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정신의학회 “편견과 낙인은 또 다른 피해자 낳을 수 있어”

경찰이 강남역 살인 사건을 ‘조현벙에 의한 묻지마 살인’으로 결론 내린 가운데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과 낙인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23일 성명서를 통해 “정신질환자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에서 기인하는 편견과 낙인은 또 다른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격과 혐오가 될 수 있다”며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이 커지면 환자와 가족은 낙인으로 인해 질환을 인정하기 더 어려워지고 돌봄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으로 갈 가능성이 높으므로, 편견을 조장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은 물론 적극적으로 편견을 해소하기 위한 사회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경정신의학회는 “조현병 환자들이 망상에 대한 반응이나 환청의 지시에 따라 기괴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동기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있기는 하다”면서도 “범죄를 저지를 위험성은 일반 인구보다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살인과 같은 극단적인 행동은 매우 드물다”고 말했다.

신경정신의학회는 “조현병은 급성 악화기에 환청과 망상에 압도되고 극도의 불안과 초조, 충동 조절의 어려움이 동반될 수 있으며, 이 시기에 일부에서 본인이나 타인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행동이 나타나기도 한다”며 “그러나 이는 적절한 약물치료를 통해 조절될 수 있으며, 꾸준한 유지 치료로 상당부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경정신의학회는 “지난 19일 정신보건법 전부개정안이 19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정신질환자의 강제 입원 절차가 강화됐다”며 “증상과 병식의 부족으로 인한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입원이나 약물치료를 하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 이로 인해 환자의 인권과 치료, 환자가족과 정신보건 종사자 등을 비롯한 이들의 안전과 삶의 질에 문제가 되지 않도록 국가와 전문가 단체는 지속적으로 상의하고 노력해나가야 한다”고 했다.

이번 사건이 여성혐오 논란으로 번지면서 사회적 갈등이 생기고 있는 상황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신경정신의학회는 “가해자의 정신 감정 등 충분한 조사 과정 없이 여성 혐오나 조현병을 사건의 원인으로 성급히 지목한 기사들이 올라오면서 온 사회가 더 큰 충격을 받고 분노하게 됐다”며 “여성혐오가 원인이 됐다는 보도 후 인터넷과 SNS 상에서는 남성과 여성이 서로 지나치게 대립하고 갈등하는 양상이 나타나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신경정신의학회는 “이번 사건을 지나치게 사회 전반에 일반화해 더 큰 갈등이나 불안을 일으키게 된 것은 아닌가 생각해 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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