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에 초음파기기 판매 금지 요구가 왜 위법이냐”

한의사에게 초음파진단기를 판매하지 말라고 요구한 대한의사협회 등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억대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자 의료계는 분개했다.

한의사의 초음파진단기 사용이 위법하다는 헌법재판소 판결(2011헌바398)까지 나온 상황에서 관련 기기를 한의원에 판매하지 말라는 의협의 요구는 정당하다는 게 의료계의 주장이다.

공정위는 최근 의협과 대한의원협회, 전국의사총연합이 공정거래법 제26조 1항 4호(사업자단체금지행위)를 위반했다며 각각 최대 5억원에서 최소 수천만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심사관 조치 의견이 담긴 심사보고서를 각 단체에 전달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14년 2월 19일 대한의사협회를 방문해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이에 의협은 공정위 심사보고서에 대해 내부적인 검토 과정을 거쳐 조만간 의견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의협 관계자는 “한의사에게 초음파진단기를 판매하지 말아달라는 공문을 업체에 보낸 것은 국민 건강을 위한 것이었다”며 “공정위 심사관은 사업자단체금지 행위를 위반했다고 봤지만 한의사의 초음파진단기 사용이 위법인 상황에서 업체에 법을 지켜 달라고 요구한 게 왜 공정거래법 위반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과징금 부과 결정이 최종 확정된 게 아닌 만큼 정당성을 충분히 알릴 것”이라며 “만약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최종 결정이 난다면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했다.

한의원으로부터 혈액검사 의뢰를 받고 있는 진단검사센터 등 수탁업체들에 이를 중지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이유로 과징금 부과 대상이 된 의원협회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의원협회 윤용선 회장은 “공정위의 심사보고서는 이번 사안을 조사한 심사관의 의견으로 아직 최종 확정된 것을 아니다”라며 “심사보고서를 받아서 읽어봤는데 충분히 논리적으로 반박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의원협회는 2012년과 2014년에 한의원이 의뢰하는 혈액검사를 하지 말아달라고 수탁업체에 요청한 것이 불공정 행위로 지적됐지만 편파적인 조사였다고 생각한다”며 “적극적으로 반론을 제기할 것”이라고 했다.

윤 회장은 이어 “이번 공정위 조사는 한의사의 혈액검사나 초음파기기 사용 자체에 대한 합법 여부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 아니라 관련 업체 등에 공문을 보낸 행위만을 보는 것”이라며 “이번 문제를 한의사의 초음파기기 사용으로 연결시켜서는 안된다”고 선을 그었다.

의협이 이번 공정위 건에 조금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저지 여론을 형성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시도의사회 관계자는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문제에 대해 의료계는 그동안 수차례 반대 의견을 냈으며 경고도 많이 해 왔다”며 “이번 공정위 과징금 부과 대상에는 의협 뿐만 아니라 회원들의 자발적인 단체인 의원협회와 전의총도 포함돼 있는 만큼 함께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정위를 대상으로 한 법적 대응은 공정위원장과 복지부 한의약정책관 파면까지 요구할 정도로 강경하게 나가야 한다”며 “의협이 3기 비상대책위원회 발대식을 가지면서 정부에 선전포고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노환규 전 의협 회장도 “이번 공정위 심사보고서는 한의사들의 의사 흉내내기를 막기 위한 모든 조치를 정부가 차단한 것”이라며 “공정위가 최종 결정을 내리기 전에 의협과 의원협회, 전의총은 이를 막기 위한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침묵하면 끝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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