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의 진실을 마주한 국민들은 옥시(현 RB코리아) 대체품 목록을 공유하며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 다행히 옥시가 보유한 제품들은 거의 대부분 대체품이 있는 상황이다.

이는 일반의약품인 개비스콘과 스트렙실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 제약사들은 이미 개비스콘 제네릭 의약품을 판매하고 있다. 허가받은 제품만 23개나 된다. 스트렙실 역시 제네릭은 없지만 대체할 수 있는 성분은 많고, 성분은 다르지만 사탕처럼 먹는 트로키제형의 인후염 치료제도 이미 있다.

제네릭이 출시되어 있는 덕분에 소비자들도 안심하고 불매운동에 동참할 수 있게 됐다. 만약 개비스콘 제네릭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과연 옥시 불매운동을 벌이는 소비자의 불편을 줄일 수 있었을까.

개비스콘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었다면 불매운동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또 약을 택하는 특성 상 ‘그 (성분의)약이 잘 듣는다’며 교체를 꺼리는 소비자도 충분히 있을 법하다.

때문에 이번 옥시 사태는 제네릭의 존재 이유를 명확히 드러내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제네릭 의약품은 카피약, 또는 미투(me too)제품 정도로 알려져 있다. 허니버터칩과 비슷한 과자는 그저 오리지널을 ‘베낀 제품’ 정도로 인식되고 있지만 보건의료계에서 제네릭 의약품을 바라보는 시각은 조금 다르다.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약간은 천덕꾸러기라고 할까.

부정적인 시각이 생긴 데는 긴 역사가 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신약개발에 대한 중요성이 올라간 점과 품질 신뢰성 문제, 불법 리베이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게 가장 크다.

또한 처방이 많은 약물의 경우, 오리지널의 특허가 만료되면 100품목도 넘는 제네릭이 출시되면서 제약사들이 신약개발이 아닌 제네릭 영업에 치중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옥시 사태를 겪고 보니 제네릭의 필요성이 새삼 와 닿는다.

제네릭의 가장 큰 장점은 낮은 가격이다. 신약을 개발에 걸리는 기간은 10~20년이고, 그 사이에 들어가는 비용도 천문학적이다. 그러나 제네릭은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을 거쳐 안전성과 유효성을 통과한 제품이다. 기존 약물과 동등한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하기만 하면 돼 개발비가 적게 들어 가격이 저렴할 수밖에 없다.

또한 제네릭은 약의 가격이 낮을 뿐만 아니라 시장의 경쟁을 유도해 전체적인 약의 가격을 낮추는 효과를 준다.

최근 몇 년 사이 특허가 풀리며 제네릭이 출시된 발기부전치료제가 대표적인 예다. 다양한 국산 제네릭이 쏟아지면서 저렴한 치료제가 나왔고 자연스레 오리지널의 약가도 내려갔다. 다양한 선택 사항이 생기자 과거보다 환자들의 접근성이 높아지는 효과도 나타났다.

모든 치료제에 이 논리가 적용될 수는 없겠지만 경쟁으로 인해 환자들의 약제비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최근 한국 사회가 고령화 되면서 만성질환 환자수가 급격히 증가해, 덩달아 늘어나는 약제비 부담도 크다. 또한 암 등 중증질환, 알츠하이머 등 희귀난치질환 등이 늘고 관련 치료제 등이 속속 개발되면서 의료 관련 비용이 증가하고 있는데, 제네릭은 이런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이번 옥시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무엇보다 제네릭은 오리지널의 독점을 견제하고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이다. 실제로 빈곤국가 등에 필요한 의약품 중 가격 및 특허권의 문제로 오리지널이 공급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인도 등에서 생산한 제네릭이 큰 도움이 된다. 빈곤국가가 아니더라도 오리지널 제약사가 의약품을 출시 안하는 국가도 많다.

오리지널 의약품의 독점만큼 위험한 일이 또 있을까.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되는 의약품이지만, 그 중에서도 제네릭의 중요성을 간과해선 안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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