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보험사서 끼워팔기식 상품판매, 상품자체 문제 회피 지적

비급여 관리가 실손 지속성 담보…심평원 심사위탁설 또다시 등장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 의료기관의 과잉진료로 실손의료보험의 손해율이 높아져 보험료 인상을 야기한다는 보험업계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실손보험 상품 자체의 불완전성과 보험사의 잘못된 행태 때문이라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정부도 실손 상품에 대한 관리기전을 마련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 16일 보험연구원이 중소기업중앙회 그랜드홀에서 개최한 ‘실손의료보험 제도개선 방안 정책세미나’에서는 이같은 내용의 실손보험 한계에 대한 열띤 토론이 진행됐다.

2003년 건강보험의 보충형으로 도입된 실손보험은 국민의 62%가 가입할 만큼 대표보험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보험업계에서는 지급보험금 중 급여비의 비중(2014년 68.6%)이 늘어 손해율이 2015년 기준 123%에 달해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보험연구원 정성희 연구위원은 “이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10년 이내 보험료가 2배 이상으로 급등할 것”이라며 “실손 상품의 표준화로 시장경쟁원리가 작동하지 않아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가 생기고 일부 의료기관이 이를 이용해 과도한 비급여 진료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연구위원은 “그간 실손은 마케팅 전략에 따른 특약형 위주로 판매해 소비자의 선택권, 편의성을 침해했다”며 “실손 보장만 가입하고 싶은 소비자에게 패키지 형태로 상품을 가입시켜 왔다. 더구나 보험금 청구 절차가 번거롭고 복잡해 소액 청구는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보험사들이 그동안의 잘못된 행태에 대한 반성없이 일부 의료기관과 가입자의 부도덕성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한의사협회 서인석 보험이사는 “보험회사들은 지난 2014년을 기준으로 손해율이 137%라며 보험금을 올렸지만, 공단 정책연구원에서는 같은 기간 손해율을 80%로 추정하고 있다”며 “이는 보험사들이 손해율을 과장하고 있는 것이다. 보험료 인상으로 손보사의 순이익이 20% 늘어났다는 발표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험사가 실손을 특약과 끼워팔기 식으로 순익을 내고 있다. 이제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광고 경쟁으로 서로 가입자를 뺏어오기 식 광고를 한다. 이러한 사업비에 예산이 얼마나 들어가는지는 공개하지 않는데 이 또한 손해율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서 이사는 “보험회사의 끼워팔기, 커미션 등의 잘못된 행태에 대한 반성없이 일부 가입자와 의료기관의 잘못이라며 나머지 의료기관을 단도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의료는 공공이라는 이름으로 비급여 관리 등을 하려하는데 보험사도 민간이지 않나. 오히려 보험사 임원들도 조사해 월급을 통제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현웅 연구기획조정실장도 “보험자 역할을 하는 민간보험사가 진료비를 관리해야 하는데 그런 기전이 없고 지출이 올라가면 보험료를 인상해서 넘어가고 있다”며 “민간보험사의 자료가 불투명한 상태이며 가입자를 대변해야하는 보험사가 민간에는 없다. 지금상태로 자율적으로 시정할 한계점은 지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보험회사와 관련된 문제가 많은데 이를 전혀 드러내지 않고 있다. 보험사가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말것인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논의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급증하는 비급여, 실손에선 관리 기전 전무

실손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저해하는 것은 꾸준히 증가하는 비급여의 비중과 이에 대한 규제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많았다.

정성희 연구위원은 “실손은 의료기관 규모가 작을수록 비급여 의료비의 비중이 높다”며 “근골격계 중심의 실손 지급건수나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데 비급여정보가 표준화가 돼 있지 않아 심사나 관리가 잘 안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비급여는 온라인 청구제도나 심사기관, 심사기준이 없어 실손에서는 영수증만 보고 심사한다”며 “보험사에서는 비급여 지급 통계 관리도 부실하다. 특약 위주 판매로 실제 사업비 산출이 어려워 비용 공개가 미흡하다”고 설명했다.

손해보험협회 이재구 시장업무본부장은 “실손 지급의 70%가 비급여다. 원인은 비급여 진료의 과잉 때문이다. 과거에는 도수치료가 크게 쓰이지 않았지만 지금은 신시장이 된 것”이라며 “상품구조를 개선하면서 비급여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미봉책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 전 의료기관 비급여 조사·심평원 심사위탁 주장

이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비급여 진료비 조사 강화는 물론, 심평원으로 실손보험 심사를 위탁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또다시 화두가 됐다.

동아대 김대환 교수는 “비급여 의료비가 매년 10%씩 증가하고 있어 국민 부담을 넘어 경제성장의 발목도 잡을 것”이라며 “실손의 미세조정보다는 건보와 실손의 방향성을 같이 생각해야한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비급여로, 건보의 보장률이 아닌 ‘건보+실손의 보장률’을 고민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급여 실태조사를 위한 의료법 개정으로 병원급 이상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다고 하는데 이는 10%에 불과, 의원급이 더 문제인 만큼 고민이 필요하다”면서 “비급여 코드 통일화와 의료계가 운영하는 전산청구 및 심사제도, 심평원의 직접심사 권한 등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생명보험협회 김홍중 시장자율관리본부장 역시 “실손을 전문기관에 심사 위탁을 해야 한다”면서 “객관적인 심사체계가 없어 실손을 위탁 심사해 체계적으로 관리해야하며, 비급여 조사도 300병상이상 병원급은 10%에 불과한 만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사연 신현웅 연구기획조정실장은 “비급여의 실태를 모르고 이를 관리할 수 없다. 첫 단계는 비급여 정보를 가지고 있는 심평원과 민간이 정보를 고급화해 이를 관리할 수 있는 기전을 만들어야한다. 이를 위해 심평원과 민간이 정보를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손보협 이재구 시장업무본부장은 “자보에 진료수가위원회가 있듯이 실손도 진료수가위원회가 있듯이 이를 만들어야 한다. 실손 심사위탁이 되면 좋겠지만 그 전단계로서 위원회를 만들 필요가 있다”며 “비급여에서 치료가 인정되는 부분을 급여로 만들고 자기부담을 높여 공적인 관리를 해야한다”고도 했다.

, 심평원 위탁은 불가실손 구조 개편 OK

하지만 정부측에서는 심평원의 심사위탁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이창준 보험정책과장은 “비급여 표준화 논의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하지만 비급여 조사를 의원급에 반영을 안하는 것은 실효성 문제 때문”이라며 “3만여개의 의원급을 다 실태조사를 하고 관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어, 소비자가 체감하기에 비급여 비용이 높은 상급종병부터 비급여를 정확하게 관리하도록 시스템을 만들어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 3의 전문가에게 심사위탁을 하는 것은 더 고민이 필요하다”면서 “보험업계에서는 심평원이길 바라겠지만 심평원은 공적보험을 다루고 있다. 50조원이 넘는 진료비를 심사하고 실사를 해야한다. 아직도 심사원칙에 대한 의료계의 불만이 있어 투명성을 높여야하기 때문에 거기에 집중해야 한다. 따라서 비급여 심사 위탁을 (심평원에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별도의 전문기관이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대신 지금의 실손보험 상품의 구조적 개편이 필요하다는 의견들도 나왔으며 정부 또한 이를 토대로 한 개선안을 마련, 9월경 표준약관관련 상품심의위원회를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보험연구원 정성희 연구위원은 실손의료보험 제도개선 방안으로 ▲상품구조 개선 ▲개인별 보험료 차등 ▲계약전환 제도 도입 ▲단독형 활성화 ▲통계인프라 재정비 ▲비급여 관리체계 구축 ▲온라인 청구시스템 도입 등을 제시했다.

정 연구위원은 “먼저 포괄적으로 단일화 된 보험상품을 이원화 해 필수가입은 기본형으로 두고, 선택이 필요한 것은 특약으로 구분해야한다”며 “과잉진료가 우려되는 도수치료, 고주파열치료술 등은 별도 특약으로 분리해 이 부분의 과잉진료로 인한 보험인상률을 기본형에는 차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 선택 개념이 큰 상급병실료, 한방, 치과, 안과 등의 비급여를 나중에 특약으로 개발하면 필요로 하는 소비자가 선택해서 가입할 수 있어 비급여는 최소한만 보장해 나머지는 특약으로 하게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또 “과잉진료를 유발할 우려가 있는 일부 비급여는 보장한도를 제한하고, 기본형만 가입할 수 있게하면 소비자는 최대 30%까지 보험료가 인하되는 효과가 있다”며 “대부분의 유렵에서 도입하고 있는 보험료할인제도를 운영해 의료기관을 이용하지 않으면 보험료를 깎는 방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실손 통계 인프라 구축과 비급여 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공단과 복지부의 협업을 통해 비급여 심사체계를 구축해야하며, 실손 청구를 의료기관과 보험사 간의 온라인 청구시스템을 도입해 소비자 편익을 증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 이동훈 보험과장은 “실손에 대한 민낯이 빨리 드러나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며 “최근 TF가 구성돼 상품을 개혁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나로 뭉쳐져 있는 실손을 잘 나눠서 재정돈을 해 소비자가 선택을 할 수 있고 시장경쟁 원리도 작용하도록 하고 난 뒤에 다른 제도 개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보험료 차등화 도입에 대해서는 좋은 아이디어라 생각하고 좀 더 검토해볼 여지가 있다”며 “상품과 관련된 의견에 대해 소통을 하고 9월에 표준약관관련 상품심의위원회를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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