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토론회서 화학물질 관리 및 의료시스템 보완 필요성 제기

가습기 살균제처럼 인체에 유해한 화학물질들이 늘고 있지만 이를 제대로 관리할 체계도, 유해물질에 노출된 환자를 제대로 진료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춰져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과 대한의사협회가 지난 14일 ‘생활용품의 건강한 사용과 정부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토론회에서는 유해물질에 쉽게 노출되는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환경독성보건학회장을 맡고 있는 임종한 인하의대 교수는 환경영향으로 인해 아토피질환, 천식과 호흡기질환, 저체중아·미숙아 출산, 암, 신경발달장애, 어린이 비만 등이 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제품들 중에는 그 성분 자체도 공개하지 않는 것들이 많아 유해물질 관리 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임 교수의 지적이다.

임 교수는 “기업의 비밀로 인해 국민의 알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환경부이 기업비밀심의위원회의 운영에 있어서 기업비밀 4대 원칙이 철저히 적용돼야 한다”며 “소비자는 제품 내 고독성물질에 대한 알권리를 가진다. 화학물질에 대한 표시제도 강화를 통해 이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임 교수는 또 “직업환경의학과에서 유해물질 노출에 대해 진단할 수 있는 도구들이 있지만 모두 비보험이다. 분석 항목도 제한적이지만 건강보험에 등재돼 있지 않아 국민들이 서비스를 받는 것도 제한적”이라며 “병원에서의 유해화학물질 노출 분석 체계를 갖추도록 지원하고 건강보험 등재 등을 통해 시민들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생활환경 유해물질 노출 시 상시 진료 받을 수 있는 시스템 마련돼야”

유해물질 노출자 등을 관리하고 치료할 수 있도록 의료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제기됐다.

대한직업환경의학회 환경의학특별위원장인 홍영습 동아의대 교수는 “유해물질에 대한 인체 노출평가를 실제적으로 국민 개개인에게 적용해 건강관련성을 평가하고 위해도에 따른 예방관리 및 치료를 수행해주는 대국민 위해도 관리 체계는 현행 대한민국 보건의료체계에서는 매우 미흡하다”며 “역학조사 및 사업을 통해서 발견된 유해물질 과노출자 또는 중독 의심자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의료계 내부 시스템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납이나 수은 등 유해물질에 노출된 일반 국민들은 진단 및 치료를 위해 병원의 어디에 가서 진료를 받아야 할지 판단이 어렵고 실제 병원에서도 이런 경우 국민들에 대한 효율적인 노출평가와 관리를 해줄 수 있는 부분이 부재하다”며 “실제 생활환경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됐거나 의심되는 환자의 경우 병원에 찾아가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전문과 또는 시스템이 실제적으로 없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이어 “근로자 중심의 유해물질 노출관리가 아닌 일반 생활환경 유해물질 노출에 대한 일반인들의 의료계 내 접근이 가능해야 한다”며 “생활환경 유해물질 노출에 의한 질환이 의심될 때 상시 진료를 수행할 수 있는 병원 내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대학병원급 등 직업환경의학과의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인체 유해물질 노출에 대한 건강영향 평가 및 관리를 위해서는 현행 건강보험 체계 내에서 적절한 급여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며 “의료계 내부에서도 생활환경 유해물질 노출 평가와 관리를 위한 역량과 진료능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험 물질 중 극소수만 등록…화학물질관리체계 대폭 강화해야”

‘화학물질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이하 화평법)을 개정해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쏟아졌다.

환경법률센터 정남순 부소장(변호사)은 “화평법상 기존 화학물질 등록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 현재 화평법은 1톤 이상 기존 화학물질 모두가 등록대상이 아니라 등록대상 화학물질로 고시된 화학물질만 등록하도록 하고 있다”며 “안전 평가 내지 재평가가 우선적으로 필요한 물질은 등록 대상에 추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김호 보건대학원장은 “화학물질관리를 위한 법률 및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현재 화평법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며 “현행 화평법에 해당하는 물질은 전체 위험물질 중 극소수에 불과하고 등록, 평가, 심사를 위한 전문인력은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현재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환경부, 해양수산부 등 여러 기관에 흩어져 있는 기능과 역할 등을 단일한 관리체계로 만들고 권한과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환경보건학회 김판기 회장은 “선진국 바이오사이드 관리 수준을 참고해 제품 출시 사전허가제를 시행해야 한다”며 “현행 화평법 과 화학물질관리법도 현재 제기되는 미비사항을 보완해 완전한 화학물질 관리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화학물질관리는 범부처의 독립기구에서 관리해 부처별 상이한 자료요구 및 관리상태를 일원화해야 한다”며 “화학물질의 독성 및 위해성 평가와 관련해 연구자의 진실을 향한 거짓 없는 노력이 이뤄질 수 있는 학문적, 사회적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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