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 곧 고갈될 누적 흑자 강조…부대조건 제시도 없어

올해 수가협상은 어느 때보다 조용하다.

지난 25일 대한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3차 수가협상을 가졌는데 보험자와 공급자간의 수가 인상률 차이가 크다는 점만 확인했을뿐 이렇다 할 진전은 없었다.


지난해 공단 수가협상단이 13조원의 흑자를 쥐고 있으면서도 ‘줄 돈이 없다’며 2차 협상 때부터 ‘목표관리제’라는 부대조건을 던졌던 것과 다른 양상이다.

이번 3차 협상에서 공단은 당연한 듯 ‘지금의 흑자는 곧 고갈될 것’이라고 강조했고 공급자는 ‘장기적으로 진료비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수가인상이 필요하다’고 반격했다.

추가소요재정(벤딩)에 대한 그 어떤 귀띔도 없었고 간극이 크니 아마도 벤딩 역시 기대보다 못하지 않을까라는 추측만 무성하다.

공단은 공급자에게 진료량을 통제하면 더 주겠다는 부대조건을 제시하지도 않았고 그저 입장차이만 확인하는 수준에서 협상을 일단락 지었다. 그리고 협상 마지막날인 31일에 4차, 5차 등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

대한병원협회 조한호 수가협상단장은 협상 직후 “우리는 한국병원경영연구원의 환산지수 연구결과를 토대로 환산지수 증가율을 이야기했고 공단은 SGR모형으로 인상률을 제시했는데 간극이 컸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지난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라는 암초를 만났고 두 번 다시는 이런 일이 안 일어나도록 적정한 환산지수를 줘야한다고 강조했다”며 “공단도 진료비 증가에 대한 부담은 있지만 공감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또 “공단과 대충의 수치를 제시했지만 간극도 컸고, 처음 제시한 것이라 큰 의미를 두지는 않는다”면서도 “마지막 협상날 신중하게 접근해 간극을 좁혀 나갈 것이며 내부에서도 수치에 대한 전략회의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먼저 협상을 가진 대한한의사협회의 김태호 기획이사는 “공단과 서로 차이가 컸다”는 말을 꺼내며 “벤딩은 공단측에서 안밝히고 우리도 유추가 어려웠다. 마지막 협상날 간극을 줄이는 작업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김 이사는 “지금은 (재정이) 흑자이지만 2019년에 고갈될 것이라고 공단은 예측하더라”며 “거기다 노령화와 만성질환자가 많아져 진료비 지출은 더 늘어날 것이라는데, 오히려 그런 면에서는 한의학이 강점이 있으니 안정적인 진료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수가 보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협상에서도 역시 재정운영소위원회가 부대조건 수용 시 섭섭지 않게 수가를 인상해주겠다는 계산을 갖고 있기 때문에 마지막 협상날인 31일에 한바탕 폭풍이 몰려올 가능성도 높다.

실제 한 재정소위 관계자는 “부대조건을 수용해주면 아무래도 유리하게 (인상을) 해줄 것으로 보인다”면서 “부대조건에 잘 협조해주면 장래에는 건강증진과 보건향상이라는 공단과 의료계의 공통된 목적에 부합하게 되는 만큼 지속적으로 나아가야하는 방향이다. 그런 부분은 공적으로 합리적이라 배려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올해 수가협상의 분위기가 예년과 다른 데에는 재정운영위원장의 교체가 한 몫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거기다 공단의 급여상임이사도 첫 여성으로 바뀌면서 차분하게 상호 의견을 경청하는 분위가 조성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편, 오는 27일에는 의협, 약사회, 치협의 3차 협상이 예정돼 있으며, 한의협과 병협은 협상 마지막날인 31일에 4차 협상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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