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의 심리학과 건강

[청년의사 신문 박진영] 고칼로리의 음식, 술, 담배 등 몸에 해롭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들을 끊지 못하게 되는 한 가지 이유로 ‘스트레스’가 심해질수록 직접적인 쾌락을 주는 것들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다는 연구들이 있었다.


Brock Bastian 등의 연구자들은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다. 한 조건의 사람들에게는 착한 일을 했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또 다른 조건의 사람들에게는 도덕적으로 옳지 않은 일을 했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그런 다음 사람들을 나누어 한 조건의 사람들은 섭씨 0도 정도의 차가운 물에 얼마간 손을 담그고 있도록 하고(고통 조건) 또 다른 조건의 사람들은 미지근한 물에 손을 담그고 있도록 했다(통제 조건). 연구자들은 마지막으로 사람들에게 선물이라며 단 간식거리들을 마음껏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그랬더니 착한 일을 한 기억을 떠올린 후 고통을 받았던 사람들이 착한 일을 한 후 고통을 받지 않았던 사람들이나 나쁜 일을 한 기억을 떠올린 후 고통을 받았던 사람들에 비해 단 음식을 제일 많이 가져갔다.

연구자들은 착한 일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고통을 받았다는 ‘억울함’이 자신은 보상을

받을만한 자격이 있다는 느낌을 증폭시키고 그 결과 단 음식을 더 많이 선택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신체적인 고통을 느끼거나 느끼지 않게 한 후 펜과 초콜렛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에도 고통을 느낀 조건의 참가자들이 펜에 비해 초콜렛을 선택한 비율이 더 높았다. 또한 평소 불의나 공평함에 관한 이슈에 민감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더 스스로에 대한 쾌락적 보상을 활발히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바와 같이 스트레스가 많을수록 반사적으로 쾌락을 탐하게 될뿐 아니라, 쾌락을 적극적으로 ‘합리화’하며 탐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고생한 나에게 이 정도의 보상은 괜찮다며.

물론 이 현상이 꼭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쾌락은 건강과 행복의 필수 요소이다. 다만 어떤 ‘종류’인지가 중요하다. 스스로에게 해로운 종류의 쾌락에 빠져들고 있다면 잠깐 ‘정지’를 외쳐볼 필요는 있을 것 같다.

또한 누군가 해로운 쾌락을 지나치게 탐하고 있다면 단순히 이를 비난하는 것에서 나아가 혹시 삶이 많이 힘든 것은 아닌지, 삶에서 보상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많이 억울한 것은 아닌지, 억울함을 제거하는 방법은 없는지 또 달리 보상해 줄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등을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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