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의약품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환자간 음성적 거래 이뤄져국내외 의약품 분류 차이에 따른 문제도…정부 정책이 부추긴다는 지적까지 있어

[청년의사 신문 이정수] “‘다클린자’(성분명 다클라타스비르, 한국BMS) 오리지널 3개월분 있습니다. 필요하신 분 댓글 달아주세요.”


최근 한 온라인 중고거래사이트에 올라온 글이다. C형간염치료제인 다클린자는 전문의약품으로 개인 간 거래는 불법이다. 그럼에도 버젓이 온라인을 통해 개인 간 거래를 원하는 글이 올라온 것이다. 정말 전문의약품인 C형간염치료제를 판매하는 것인지, 어떻게 구입한 것인지, 판매자에게 댓글을 통해 물어봤다.

“아직도 판매하나요.”

“네 가능합니다. 12주 분량에서 두 알이 부족하네요.”

“얼마인가요, 어떻게 받는지도. (약의) 유효기간이 지난 건 아닌가요?”

“제가 24주 처방받아 복용하고 남은 약이구요. 구매한 지 3~4개월 정도 된 약이라 유효기간은 걱정 안하셔도 돼요. 가격은 50(만원) 정도 생각합니다. 같은 환우분이라 무료로 드리면 좋겠지만, 보험적용가가 12주 분이 120(만원) 정도 되더군요. 이해해 주시길. 지역은 서울인데요. 어디신지요?”

그리고 댓글을 주고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이 글들은 갑자기 삭제됐다.

자신이 C형간염 환자라고 밝힌 판매자는 복용하고 남은 약이라서 판매한다고 했다. 지난해 촉발된 다나의원발 집단감염 사태로 화제가 되기도 했던 C형간염의 경우, 다른 간염과 달리 완치가 가능하다.

특히 다클린자를 필두로 최근 개발된 C형간염 치료제들은 이러한 완치 가능성을 기존 치료요법 대비 대폭 늘린 약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나온 신약이니만큼 고가이기도 하다. 매일 먹어야 하는 다클린자 한 알의 보험급여가는 4만1,113원이다.

앞서 언급했듯 현행 약사법상 의약품의 개인 간 거래는 불법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약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복용해 병을 치료하기 위해선 허가된 바를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온라인 불법거래가 시도된 다클린자의 경우만 해도 그렇다. 이 약은 ‘대상성 간질환(간경변 포함)을 가진 성인 환자에서 다른 약제와 병용하여 유전자형 1b형 만성 C형간염의 치료’로 허가를 받았다. 또한 ‘유전자형 1b형의 만성 C형간염 치료를 위한 이 약의 권장용량은 식사 여부와 관계없이 1일 1회 60mg을, 아수나프레비르(제품명 순베프라) 100mg(1일 2회)과 병용하여 24주 동안 경구 투여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앞서 거래에선 다클린자만 판매한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사용자가 유전자형 1b형 만성C형간염 환자인지, 병용해야 하는 약을 가지고 있는지 등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만일이지만, 사용자가 유전자형 1a형 C형간염환자였다면? 사용자가 다클린자만을 복용했다면?


이에 대해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곽금연 교수는 “C형간염 치료제를 복용하던 환자가 의료진의 지시 없이 임의로 복용을 중단하게 되면 완치가 어려울 수 있다”면서 “반대로 의료진의 처방 없이 약을 구매해서 복용하는 환자 또한 자칫 치료 효과를 얻기보다는 내성이나 부작용 발현 등의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칫 약을 거래하는 것이 아닌 병을 거래하는 꼴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정부는 이런 점을 우려해 엄격하게 의약품 불법거래를 막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관리과 김춘래 과장은 “의약품 (온라인) 판매는 약사법 상 무자격자판매에 해당되기 때문에 모두 불법이다. 그런 사례가 적발되면 경찰에 고발 조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약품 불법거래는 비단 위 사례 하나만이 아니다. 국내에선 전문의약품이지만 해외에선 일반의약품인 GSK의 피부질환치료제 스티바A는 수년째 온라인서 공공연하게 개인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심지어 일부 환우회에선 바이오의약품인 생물학적제제를 환자들이 서로 사고팔고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의약품을 가볍게 생각하고 거래하는 풍토에 대한 경각심이 요구된다.

보험급여로 처방받은 고가의약품이 밀매된다?

전문의약품을 온라인에서 의사의 진단 없이 사고파는 일은 정부의 규제 속에서도 끊이지 않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발기부전, 조루, 비만, 탈모, 피부질환 등에서 벗어나 C형간염, 자가면역질환 등의 중증 질환 치료제도 암암리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약이 고가라는 점이 가장 큰 이유다.

일례로 최근 등장한 소발디, 하보니 등 C형간염치료제는 최근 보험급여가 적용되기 전 3개월 약값만 3,000만~4,000만원이었다. 그런데 특허를 회피한 방글라데시 등에선 그 10분의 1도 안 되는 가격에 판매를 하고 있어, 일부 환자들은 방글라데시 등으로 가서 구매를 해 복용하기도 했다.

이 경우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 국내 관세법상으로는 간이통관 허용범위(3개월치 혹은 6통)를 넘어서지 않는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환자들이 늘면서 일부에선 구매대행을 해주는 사이트까지 생겨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만일 진료를 받은 환자가 처방전을 구매대행자에게 건네서 약을 구매해 오는 경우는 불법이 아니지만, 이 과정을 생략하고 처방전 없이 해외에서 약을 구매할 경우는 불법이다.

“비싼 약이 아까워서”…환자 간 거래도

고가의 약을 환자끼리 사고파는 일도 일어나고 있는데, 대개 앞서 중고거래사이트에서 C형 간염환자라고 밝히고 다클린자를 판매한 이처럼 처방받아 복용하고 난 뒤 남은 약을 거래하는 경우가 많다.

모 환자단체 관계자는 “예전에 고가의 항암제를 환자들끼리 거래했다는 말도 들었다”며 “환자 입장에선 비싼 값을 치르고 약이 남았는데, 반품은 안 되고 버리기는 아까우니 다른 환자에게 돈을 받고 양도할 생각을 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모습은 고가의 약을 복용해야 하는 자가면역질환에서도 음성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의 환자들이 온라인 사이트 등을 통해 질환 정보 및 자신이 처방받은 치료제를 다른 환자들과 공유하면서, 각자에게 필요한 약에 맞춰 약을 교환하고 있다는 것이다.

해당 자가면역질환 한 환자는 “생물학적제제 A제품을 처방받는 환자 중 일부는 치료반응이 좋아 2주 용법의 치료제를 3주 간격으로 복용하기도 하는데, 이 때 복용 후 남는 분량을 일정 가격으로 다른 환자들에게 파는 사례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도 말했다.

이런 경우도 법적 처벌 대상이다.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 관계자는 “의약품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행위는 명백한 약사법 위반사항으로, 이를 인지하게 되면 정황이나 증거 등을 확인한 후에 경찰 등에 수사를 의뢰, 적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일부에선 환자들이 불법적으로 약을 맞교환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자가면역질환인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에 사용되는 생물학적제제 중 일부는 환자에게 충분한 치료효과가 나타났고 부작용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이미 투여한 경험이 있고 현재 다른 치료제를 사용하고 있다면 더 이상 보험급여가 인정되지 않는다. 즉, B라는 약을 복용하고 있지만, 더 나은 효과 또는 적은 부작용을 기대하고 C라는 약으로 교체했는데 기대에 못 미칠 경우 다시 B약을 복용하고 싶지만 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때문에 처음 선택된 치료제의 효과를 다른 약과 비교해보지도 못한 채 억지로 복용을 유지하는 환자가 적잖다. 또 치료효과를 높이고자 다른 치료제로 처방약을 변경했다가 치료반응이 더 떨어져 질환 진행속도가 빨라지게 된 일부 환자들은 비급여로 이전 치료제를 처방받아야 하는 문제도 발생한다. 결국 이러한 상황에 놓인 환자들이 불법임을 알면서도 서로에게 필요한 약을 맞바꾸고 있는 것이다.


국내외 의약품 분류 다른 맹점 이용키도

해외와 국내 간 의약품 분류가 다르다는 맹점을 이용한 불법 거래 사례도 있다.

GSK의 광노화 치료제인 ‘스티바A 크림’(성분명 트레티노인)이 대표적인 예다. 이 제품은 국내에서 심상성 여드름(보통 여드름) 및 광노화(미세주름, 과색소 침착) 완화에 쓸 수 있는 전문의약품, 즉 처방전이 있어야만 사용할 수 있는 약이다. 스티바A 크림은 피부홍반, 피부화상, 색소침착, 광노화 등 각종 피부 손상 발생을 막을 수 있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입증됐는데, 한때 국내에서 방송을 통해 동안 피부를 위한 기적의 크림으로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이 제품은 태국 등에선 처방전 없이도 구매가 가능하다. 때문에 온라인 상에선 태국 여행 시 꼭 사와야 할 쇼핑 리스트에 꼽히기도 했다. 문제는 이렇게 태국 등에서 구입한 약을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개인 간 사고파는 행위가 수년째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제품 역시 자칫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한 피부과 전문의는 “트레티노인 성분의 제품을 잘못 사용할 경우 홍조나 심하면 피부염도 발생할 수 있다”며 “피부질환을 가벼이 보고 약을 화장품처럼 생각하고 써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다클린자 등 C형간염치료제와 같은 고가의 항암제, 생물학적제제 등이 잇달아 개발되면서, 불법적 판매로 수익을 보고자 하는 사례가 계속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앞으로 불법거래 더 늘어난다?

이에 정부도 의약품 온라인 불법거래를 막고자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 추진 중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발기부전치료제 ▲스테로이드 ▲발모제 ▲최음제 ▲피부(여드름, 건선) ▲위장약 ▲정력제 ▲다이어트약 ▲피임 ▲조루치료제 등 온라인을 통해 이뤄지는 의약품 불법거래를 막기 위해 ‘국민과 함께 하는 불법유통 의약품 근절 캠페인’과 ‘의약품안전지킴이’을 통해 대중 인식을 제고하는 한편, 동시에 온라인 의약품 불법 유통 사이트 차단(2014년 1만6394건 차단)에도 힘을 쓰고 있다. 식약처는 불법 판매 등 약사법령 위반자에 대해 경찰청 등에 수사·고발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보험급여 등 정부의 정책과 제도가 환자 등 개인 간 거래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적잖다.

한 환우회 관계자는 “치료제를 복용해야 하는 환자 역시 전문의약품을 개인 간에 거래하는 것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온라인을 통해 약을 구입하려고 하는 것은 나름대로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며 “보험급여기준이 엄격하게 설정돼있다 보니 보험급여 혜택을 받지 못하는 환자들은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결국 차선책을 선택하게 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모 제약사 마케팅 담당자도 “수년 째 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는 제품의 경우 회사로 환우회 단체나 환자 개인으로부터 수차례 문의를 받고 항의까지 받는다”면서 “그런 상황에서 불법적이더라도 약을 얻을 수 있는 경로가 있다면, 우선 약을 얻어서 쓰는 것이 환자나 가족의 심정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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