 하고 말려면 말고 결정해야 한다. 보름 넘게 고민 했으면 할 만큼 했다. 더 고민이 깊어지면 이는 ‘신중함’이 아닌 ‘눈치보기’로 비춰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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