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대강동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아기들의 울음소리가 병동 복도를 가득 채운 오후, 청진기와 계산기를 장착하고 바쁘게 움직이는 군단이 있다.

울음소리만 들어도 아파서 우는지, 배고파서 우는지 조금은 감이 온다는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들이다. 아이들을 좋아해서 한림대강동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를 선택했다는 전공의들을 만났다.

한림대강동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들은 총 8명이다. 이 중 6명이 미혼. 4년차 제외하면 공교롭게도(?) 연차별로 남자 1명, 여자 1명씩이다. 미남·미녀들이 모여 있는 터라 ‘혹시?’ 하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내자 바로 손사래 친다. 이들은 서로가 이성보다는 동지, 전우에 가깝다고 입을 모았다.

1년차 강혜리·김정한 선생, 2년차 박소영·조홍제 선생, 3년차 안세환·이민주 선생, 4년차 최우혁·박태영 선생이 그 주인공이다.

한림대강동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슈퍼스타K 만큼 치열한 경쟁 뚫고 입국

아이들이 좋아 소청과를 선택한 이들은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의국에 들어왔다. 2년차 조홍제 선생과 1년차 강혜리 선생은 인턴 때 좋은 의국 분위기에 소청과를 전공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그러나 경쟁이 치열해 조홍제 선생은 “슈퍼스타 K 오디션을 보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 였다”고 표현했다. 최근 소청과에 들어온 강혜리 선생은 “의국에 들어온 지 한 달 정도 됐는데 소청과 경쟁률이 치열해 힘들게 들어왔다”고 말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들어와 아이들은 물론 그 부모들과 부대끼다 보면 어느 새 ‘소청과 의사스러워진’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고 한다.

“애들이 좋아서 들어왔는데 성격이 아기자기해지는 건 덤이에요.” 3년차 안세환 선생의 말에 다른 전공의들도 고개를 끄덕인다. “미숙아의 경우 몸무게 10g만 빠져도 신경 써야 할 것이 많고 20g이 찌면 전부 다 뿌듯해한다니까요. 작은 것 하나 하나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계산기는 필수고 0.1mm의 오차도 용납할 수 없죠.”

“아이들이 아프면 옆에서 지켜보는 부모는 더 많이 아파요.” 얼마 전 아빠가 된 4년차 최우혁 의국장은 부모가 돼보니 소청과를 찾는 보호자들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하게 됐다고 했다.

2년차 박소영 선생은 “처음엔 아이들을 잘 상대할 수 있을지 걱정했어요. 그런데 아이 부모의 의견을 경청하고 아이들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다보니 생각보다 어렵지 않더라고요.”라고 말했다.

시험 성적 공개하는 ‘빡센’ 의국

“우리 의국은 공부를 많이 해서 의대의 확장판 같아요”라는 2년차 조홍제 선생의 말에 의국원들은 “힘들어요”라고 하소연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소청과 의국은 오전 7시 40분 컨퍼런스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또 시험을 본 후에는 일주일간 게시판에 시험 성적을 공개하기도 한다. 공부를 하기 싫어도 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셈이다.

“소청과에서는 수술을 하지 않아서 편할 것 같다는 편견이 있는 것 같은데 공부도 많이 하는 편이고 다른 병동의 보호자들보다도 아기 엄마들은 더 예민해질 수밖에 없어서 신경도 많이 써야 해요.”(3년차 안세환 선생)

이런 빡센 수련 과정을 거치다보면 어느새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구별하는 ‘경지’에 오른다. 소청과 전공의 생활 4년차인 최우혁 의국장은 “이젠 아이들 울음소리만 들어도 아파서 우는 건지 배고파서 우는 건지 조금은 감이 오는 것 같아요.”라고 뿌듯해 했다.

물론 공부만 해서 이런 경지에 오른 것은 아니다. 아파서 병원을 찾은 아이들과 가까워지기 위해 클레이 점토 강좌와 종이접기 교실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될 때마다 소청과 전공의들은 아이들의 대통령인 ‘뽀로로’로 변신한다.

“저희는 술집 대신 맛집에 갑니다”

의국 분위기를 알 수 있는 자리가 바로 회식이다. 강동성심병원 소청과는 술보다는 ‘음식’에 집중한다고. 소청과 교수 6명 중 5명이 여성이다보니 자연스럽게 회식은 ‘맛집 투어’로 이어진다. 이같은 문화를 주도하고 있는 교수는 소청과 황일태 과장이다(이름 때문에 헷갈릴 수 있지만 미모를 자랑하는 분이다).

“황일태 과장님 덕분에 지방에서 올라온 전공의들은 새로운 문명을 배우고 있죠.”라는 최우혁 의국장의 말에 다들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소청과의 센스는 이뿐이 아니다. 회식 장소를 찾는 식당은 대부분 병원을 찾는 아이들의 부모가 운영하는 곳이라고 한다. 병원에서 맺은 인연을 꾸준히 이어가는 그들의 마음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지인들이 자녀를 맡기는 의사가 꿈”

마지막으로 어떤 의사가 되고 싶은지를 물었다. “앞으로 환자를 잘 보는 의사, 환자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의사”, “좋은 의사” 등등 교과서에 나올 법한 대답들이 줄을 이었다.

그 중 귀를 쫑긋하게 하는 답은 3년차 이민주 선생에게 나왔다.

“학교 다닐 때부터 생각했던 것이 있는데 동기나 지인들의 자녀가 아플 때 믿고 맡길 수 있는 의사가 되고 싶다는 거예요. 소청과 의사로서 가까운 사람들이 안심하고 진료를 보러 올 수 있는, 그런 믿을 수 있는 의사가 되고 싶어요.”

소청과 홍보대사 역할을 맡기라도 한 듯 이민주 선생은 “강동성심병원 소청과는 서울에 있어서 접근성도 좋고 다른 과보다 수련이 힘든 편이 아니에요. 잘 모르는 분들이 있어서 꼭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라고 거듭 강조했다.

아마 내년도 전공의 모집에서도 강동성심병원 소청과는 슈퍼스타K 만큼 높은 경쟁률을 기록할지 모르겠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