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보도 이후 “삭감 많이 하면 일 잘하는 직원? 기가 막히다” 비난 끊이지 않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의료기관 진료비 심사조정건수와 금액을 직원 업무성과지표로 삼았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의료계가 들끓고 있다.

진료비 삭감에 대한 불만이 팽배한 상황에서 청년의사 보도( ‘삭감 위한 삭감하고 있다’ 말 왜 나오나 봤더니)를 통해 심평원이 직원들의 업무성과 평가에 삭감 건수를 반영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의사들은 “그럴 줄 알았다. 원칙 없는 삭감이었다는 게 드러났다”며 분개했다.


개원의 A씨는 “일단 삭감부터 하고 본다는 말이 사실로 드러났다니 기가 막히다”며 “삭감 건수와 금액을 직원들 업무성과지표에 넣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는 일이다. 도대체 의사들을 뭘로 본 것이냐”고 비판했다.

개원의 B씨는 “진료할 때마다 혹시나 삭감 당하지는 않을까 걱정부터 한다. 의사들의 소신 진료를 막는 게 다른 곳도 아닌 심평원이라는 게 어이가 없다”며 “진료비 삭감이 원칙 없이 이뤄진다고 느껴 왔는데 그게 사실로 드러났다”고 했다.

진료비 삭감 통보를 받으면 일일이 이의신청을 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한 중소병원 봉직의는 “귀찮아서 그냥 넘어가기도 했는데 삭감이 될 때마다 이의신청을 해야 한다”며 “가만히 있으니까 이런 일도 일어나는 것”이라고 했다.

개원의 C씨는 “의원들 중에는 바쁘고 서류 등을 챙길 인력도 부족해 진료비가 삭감돼도 이의신청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런 개원가의 상황을 심평원이 악용한 것 아니냐. 앞으로는 삭감된 금액이 적더라도 부당하다고 생각하면 무조건 이의신청을 하겠다”고 말했다.

“요즘은 병리 검사에서 엄청 삭감 당하고 있다”, “이번 사안에 대해 감사 청구를 해야 한다”, “삭감한 금액으로 직원들 성과급 잔치 한 것이냐”, “의사가 봉이냐”, “아무리 떠들어도 심평원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욕 밖에 안나온다” 등 격한 반응들도 쏟아졌다.

대한의사협회는 “심평원만 부인해오던 공공연한 비밀이 사실로 드러났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의협 김주현 대변인은 “심평원은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심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지만 그렇지 않다는 게 드러났다”며 “진료비 삭감을 조장하는 제도 자체가 수정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의사들은 물론 국민들도 심평원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의사들 사이에서는 유행처럼 분야들을 골라가면서 삭감하고 있다는 말들이 계속 나왔고 심평원만 부인하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며 “몇 년 전 진료했던 내역까지 삭감하면서 이의신청 기간은 오히려 90일에서 30일로 단축시킨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개원을 하고 있는 의사로서도 분개하고 있다. 하루 빨리 개선돼야 한다”고 했다.

의협 관계자는 “진료비 삭감 건수나 금액이 많은 사람이 과장, 부장으로 진급한 것 아니겠느냐. 그렇게 직급이 올라간 상사들이 직원들에게 뭐라고 하겠느냐”며 “관련 구조 자체를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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