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전문가 "임상시험 속도 높이고 백신 장려 정책 필요" 한목소리

차세대 먹거리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바이오산업. 전문가들은 한국의 바이오산업 성장을 위한 키워드로 ‘속도’와 ‘대비’를 꼽았다.

제약사의 빠른 의약품 제공과 비용절감을 위해 임상시험의 ‘속도’를 높이고, 감염병 ‘대비’를 위해 백신 개발·공급에 정부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 27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주최로 인터콘티넨털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6 글로벌 바이오 컨퍼런스’에서 기조강연에 나선 미국 신약개발업체 퀸타일즈(Quintiles) 톰 파이크(Tom Pike) 대표는 임상시험을 빠르게 진행해 환자에게 도달하는 의약품 제공시기를 앞당길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임상시험 참여 환자모집 등의 효율성을 높이는 등을 그 방법으로 제시했다.

Tom Pike 대표는 “임상시험에 소요되는 기간은 과거와 비교해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며 “특히 최근 표적화된 치료법들이 많이 개발됐지만 환자등록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에 빅데이터를 활용한 첨단화된 임상시험을 계획해 임상시험 참여 환자를 빠르게 모집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타 산업은 이미 컴퓨터를 기반으로 (전략을) 디자인해왔지만 바이오업계는 경험을 기반으로 임상시험을 계획했었다”면서 “바이오업계에서도 데이터 기반의 임상시험을 통해 비용을 줄이고 속도를 높이는 최적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는 빅데이터와 과학의 결합”이라고 설명했다.


(왼쪽부터)Tom Pike 퀸타일즈 대표, Julie Gerberding MSD 부사장, Brian H. Gu JP모건 아시아 퍼시픽 M&A 대표, 손여원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장



그러면서 “기존의 방식으로 임상시험을 효과적으로 하는 것은 어렵다. 이제는 임상시험을 하는 중에만 데이터를 수집할 게 아니라 그 이전부터 관련 정보를 취합하고 임상시험 종료 이후에도 데이터를 계속 쌓아서 기존의 임상시험과 다른 접근을 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임상시험에 활용할 수 있는 정보들은 전자의무기록과 보험청구기록 등의 의료정보들과 함께 해당 지역에서 어떤 검색어가 많이 검색됐는지 등도 해당된다고 했다.

자가면역질환이나 알츠하이머 등 해당 질환과 관련된 사람들의 웹서치 기록을 추적하고 나아가 임상시험에 참여할 기회가 있음을 인지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환자의 특성을 범주화하고 특성화하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런 작업을 임상시험에 돌입하기 전부터 시작하면 규제당국대상으로 해당 환자들이 어디에 거주하고 있는지 등도 설명할 수 있다”고 했다.

이를 통해 가지고 있는 자원을 유효한 환자가 있는 곳에 집중함으로써 비용과 속도를 개선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과학과 정보통신 기술에 의한 데이터 활용능력 증가 등으로 엄청난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환자에게 빠르게 의약품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백신 준비는 어려운데 감염병은 진화하고 있다”

신종 감염병에 대한 위협이 심각해지고 있어 백신의 개발과 생산을 국가적인 차원에서 장려해야 한다는 요구도 이어졌다.

MSD 줄리 거버딩(Julie Gerberding) 부사장은 “향후 새로운 병원균이 더 빠르게 더욱 큰 규모로 등장할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면서 “한국도 지난해 메르스 등의 감염병을 경험했기 때문에 사태의 중요성을 알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감염병 병원체의 증가와 함께 강제이주 등의 사회문화적인 변화도 감염병 대응전략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어 백신의 접종이나 개발사의 수익성 확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에서 모기의 개체수가 달라지는 등 인간과 동물·곤충간 감염병 전파가 점점 더 많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UN에선 6,400만명 이상의 강제이주 인구가 생겨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병원체와 매체간 연결성, 사회적 불안정성이 한 데 모여 신종 감염병의 예방과 치료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를 치료할 수 있는 백신을 개발하는 것은 생산시설 구축부터 수익성확보, 시장 예측까지 전반적으로 리스크가 높은 산업인 만큼 정부지원이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감염병은 백신 접종률이 낮고 모기 등의 개체수가 많은 국가일수록 더 취약하지만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는 것은 시장논리 때문"이라면서 "병이 발병하지 않은 상태에서 백신을 대량생산하면 수익성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감염병이 발생할 때마다 반복되는 교훈에도 우리의 준비성은 크게 개선되지 못했다"면서 "우선순위를 정해서 어떤 백신을 미리 제조해야 하고 투자해야 하는지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고 했다.

따라서 제약사가 미리 충분한 백신을 생산해도 수익성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투자를 해서 감염병에 대한 대응성을 높이는 데에 전 세계의 협력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백신부족은 생물학적 측면에서의 복잡성 뿐 아니라 건강한 사람에게 투여해야 하기 때문에 (수익)안전성에 대한 프리미엄도 발생하기 때문"이라며 "신종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화된 투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바이오의약품 시장 모두가 노리고 있다"

최근 한국이 바이오 산업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정부차원의 높은 관심은 비단 한국에서 뿐만이 아닌 만큼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 맞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톰 파이크 대표는 기조강연 이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에서 생산된 바이오시밀러는 세계적으로도 품질이 인정받고 있지만 다른 국가들에서도 바이오를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많은 국가들이 바이오의약품 산업에서의 기회를 엿보면서 제네릭을 생산하던 시설에서 생산기술을 높여 바이오시밀러까지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한국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 Morgan의 아시아 퍼시픽 브라이언 구(Brian H. Gu) M&A 대표도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브라이언 구 대표는 "바이오시밀러를 허가받으려는 업체들은 시장의 10배 정도라고 보면 된다"면서 "블루오션인 것은 맞지만 시장이 충분히 성장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세계시장에서) 제네릭의 규제는 많은 부분이 향상됐고 허가도 시간이 많이 단축됐지만 바이오시밀러는 아직도 개선이 필요하다. 바이오시밀러 개발은 일반적으로 5년 정도가 걸린다"면서 규제완화 및 투자지원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손여원 원장은 "바이오의약품 육성전략의 핵심은 규제 프레임을 만들고 허가심사를 예측가능하고 투명하게 하는 것"이라며 "국가지원 R&D는 지원인력을 붙여 기업의 연구개발이 시행 착오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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