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책임자인 박덕우 교수 “아스피린도 부작용은 있다, 스타틴도 같은 맥락일 뿐”

“아스피린 부작용 중 뇌출혈 우려가 있다고 아스피린 복용을 중단하라고 하지 않는다. 그만큼 아스피린의 심혈관 질환 예방 효과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스타틴 제제의 당뇨병 발생에 대한 논란도 이와 같다.”

최근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이 발표한 ‘스타틴 사용과 당뇨 위험도에 대한 비교효과연구’란 보고서가 국내에서 스타틴 당뇨병 발생 논란에 다시 불을 붙였다. 연구 발표 후 대한당뇨병학회가 반박 성명서까지 내놨을 정도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스타틴 사용과 당뇨 위험도에 대한 비교효과연구’ 책임연구자인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박덕우 교수는 본지와 만나 “이 연구는 후향적 관찰연구로써 제한점이 많다.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박 교수와는 당뇨병학회의 성명서 발표 전에 만났다. 그는 이미 학회가 지적한 바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고, 이 연구결과가 스타틴 사용 중단 또는 위험성이 높음을 강조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스타틴 사용과 당뇨 위험도에 대한 비교효과연구는 2005년부터 2012년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 40세 이상 수검자 200여만명의 건강보험 청구자료를 활용해 진행됐다. 대상자를 스타틴군과 비스타틴군으로 구분 후, 당뇨병 발생(당뇨병 진단 후 경구혈당강하제 또는 인슐린 처방) 및 심혈관계 질환 발생(심혈관계 질환관련 사망, 심근경색 입원, 뇌졸중 입원) 위험도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스타틴군은 비스타틴군 대비 당뇨병 발생 위험도가 1.88배 높았고, 이는 복용 기간·용량에 비례했다. 복용기간 기준, 1년 미만, 1~2년, 2년 초과 군으로 구분 시 당뇨병 발생 위험도는 비스타틴군에 비해 각각 1.25배, 2.22배, 2.62배 높았다. 복용용량 기준, 저용량, 중간용량, 고용량 군으로 구분 시 당뇨병 발생 위험도는 비스타틴군에 비해 각각 1.06배, 1.74배, 2.52배 높았다.

박덕우 교수는 스타틴군이 비스타틴군 대비 당뇨병 발생 위험도가 1.88배 높게 나왔다는 결과에 대해 “다른 해외 관련 연구들보다 수치가 다소 높게 나왔는데, 보정이 쉽지 않은 후향적 연구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며 “이 수치에 대한 의미를 두기보다, 다른 연구들과 같이 스타틴 사용 시 당뇨병 발생 우려가 있다는 정도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스피린 등 대부분의 약이 임상적 이점과 함께 부작용 위험이 상존하듯, 스타틴의 당뇨병 발생 또한 같은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오히려 수년 전부터 알려진 스타틴의 당뇨병 발생 위험 보다, 1차 예방 목적으로 사용 시 심혈관계 질환 발생 위험도가 3분의 1가량 낮아졌다는 점이 이번 연구에서 주목할 부분이라고도 했다.

박 교수는 “언론에서 (연구에 대해) 앞뒤 자르고 당뇨병 위험성이 최대 몇 배까지 증가했다고는 보도됐다”며 “이를 잘못 해석하면 큰 오해가 있을 수 있다. 심장, 내분비 등 관련 의사들은 스타틴이 심혈관질환 위험을 감소시킨 탁월한 약이라는 점에 이견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스타틴이 당뇨병 위험을 증가시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더구나 박 교수의 말처럼 후향적 연구라는 제한점을 감안하더라도, 국내 환자 200만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라는 점은 분명히 의미가 있다. 그럼, 이 연구 결과를 임상에선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에 대해 박 교수는 “CVD event(심혈관계 사건)이 없더라도 스타틴을 사용해야 하는 고위험군, 즉 당뇨병 환자나 이전에 event를 경험한 환자는 스타틴을 무조건 써야 한다. 총콜레스테롤 중 LDL-C이 170~180㎎/㎗ 이상일 경우도 마찬가지”라며 “이전과 같이 환자들에게 1차적으로 스타틴을 사용하되 (당뇨병 발생) 위험도 있음을 인지하고 처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스타틴은 심근경색, 뇌졸중, 심혈관계 질환 관련 사망률 등에 미치는 효과는 뛰어나지만, 부작용 중 근육통, 간수치 상승, 새로운 당뇨병 발생 위험도 있는 약이라고 보면 된다”며 “모든 약과 같이 스타틴도 benefit(이점)과 risk(위험)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될 것”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NECA는 이번 연구가 한국형 스타틴 사용지침을 마련하는 데 유용한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는 기대를 나타내기도 했다.

그러나 박 교수는 이에 대해 “이 연구만으론 한계가 있다”며 “무작위, 이중맹검 등 오류를 최소화한 높은 근거수준의 전향적 연구가 아닌 만큼, 반영돼도 참고 정도가 아닐까 싶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스타틴의 당뇨병 발생에 대한 또 다른 이슈는 스타틴 제제 간 차이는 여부다. 스타틴은 최근 국내에서만 수천억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고 아토르바스타틴, 로수바스타틴 등 주요 스타틴 제제들의 특허만료로 수십여개의 제약사들이 처방 확대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때문에 국내에 국한됐지만, 200여만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부작용에 대한 우위가 정해지면 경쟁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박 교수는 “스타틴 간 당뇨병 발생 정도는 예민한 문제다. 하지만 필요한 연구라고 생각된다”며 “현재 이번 연구의 하위분석연구를 계획하고 있는데, 그 중에 스타틴 제제 간 당뇨병 부작용 발생 차이도 포함돼 있다. 다만 연구는 해외 학술지 논문게재를 우선하고 있어, 그 내용을 언급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당뇨병학회는 지난 24일 “여러 연구의 메타분석 결과 스타틴을 사용하는 경우 9% 정도부터 많게는 27%까지 당뇨병 위험이 올라간다고 보고됐다”며 “NECA의 이번 연구에서는 한국인에서 당뇨병 발생 위험이 평균 88% 증가(1.88배)한다고 분석했는데, 방법상 오류가 있어 과다하게 위험이 추정된 것은 아닌지, 아니면 실제로 한국인에서만 스타틴으로 인한 당뇨병 발생 위험이 높은 것인지에 대한 추가 근거가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또 연구분석 기간인 2005년부터 8년간은 스타틴 처방 당시 진료지침의 변화가 상당히 존재하던 시기가 연구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 스타틴을 복용하는 점에 미뤄 비교적 더 적극적으로 검사를 받아 당뇨병이 더 많이 진단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도 했다.

학회는 “NECA는 이번 후향적 코호트연구를 통해 스타틴과 당뇨병 발생 위험에 대해 알게 됐다면 전향적인 연구(무작위 배정 임상시험)를 통해 보다 확고한 근거를 창출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섣불리 이런 후향적 연구결과를 갖고 스타틴 관련 진료지침에 적용하는 조급함과 오류는 절대적으로 경계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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