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강청희, 상근부회장 해임됐으니 이사장도 물러나야”

공제조합 “이사장과 의협 임원 직위는 상관 없다”

대한의사협회가 이번에는 의료배상공제조합 이사장 자리를 두고 시끄럽다. 의협 집행부가 해임된 강청희 전 상근부회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것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협 집행부는 강청희 이사장이 상근부회장에서 해임된 만큼 공제조합 이사장 자격도 잃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강 이사장과 공제조합 측은 조합 정관에 따라 이사회에서 선거를 통해 뽑은 이사장이기 때문에 임기가 보장된다고 맞서고 있다.

특히 오는 28일 열리는 공제조합 대의원총회를 앞두고 양 측의 갈등은 고조되고 있다. 이날 총회에서 강 이사장에 대한 해임이 추진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의협 집행부 “강청희 이사장이 당연히 물러나야”

대한의사협회가 김록권 상근부회장을 의료배상공제조합 이사로 추천한다는 내용이 담긴 공문.


의협 집행부는 강 이사장이 물러나야 한다는 입장이다. 상임이사회에서 김록권 상근부회장을 조합 이사로 추천하기로 의결한 바 있으며 지난 21일에는 의협 추천 이사 3명이 임시이사회를 소집·개최해 ‘공제조합 이사회 운영 규정’ 개정을 논의했다.

이날 임시이사회에 안건으로 올라온 공제조합 이사회 운영 규정 개정안은 의협 추천 조합 이사는 현직 임원이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의협 집행부는 같은 날 “임시이사회 결의에 의해 ‘공제조합 이사회 운영규정’이 개정돼 우리 협회 추천 이사(강청희 전 의협 상근부회장, 전 공제조합 이사장)의 결원이 발생했다”며 김록권 상근부회장을 조합 이사로 추천하니 이사 변경 절차를 진행해 달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의협 관계자는 “의협 상근부회장에서 물러난 사람이 공제조합 이사장을 계속 맡는다는 게 이상하지 않느냐”며 “강 이사장은 의협 추천 이사 자격으로 이사장에 선출된 만큼 추천 이사가 바뀌면 그 자격도 사라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제조합 측 “이사장은 의협 임원 직위 유지 여부와 상관없어”

하지만 공제조합 측은 외부 법률자문 결과를 근거로 의협 상근부회장의 지위를 잃었다고 해도 조합 이사장 지위는 유지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공제조합이 법률자문을 의뢰한 법무법인 2곳은 의협 임원 직위를 상실했다고 조합 이사 자격도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공통된 입장을 보였다.

A법무법인은 “의협 상임이사회 추천으로 대의원총회에 의해 조합 이사로 선임된 자가 의협의 임원 자격을 상실했다고 하더라도 조합 이사로서의 지위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조합 이사로서 임기까지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했다.

B법무법인은 “공제조합 이사장이 의협 부회장 직위에서 해임되더라도 독립적인 법인인 공제조합의 이사장 직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제조합은 의협 추천 이사들이 주도해 지난 21일 개최된 임시이사회에 대해서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강청희 이사장 “의협, 별도 법인인 공제조합에 너무 간섭”


강 이사장은 의협 추천 이사들이 임시이사회 소집을 요구해 지난 22일 오후 이사회를 개최하겠다고 공지했지만 하루 전날인 21일 임의로 회의를 열어 안건을 의결했다고 지적했다.

강 이사장은 지난 24일 공제조합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의원총회에 이사장 해임안이 올라오고 의결될 것으로 기대하다가 안되니까 임시이사회 소집을 요구해 왔다”며 “의협 추천 이사 3명이 지난 20일 임시이사회 소집을 요구해 22일 오후 7시에 개최하겠다고 공지했지만 하루 전날인 21일 이사회를 열었다. 이 회의는 무효라고 생각한다. 회의에 참석했던 다른 조합 이사들은 의결된 사항이 없다고도 했다”고 말했다.

강 이사장은 “만약 이번 대의원총회에서 이사장 해임안이 올라와 표결에 붙여 나가라는 결과가 나온다면 받아들일 것”이라며 “하지만 공제조합 정관에 규정된 임원 해임 사유 중 나에게 해당되는 내용은 없다”고 강조했다.

강 이사장은 “그동안 의협 내부 갈등으로 비춰지는 것을 바라지 않아서 입장 표명을 자제해 왔지만 별도 법인인 공제조합 운영에 의협이 지나치게 관여하는 게 아닌가 걱정이 돼서 의견을 말하는 것”이라며 “의협 37대 집행부 시절부터 공제조합 업무를 담당해 왔으며 그동안 조합원도 많이 늘어 올해에만 2,000명이 증가했다. 회원들에게 믿음을 주고 신뢰를 형성해서 도약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번 논란으로 신뢰가 떨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강 이사장은 “왜 의협이 공제조합을 좌지우지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조합은 별도 법인으로 조합원 권익을 위한 독자성은 보장 받아야 한다”며 "이번에도 쫓아낸다면 쫓겨날 수밖에 없겠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회원을위해 회무를 보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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