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환자 절반 차지하는 2형 제외…의료진 “다클린자+소발디, 2형도 추가돼야”

C형간염 치료제 ‘다클린자’(성분명 다클라타스비르)의 적응증 확대 과정에서 2형이 제외된 것에 대해 의료진들이 난색을 표했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다클린자의 적응증을 ‘대상성 간질환(간경변을 포함)을 가진 성인 환자에서 다른 약제와 병용하여 유전자형 1b형 만성 C형 간염의 치료’에서 ‘성인 환자에서 다른 약제와 병용해 만성 C형 간염의 치료’로 변경 승인했다.

적용 가능한 유전자형이 확대되면서 적응증에서 1b형에 대한 문구가 삭제된 것이다.

이전까지는 용법·용량에 유전자형 1b형 C형간염 치료를 위한 ‘순베프라’(성분명 아수나프레비르)와의 병용요법만 있었으나, 변경 이후에는 유전자형 1형과 유전자형 3형 C형간염에 대한 ‘소발디’(성분명 소포스부비르)와의 병용요법이 추가됐다.

BMS C형간염 치료제 '다클린자' 허가사항 중 각 환자군별 권장요법(6월 15일 현재 기준)


그러나 적응증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관련 전문가들은 탐탁지 않다는 입장이다. 국내에서 유효한 유전자형 2형과 관련된 적응증은 제외됐기 때문이다.

이번 적응증 확대는 여러 유전자형의 C형간염을 대상으로 다클린자와 소발디의 병용요법에 대한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한 ALLY-1 연구와 ALLY-2 연구 등을 근거로 이뤄졌다.

간경변을 동반하거나 간이식 후 C형간염이 재발한 총 113명의 만성 C형간염 환자를 대상으로 12주간 진행된 3상 개방표지 임상시험인 ALLY-1 연구에서 다클린자 60mg+소발디 400mg+리바비린(시작 용량 600mg) 1일 1회 병용요법은 Child-Pugh A 또는 B 등급의 간경변 동반 환자군에 92~94%, 간이식 후 재발한 환자군에 94%, 간경변 코호트 환자군에 83%의 SVR12를 나타냈다.

또 HIV 감염 동반 여부, 치료경험 여부에 따라 분류된 총 203명의 만성 C형간염 환자를 대상으로 12주간 진행된 3상 개방표지 임상시험인 ALLY-2 연구에서 다클린자-소발디 병용요법은 전체 C형간염 환자의 97%에서 SVR12를 입증했고, 유전자형 3형 환자군에서는 100%가 SVR12를 달성했다.

이 두 연구에는 모두 유전자형 2형 C형간염 환자가 포함됐다. ALLY-1 연구에서는 간경변을 동반한 유전자형 2형 환자가 4.4%였고, ALLY-2 연구에서는 8%가 유전자형 2형 C형간염 환자였다.

때문에 캐나다와 브라질 등에서는 이러한 연구결과 등을 기반으로 다클린자에 대해서 유전자형 2형을 비롯해 1형과 3형의 적응증을 승인한 상태다.

이는 국내 C형간염 시장을 노리는 BMS로선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대한간학회에 따르면, 유전자형 1b형(45%~59%)과 2a형(26%~51%)이 국내 C형간염의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유전자형 1a형과 3형은 대조적으로 비중이 현격히 낮다.

높게는 국내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유전자형 2형 시장의 진출이 적응증 확대 단계에서 좌절된 셈이다.

국내 의료진 역시 다클린자+소발디 병용요법에 유전자형 2형 C형간염이 인정되지 않은 것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곽금연 교수는 “다클린자와 소발디 병용요법은 거의 모든 유전자형의 C형간염에 대해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입증돼있다. 다클린자와 소발디의 병용요법에 대해 1형과 3형에 대해서만 적응증이 인정된 것에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며 유전자형 2형에 대해서도 적응증을 추가할 필요가 있음을 내비쳤다.

특히 곽 교수는 유전자형 2형 C형간염에 대한 소발디의 보험급여기준에 12주 처방 제한이 있다는 점에서도 유전자형 2형 C형간염에 다클린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소발디는 보험급여기준 상 유전자형 2형 만성C형간염 성인 환자 중 ▲이전 치료 경험이 없는 환자 ▲다른 HCV 프로테아제 저해제 치료 경험이 없고, 이전 페그인터페론 알파 치료에 실패한 환자 ▲간이식 대기 중인 환자에 대해 리바비린과 병용해 12주까지 인정된다.

그러나 소발디의 허가사항에서는 유전자형 2형 C형간염 치료 시 리바비린과 병용해 12주간 투여하되, 치료 기간을 최대 24주로 연장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고려하도록 돼있다.

특히 ▲진행성 섬유화/간경변 ▲높은 기저 바이러스 수치 ▲IL28B 비CC 유전자형 ▲과거 페그인터페론 알파 및 리바비린 요법에 대한 완전무반응 등 이전에 인터페론 기반 요법에 대해 낮은 반응률을 보인 요인을 1가지 이상 갖고 있는 환자의 경우 치료기간 연장이 고려돼야 한다.

이에 해당하는 환자의 경우 24주 치료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12주까지만 소발디의 보험급여가 인정되기 때문에 현재로선 온전한 치료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만일 이러한 환자에게 다클린자+소발디 병용요법을 적용할 경우 12주 치료가 가능하게 되는데, 가격이 비교적 비싼 소발디의 24주 요법보다는 가격이 비교적 낮은 다클린자가 추가된 12주 요법이 저렴하므로 보험급여 적용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곽 교수는 “다클린자가 유전자형 2형 C형간염에 허가되면 24주의 소발디+리바비린 병용요법이 필요한 환자를 소발디+다클린자+리바바린으로 12주만에 치료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면서 “또 국내에서 다클린자가 소발디보다 가격이 낮기 때문에 소발디+리바비린 24주 요법보다는 소발디+다클린자+리바비린 12주 요법이 더 저렴하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발디+리바비린 24주 요법이 필요한 환자의 경우에는 다클린자를 활용한 병용요법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다클린자와 소발디 병용요법에 대해 유전자형 1형과 3형만 인정된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유전자형 2형에 대한 다클린자와 소발디의 병용요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유전자형 1형과 3형에 대한 다클린자+소발디 병용요법은 해당 요법에 대한 치료 경험이 없거나 페그인터페론 알파 및 리바비린 또는 HCV 프로테아제 저해제 치료에 실패한 환자에 적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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