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항암제 출시 후 도입 논의 수면 위로…일각선 시기상조 지적도

맞춤의료의 첨병 동반진단(Companion Diagnostics, CDx)을 아십니까.

CDx는 ‘특정 약물’에 대한 환자의 치료반응을 ‘미리 예측’하기 위한 분자진단기법의 일종을 말한다. CDx는 최근 환자 개개인의 특성과 성향에 맞춘 치료를 위한 맞춤의료(또는 정밀의료)와 함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미 일부 약물은 몇몇 유전자를 가진 환자에게 더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고, 그런 환자를 선별해서 처방하는 일도 이뤄지고 있다. CDx는 이를 한층 더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방법이다.


과거에는 국가에서 관리하지 않던 실험실조제검사(Laboratory-Developed Test, LDT)방식으로 치료제 사용을 결정했다. 그러나 지난 몇 년 사이 미국을 중심으로 임상시험을 거친 동반진단제를 이용해 표적치료제를 처방하는 방식을 채택했으며, 최근에는 표적치료제 개발과 동시에 체외동반진단기기를 함께 개발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CDx는 기존의 분석기법과 달리 ‘특정 약물’과 연계해 환자의 치료반응을 ‘미리 예측’하기 때문에 약물 투여 전에 미리 치료효과를 보일 환자를 선별할 수 있는 임상적 근거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CDx는 반드시 ‘특정 약물’과 함께 쓰이며, CDx의 검사 유효성과 약물과의 연계성 등을 입증하는 임상시험을 실시해야 한다. 이것이 CDx와 이전의 LDT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다시 말해 ‘특정 약물’과 CDx는 바늘과 실처럼 한 세트인 셈이다.

CDx는 치료제를 사용할 환자와 사용하지 않을 환자를 선별해 불필요한 의료비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 중요성이 점차 커지는 것도 의료비 절감 가능성 때문이다.

특히 미국은 CDx 개발 및 적용에 가장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미국 FDA는 지난 2014년부터 표적치료제 허가 신청 시 CDx도 함께 승인받도록 하고 있다.

CDx를 함께 승인받은 대표적인 치료제로는 국내에도 허가된 허셉틴(성분명 트라스트주맙), 잴코리(성분명 크리조티닙), 타세바(성분명 옐로티닙), 젤보라프(성분명 베무라페닙) 등이 있다.

반면 국내에선 그동안 CDx에 대한 정의조차 명확하지 않을 정도로 답보 상태였다. 지난해 10월에야 겨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체외동반진단기기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면서 개념이 정립된 상태다.

그런데 최근 이 CDx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 5월 한국MSD가 식약처로부터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 처방 시 사용하는 ‘PD-L1 IHC 22C3 pharmDx’를 국내 최초로 승인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CDx가 도입됐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 5월 열린 한국임상암학회에서 키트루다의 급여 기준에 ‘PD-L1 IHC 22C3 pharmDx’를 통해 환자를 선별, 급여를 적용하자는 가이드라인이 제시되면서 CDx 도입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히 같은 면역항암제인 옵디보(성분명 니볼루맙)의 경우 CDx를 허가받지 않은 상황이라 CDx에 대한 논의가 점차 뜨거워지고 있다.

항암제동반진단사업단(ACDx) 신영기 단장은 “CDx는 의료비 절감은 물론이고, 개인별 맞춤의료를 보다 앞당길 수 있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CDx가 국내에서 자리 잡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합의된 CDx에 대한 상세한 실행지침이 없고, 미국과 달리 표적치료제와 CDx를 동시에 허가받도록 하는 강제규정도 없다. 국내 규정이 미비하다보니 체외진단표적치료제와 CDx를 함께 개발한 다국적 제약사들 역시 미국과 달리 국내 도입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임상현장에서의 요구도 아직은 미미하다. 국내에서 CDx를 허가받은 것은 키트루다가 유일한데, 당장 급여 기준과 등재 방식을 놓고 합의가 이뤄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CDx는 치료제를 사용하기 위한 하나의 툴(tool)이지 주요 이슈가 아니기 때문이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이대호 교수는 “동반진단은 치료제를 쓰기 위해 환자를 선별하는 보조적인 수단이지 주가 아니다. 대장암의 경우, 환자를 선별할 필요 없이 MSI 수치가 높을 때 치료제를 쓰면 된다. 동반진단은 지금 당장 중요한 논쟁거리는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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