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수의 시장조사로 본 세상

만약 암환자들 대상으로 ‘최선의 치료를 받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하고 응답을 5점 척도-5점은 ‘매우 그렇다’ 1점은 전혀 그렇지 않다-로 받는다면 어떠한 결과가 나올까.

최근에 암환자 관련 모임에서 한 연자의 발표를 보고 문득 떠오른 생각이다. 물론 이러한 설문을 실제로 진행하려면 우선 ‘최선의 치료’라는 용어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명확한 정의를 내려야 한다. 그 다음 응답자에게 용어에 대해 설명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최선의 치료를 ‘나에게 반드시 필요한 치료를 적절한 비용에 받는 것’으로 정의하고 평가한다면 어떠한 결과가 나올까. 전체 암환자라면 과거에 비해서는 ‘그렇다(1+2점)’고 응답하는 비율이 높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그러나 조기 암환자 그룹과 말기 암환자 그룹의 결과를 비교해 본다면 ‘그렇다(1+2점)’고 응답하는 비율에서 확연한 차이가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예상하는 근거는 과거에 비해 조기에 발견되는 암환자의 비율이 높아지고 말기 암환자들에 비해 치료 비용 부담을 호소하는 경우가 감소한 데 있다. 조기 암환자들은 최초 암 진단 시 충격, 수술 후 겪는 신체적인 고통, 사회적 복귀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반면 말기 암환자들은 얼마나 더 살 수 있을까에 관한 이야기, 가족에 대한 걱정과 미안함, 비급여 신약의 경제적인 부담등을 얘기한다. 조기 암환자들은 4대 중증 보장성 강화 정책의 영향으로 혜택을 체감하고 말기 암환자들은 비급여 신약 비용 부담으로 혜택을 체감할 겨를이 없는데 그 원인이 있다.

최근 변화한 추세는 환자들도 무조건 본인에게만 해당되는 혜택을 당장 내어 놓으라고 요구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다른 질환과의 형평성 문제를 생각하거나 국가예산이 한정돼 있으니 적절히 조율할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암환자 모임에 참석한 한 환우회 대표가 중증환자산정특례 5년을 일괄적으로 적용할 것이 아니라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적용하면 어떨까라는 의견을 내거나 암환자 부담을 5%에서 10%로 상향 조정한 후 그 금액을 말기 암환자를 위해서 사용하면 어떻겠냐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물론 각자 처한 입장에 따라 의견 차이를 보일 것이다.

상당히 어려워 보이지만 우선순위를 정하는데 합의 도출이 절실해 보인다. 전체 암환자 대상으로 “암환자 부담비율을 5%에서 10%로 상향하고 대신 그 비용을 말기 암환자를 위해 사용한다면 얼마나 동의하십니까?”라는 질문을 한다면 어떠한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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